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걸그룹이 걸어온 길

305팀의 걸그룹을 총망라한 전시가 열린다.

걸그룹의 조상들
펄시스터즈를 오마주한 홍경택 작가의 작품. ‘진주처럼 영롱한’, Acrylic, oil, on linen, 162×130cm, 2018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평일 저녁.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며, 이어폰을 꽂고 낭랑한 목소리를 듣는다. ‘트둥이’, ‘레벨이’, ‘블핑이’ 등 여러 걸그룹의 생기 가득한 노래는 퇴근길에도 에너지가 절로 솟아나게 한다. 실력, 외모뿐 아니라 넘치는 끼와 개성으로 매력을 한껏 표출하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애정 어린 관심을 받는 그들. 만약 한국 대중음악에 걸그룹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걸그룹 문화는 어떻게 이만큼 성장하게 됐을까?

1953년, ‘김시스터즈’의 미8군 무대 공연
1959년, 9인조 여성밴드 ‘올스타’의 미8군 무대 공연

여태껏 ‘1세대 걸그룹’으로 알려진 S.E.S와 핑클이 그 시초라 생각하고 있었다면, <걸그룹의 조상들> 展을 추천한다.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인 최규성 평론가의 수집품을 통해 걸그룹의 ‘진짜’ 역사를 짚어볼 수 있다. 평양기생학교 출신 대중가수의 등장, 미8군 무대, 오디오를 넘어선 비주얼 시대의 도래, 대학 가요제의 성황, 대형 기획사의 출현까지.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걸그룹을 1세대부터 5세대로 나누는 것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1964년, ‘이시스터즈’의 미8군 무대 공연
1960년대, ‘쓰리시스터즈’의 미8군 무대 공연
1965년, 5인조 여성밴드 ‘레이디버드’

걸그룹 문화에 대해 누군가는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옛날 걸그룹은 촌스러워”, “최근 걸그룹은 너무 선정적이야”, “걸그룹의 콘셉트가 예전엔 ‘청순’이었는데 요즘엔 ‘섹시’가 대세야”.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사진 속 여성들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복부를 드러내는 톱과 짧은 치마를 입고, 하이힐를 신고, 과감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시대별로 전시된 사진과 앨범, 의상, 트로피 컬렉션은 걸그룹의 영향력과 그들을 향한 대중의 사랑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은 오랜 시간 변하지 않으며 여전히 대중문화의 큰 축을 이룬다.

1973년, ‘레인보우’
1978년, ‘이쁜이들’

305팀에 이르는 한국의 걸그룹을 총망라한 이번 전시는 5월 27일까지 영등포 롯데백화점 10층에 있는 롯데갤러리에서 진행된다. 내일(12일) 오후 3시에는 최규성 평론가의 사인회 및 간담회도 준비돼 있다.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경인로 846 영등포 롯데백화점 10F 롯데갤러리, 문의 02-2670-8888

Credit

  • 에디터 김선희
  • 사진제공 영등포 롯데백화점 롯데갤러리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