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최초의 인터뷰집

세상에서 제일 로맨틱한 순간을 보내고 싶다면.

신간 목록을 쓱쓱 넘겨보다가 잘못 봤나 싶어 스크롤을 다시 올렸다. ‘신화가 된 아티스트, 왕가위 최초의 인터뷰집’. 얼떨떨했다. 감독 왕가위’만’ 이토록 멋지게 다룬 책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니셜 ‘WKW’가 세로로 빨갛게 흐르고, 그 뒤엔 대표작을 연상시키는 여인의 다리가 보인다. 책이 섹시할 수도 있다.

<타임>의 존경받는 편집자 겸 영화평론가 리처드 콜리스는 왕가위를 ‘세상에서 제일 로맨틱한 영화인’이라 단언하기도 했다.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았던 이랑은 곡 ‘졸업영화제’에서 “왕가위, 고다르, 박찬욱, 쿠스타리차, 짐자무쉬, 다케시”라며 본인 혹은 본인처럼 ‘힙한’ 이들이 좋아할 만한 감독을 주문처럼 읊었다. 왕가위는 그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1980~90년대 홍콩 영화에 뉴웨이브를 선도했으며 특유의 영상 미학과 독창적인 영화 세계 덕분에 수많은 영화광들에게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인물. 최근 씨네21북스는 왕가위의 데뷔 30주년을 맞아 신간 <왕가위: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을 펴냈다. 왕가위와 친밀한 대담을 이끌어가는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이 책은 GPS보다 ‘주크박스’를 닮았다. 상하이 출신 이민자로 홍콩에 정착했던 유년 시절 이야기부터 거절당한 사랑, 굴절된 기억 등 영화에서 주로 다루는 사랑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까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왕가위의 생생한 목소리를 차곡차곡 담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책 속에는 왕가위 특유의 낭만적 미쟝센들이 화보가 되어 흘러넘친다. 이만하면 왕가위를 즐겨보는 누군가와, 크고 육중한(그래서 집에서만 봐야 된다고 우길 수 있는) 이 책을 넘기면서 ‘세상에서 제일 로맨틱한 순간’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를 일.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포토그래퍼 이창민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