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사진가가 찍은 초등학교

이렇게 아름다웠나?

오은의 시에서 5월은 이렇게 표현된다. “5월엔 정체성의 혼란이 찾아옵니다 / 근로자도 아니고 / 어린이도 아니고 / 어버이도 아니고 / 스승도 아닌데다 / 성년을 맞이하지도 않은 나는, / 과연 누구입니까 / 나는 나의 어떤 면을 축하해줄 수 있습니까?”

가정의 달로 지정한 5월엔 축하해야 일이 유독 많다. 하지만 오은의 시구처럼 그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가정적이기보다 가학적인 날들일 테다. 문득 어린이날, 스승의날을 떠올리다 보면 유년 시절의 학교가 생각난다. 시멘트벽은 겨우내 추웠고, 여름에는 푹푹 찌던 교실, 매월 모의고사 성적으로 핀잔받는 친구들. 화려하기보다 다소 삭막했던 ‘그 풍경’이 스페인의 사진가의 눈으로 보니 딴판이다. 천국의 포근한 날처럼 건물들은 하나 같이 아름답다. 포토그래퍼 안드레스 갈르라도(Andres Gallardo)는 최근 한국 초등학교를 찍은 작업으로 전시를 열었다. 그의 이번 프로젝트는 서울의 한복판에서 길을 잃으면서 시작한다. 그는 낯선 서울을 거닐다가 초등학교의 건물, 국기, 녹지, 운동장에 마음을 빼앗겼고, 특유의 파스텔 톤과 대칭 미를 살려 이를 기록한 것이다. 학교 뒤로 우뚝 선 ‘프리미엄’ 아파트조차 동화 속 왕국처럼 보인다.

무엇이든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아름다워 보인다. 교훈인지, 삶의 혹독한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이번 5월엔 안드레스 갈르라도처럼 한 발짝 떨어져서 낯설게 살아보자. 근로자의 날에도 눈치 보며 쉬어야 하는 동료와 소위 ‘헬조선’에서 굳세게 커나가야 할 새싹들을 바라볼 때 씁쓸해지는 마음을 조금은 덜 수 있을 테니 말이다.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사진제공 www.andresgallardo.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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