사랑스러운 엉망진창, <렛 더 선샤인 인>

영화 <렛 더 선샤인 인>은 1시간 반 동안 7명의 남자를 거절하는 독특한 로맨스 물이다.

영화 <렛 더 선샤인 인>에서 주인공 이자벨이 우유부단하고 지질한 연극배우 니콜라스 뒤보셸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줄리엣 비노쉬가 이렇게 아름답게 포스터를 찍었는데 신작 <렛 더 선샤인 인>을 안 볼 수 없었다.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등 그의 대표작만 봐도 이토록 활짝 웃으며 포스터 전면에 나온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보고 나니 영 찝찝했다. 카리스마 있는 줄리엣 비노쉬의 잔상이 남기보다 정성일 감독이 이 영화에 대해 했던 말만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감독 클레어 드니가 친구 홍상수에게 보내는 기기묘묘한 오마주, 줄리엣 비노쉬가 김민희처럼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이 아닐 것이다.” 맞다, 그만의 착각이 아니다. 영화 속 단 한 명의 여성 주인공 이자벨(줄리엣 비노쉬)은 그야말로 ‘치명적’으로 모든 내러티브를 이끌고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민희와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쿨’하지 못하다는 것. 세상에, 1시간 반 동안 총 7명의 남자들에게 거절 당한다(가끔 거절도 하긴 한다). 어째서 이자벨은 모든 운명(이라 여겼지만 아닌 것)에 일희일비하는가? 심지어 그가 사랑한 남자들은 하나 같이 지질한데도 말이다. 팔짱을 끼고 영화를 보다가 몇 번이고 소리치고 싶었다. “이제 좀 그만하자! 피곤하다면서! (영화 속에서 이자벨은 남자들과 연애가 잘 안 되면 연신 피곤하다 중얼거린다)” 예상했겠지만, 그는 지치지 않고 연애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주술사와의 상담 이후엔 오히려 힘을 얻어 새로운 인연을 기다린다. 이쯤 되면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을 눈치챘을 것이다. 사랑은 원래 지질하고 엉망진창이니 흘러가는 대로 연애하라. 애쓴다고 되는 게 아니다. 결국 엔딩 크레디트가 오를 때까지 이자벨은 단 한 번도 진짜 사랑을 못 만난다. 하지만 어찌 됐든 이 영화가 로맨스물인 걸 보면 같잖게 보이는 나의 로맨스도 멀리서 보거나, 나중에 보면 꽤 괜찮은 장면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그렇게 믿으련다.  

Credit

  • 에디터 백가경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