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데드풀을 떠난 이유

정치와 무관한 슈퍼히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도널드 글로버(Donald Glover)가 더 이상 <데드풀>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발표가 있을 당시, 사람들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다작(多作) 중인 다재다능한)이 재주꾼이 결국에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일을 맡은 탓에 초래된 사태라고 가정했다(여기서, <데드풀>은 마블 텔레비전의 애니메이션이다!). 기억하라. 도널드 글로버, 그는 TV 드라마 <애틀랜타(Atlanta)>로 에미상을 받거나 차일디시 갬비노(Childish Gambino)라는 예명으로 세계 투어 중이 아닐 때는 영화에 출연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인물이라는 것을.

그런 그가 느닷없이 <데드풀>을 떠난 데에는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은 요인이 있는 것 같다. 3월 하순, 휴식기를 보낸 글로버가 트위터로 복귀했다. 이제는 방송국이 없는 신세가 된 프로젝트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서. “<데드풀>을 작업하지 못할 정도로 바쁜 게 아니다.”라고 알쏭달쏭한 선언을 한 것으로 시작된 일련의 트윗에서 글로버는 가상의 프로그램에서 발췌한 15페이지 분량의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무엇보다도 시나리오는 정말이지 대단했다. 시나리오에서 <데드풀>은 아프리카로 가는 중이다. 거기서 그는 얼마 전 사망한 수컷 흰 코뿔소 수단(Sudan)에게 짝을 맺어주라는 임무를 받는다. 이건 글로버가 언급한, 많은 언급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시나리오는 그 주 인터넷에 퍼진, 비욘세가 파티에서 얼굴을 물렸다는 이야기도 언급하고, 우리의 현재 군 통수권자에 대해서도 암시한다.

“실제로 나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 <데드풀> 시리즈가 취소된 것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 말은, ‘지금이야말로 폭력적이고 총기를 사랑하는 백인 남자가 TV에서 큰소리로 투덜거리는 것을 보기에 좋은 때일까?’ 궁금해하는 거라고. 대통령 말고 다른 사람이 말이야!” 그렇다. 이 시리즈는 분명 재미있는 시리즈가 됐을 것이다. 물론, 시리즈의 실제 시나리오가 아니다. 소셜미디어를 싫어하는 스타가 혼탁해진 공기를 정화하겠다는 특정한 목적 아래 급조해낸 시나리오라는 것을 암시한다. <버라이어티>가 이 시리즈는 “도널드 글로버의 빽빽한 스케줄이 낳은 사상자일지도 모른다.”고 추리하고, FX는 “창조적인 차이점” 탓을 했지만, 글로버의 가짜 시나리오는 뭔가 훨씬 더 은밀한 요인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들이 인종주의 때문에 시리즈를 취소했다고 생각해?!” 어느 시점에 데드풀은 의아해한다. “맞아. 작가들이 하나같이 흑인이었어. 그들이 거론하는 사건들도 순전히 검은색 일색이었고. 그자들이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자메이카 음식을 주문하는 바람에 점심값 예산을 초과했다고 들었어.” 이 대사는 업계의 인종주의를 향해 대놓고 날카로운 잽을 날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자신과 네트워크가 결국에는 갈라서게 된 이유에 대한 글로버의 설명을 노골적인 방식으로 내놓은 것일 수도 있다. 기억하라, 이 사람은 <커뮤니티(Community)> 촬영장에서 체비 체이스(Chevy Chase)의 손아귀에서 경험했던 일을 밝히면서 노골적인 인종주의를 폭로한 인물과 동일인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글로버와 <데드풀>의 대본을 집필한 그의 동생 스티븐(Stephen)에게 역사상 흑인의 관점이 제일 많이 반영된 TV 프로그램 <애틀랜타>를 만드는 플랫폼을 제공한 네트워크가 흑인다움을 찬양하는 프로젝트를 내팽개치더라도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을 거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틀랜타>는 미국에서 가난한 흑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진정으로 정치와 무관한 슈퍼히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최근에 몰려오는 만화 원작 작품들의 홍수는 (물론, <블랙 팬서>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대개가 의미 있는 사회적 발언의 분위기가 결여된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글로버는 시나리오에서 데드풀이 “나는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것뿐이야. 프리폼(Freeform, 미국의 케이블 및 위성TV 채널)이 그런 곳일 거라고 짐작해.”라고 말하게 만드는 것으로 FX가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암시한다(프리폼을 언급한 건 분명 비아냥거리기 위해서다. 주요 시청자로 젊은이를 겨냥한 이 케이블 채널이 올여름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마블 시리즈 <클록 앤 대거(Cloak and Dagger)>를 런칭할 준비를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도널드 글로버의 <데드풀>이 실제로 제작됐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줬을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건, 그는 중요한 얘깃거리를 가진 아티스트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핵심적인 신념하고는 동떨어진 무엇인가를 창작하는 건 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음울한 감수성을 가진 괴짜다. 톤(tone)으로 실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인종에 대한 그의 관점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그런 특징이 슈퍼히어로 자경단원(심지어 데드풀처럼 형식적인 면에서 진보적인 슈퍼히어로)을 다룬 만화영화에 녹아 들었을지 여부를 말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 부분에서 우리가 알아낼 기회조차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Credit

  • 에디터 김민지
  • Daniel Barna
  • 사진제공 DFree/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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