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아름다움을 그리는 히바 스아바즈

성별, 인종, 문화의 경계를 넘어섰다.

Hiba Schahbaz
‘American Beauty’, 2014

검은색 눈동자와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의 나체를 그린 그림. 쉽게 마주할 수 있는, 백인 남성을 그린 그림에 익숙해졌다면 조금 생경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의 피사체는 파키스탄 출신의 화가, 히바 스아바즈(Hiba Schahbaz) 본인이다. 그는 왜 자신의 벗은 몸을 모티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까?

Hiba Schahbaz ⓒCharlie Rubin
Hiba Schahbaz’s Studio ⓒCharlie Rubin

파키스탄 남부의 카라치에서 태어난 히바는 지역 문화를 철저히 계승하는 집안에서 자랐다. 대학 진학 후에는 인도와 페르시아의 전통 화법 중 하나인 미니어처 페인팅(Miniature Painting)을 공부했다. 입체감이나 공간감 없이, 가느다란 선과 선명한 색으로 작은 부분까지 세밀하게 그려내는 화법. 평면 위에 대상을 꼼꼼히 표현하는 방식을 익히며, 그는 자신의 작품에 오늘날의 문화를 녹여내는 방법을 고민했다.

‘Self Portrait As Sleeping Venus (After Giorgione)’, 2017

그 결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화풍이 탄생했다. 미니어처 페인팅을 기반으로 하되, 특정 성별과 인종만을 다루는 이전의 관습을 버린 것. 그가 구현한 작품 속 세계의 주인공은 전부 벌거벗은 여성이다. 하얗지 않은 색으로 피부를 칠하기 위해, 홍찻잎 등 다양한 소재도 활용했다.

‘Self-Reflection’, 2013
‘Self-Reflection’, 2015

심오한 의미가 담긴 듯하지만, 사실 그가 작품 활동을 하는 건 사회를 향해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은 아니다. 오히려 감정에 따라, 직관적으로 그림을 그린다. 자신의 나체 사진을 보고 캔버스를 거울삼아 붓을 움직일 뿐이다. 어린 시절부터 침대 맡에 스케치북을 놓아두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의식이 자연스레 작품에 드러난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Dreamer’, 2017

그는 자신의 작업실을 ‘안식처’라고 부른다. ‘안식처’에서 스스로 온전히 집중하고, 자신을 관찰하며 자신으로부터 관찰당한 결과는 작품에 시각적으로 투영된다. 그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은 화가의 의식을 가까이 마주하고 그와 소통한다. 히바는 이러한 과정이 확장되면 결국 모든 차별의 잣대가 사라질 거라고 믿는다. 개인의 나체를 넘어, 모든 타인의 본질적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Women’s Room’, 2017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을 그린 초상화에 인간을 향한 존중이 담겼다. 파키스탄 여성의 아름다운 몸은 성별, 인종, 문화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의 사람들을 자유롭게 한다. 히바의 작품은 지금도 꾸준히 지구촌 곳곳에서 전시되고 있다. 

‘Eve’, 2017

Credit

  • 에디터 김선희
  • 아트워크 Hiba Schahbaz
  • 사진제공 Hiba Schahbaz, Charlie Rubin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