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피리언스데이 모터트렌드

이토록 관능적인 음반

커버에 이끌려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Her – <Her> 프랑스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허(Her)는 학창시절부터 함께 밴드 활동을 했던 빅터 솔프(Victor Solf)와 시몬 카펜티에(Simon Carpentier)가 결성한 듀오 밴드다. 2016년 <Tape #1>을 시작으로 2017년 <Tape #2>를, 지난 3월 정식 데뷔 앨범 <Her>를 발표했는데, 이들은 EP부터 줄곧 한 이미지만을 앨범 커버로 고집해오고 있다. 바로 유연한 곡선을 강조한 여성의 몸.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빅터와 시몬은 20여 곡을 작업한 뒤, 대부분의 곡을 관통하는 주제가 여성, 사랑, 관계, 그리고 페미니즘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밴드 이름을 ‘Her’라고 붙인 뒤 커버에도 여성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담았다고. 빅터 솔프는 한 인터뷰에서 “9살 이후로는 어머니, 할머니, 이모, 누나들과 함께 자랐기 때문에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나에게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며 실제로 여성에게서 많은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고 언급한 한 바 있다. ‘Her’ 이름으로 처음 발표한 트랙 ‘Quite Like’는 밴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 중 하나인데, 여성의 곡선을 탐미하는 가사들로 채워져 있다. 이 밖에도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곡으로는 불합리한 사회 환경에 맞서는 강인한 여성상을 드러낸 곡 ‘Swim’, 아이폰 캠페인 영상과 입생로랑 광고 배경 음악으로 쓰인 ‘Five Minutes’, 빅터와 시몬이 처음으로 함께 쓴 곡 ‘We Choose’가 있다.

이들의 음악은 알앤비, 일렉트로닉 팝 등 한 장르로 정의하기 힘들지만, 앨범 커버가 절로 연상될 만큼 소울과 그루브가 넘치고,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더해져 세련미를 풍긴다. 또 빅터 솔프와 시몬 카펜티에의 쫄깃하고 섹시한 보이스가 농염한 분위기를 발산한다. 지난해 8월, 시몬 카펜티에가 안타깝게 암으로 세상을 떠나 지금은 빅터 솔프 혼자 ‘Her’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Tove Lo – <Blue Lips> 쎈 언니 토브 로(Tove Lo)의 <Blue Lips>는 서브 타이틀 ‘Lady Wood Phase II’에서 알 수 있듯 지난해 발매한 <Lady Wood>의 속편이다. 그래서 일까. <Lady Wood>를 능가하는 퇴폐미 넘치는 앨범 커버로 돌아왔다. 토브 로는 자극적인 앨범명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적 있다. “‘레이디 우드’와 ‘블루 립스’는 ‘블루 볼스(Blue Balls)’의 여성 버전이다.”며 결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심리에 대한 이야기고, 이는 비단 성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관한 이야기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녀는 마약과 섹스에 빠져 지냈던 젊은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곡을 쓰는데, 애둘러 표현하는 법이 없다. 가사 한 줄 한 줄이 솔직하다 못해 아찔하기 까지 하다.

<Blue Lips>는 8번 트랙 Pitch Black을 기준으로 두 개의 파트로 나눠 구성, 1번 트랙 ‘Light Beams’를 시작으로 7번 트랙까지는 순간의 육체적 쾌락을 좇는 이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한편, 8번 트랙 ‘Pitch Black’ 부터는 쾌락을 좇은 뒤 밀려오는 공허함과 허탈감을 느린 템포로 채웠다. 그중 타이틀 곡 ‘Disco Tits’는 디스코와 하우스를 믹스한 빠른 템포의 곡으로, 아찔한 가사(“I’m wet through all my clothes/I’m fully charged, nipples are hard/Ready to go”)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첫 소절 “I say hi You say hi we stay high you look so pretty, yeah”는 무한 재생 반복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Rhye – <Blood> 라이(Rhye)는 2012년 싱글 <The Fall>부터 줄곧 곡선이 드러나는 여성의 신체 부위를 커버에 담아왔다. 정규 앨범만 두고 말하자면, 2013년에 발매한 1집 <Woman>에서는 여성의 부드러운 목선을, 2018년 2월에 발매한 <Blood>에서는 굴곡진 몸매를 담았는데, 그중 1집 커버는 시가렛 애프터 섹스(Cigarett after Sex)의 EP와 플라시보(Placebo)의 베스트 앨범 <Once More With Feeling> 커버를 연상케 한다. 또 커버 모델을 두고 지금은 헤어졌지만 당시 와이프였던 배우 알렉사 니콜라스(Alexa Nikolas)가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많은 인터뷰를 통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Blood> 커버의 모델은 마이클 밀로쉬(Michael Milosh)의 현재 여자 친구 쥬느비에브 미도우 젠킨스(Geneviève Medow Jenkins)로, 이 앨범을 위해 아이슬란드와 캘리포니아를 여행하며 100여 장의 사진을 촬영했다고.

‘섹슈얼하다’는 표현보다 ‘우아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커버 분위기는 음악에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첼로, 피아노, 바이올린의 선율 위를 유영하는 듯한 마이클 밀로쉬의 보이스는 은밀하면서도 에로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자극적인 가사나 강렬한 사운드 없이도 그의 가녀린 하이톤과 몽환적인 숨소리가 묘한 흡입력을 발산한다.

 

St. Vincent – <Masseduction> 기타리스트 애니 클락(Annie Clark) 의 솔로 프로젝트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 정규 5집 <Masseduction>의 커버는 지난 앨범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음원 공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 앨범에서는 주로 자신의 얼굴을 내세웠다면 이번엔 핑크색 타이즈와 호피 무늬 의상을 입은 여성의 뒷모습으로 관능미를 뿜어낸다. 그것도 강렬한 레드 톤으로. 그녀는 매체 인터뷰에서 ‘커버 속 모델이 본인이냐?’는 질문에 ‘말하지 않겠다’는 대답으로 일관해 커버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10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모델을 공개했다. 앨범 커버로 디자인된 티셔츠 사진과 함께 “A very special thank you to @carlottiica for use of her wonderful ass.”라는 글을 남긴 것. 베일에 싸여 있던 모델은 바로 독일계 미국인 칼로타 콜(Carlotta Kohl). 애니 클락의 인스타그램에 앞서 칼로타 콜 역시 SNS에 앨범 이미지와 함께 “@st_vincent borrowed my backside for her new album –“이라는 멘트를 올린 바 있는데, 당시 ‘증명해보라’는 식의 댓글이 달리면서 팔로워들의 의심을 샀던 해프닝도 있었다.

<Masseduction>는 <NME>, <TIME>, <THE GARUDIAN> 등 굵직한 매체로부터 ‘올해 최고의 앨범’, ‘역작’이라는 평을 얻으며 음악적으로도 정점을 찍은 앨범이다. 애니 클락은 ‘섹스, 권력, 마약, 슬픔에 관한 앨범이다’고 직접 소개한 바 있는데, 배우 카라 델레바인(Cara Delevingne)과 만날 당시 쏟아졌던 대중의 관심과 밀려오는 공허함도 이번 앨범에 풀어 냈다고. 전체적으로 테크노와 일렉트로닉, 팝, 그리고 그녀의 강렬한 기타 리프까지 더해져 풍성하면서도 입체적인 사운드로 채웠으며, ‘Pills’, ‘Masseduction’, ‘Los Angeless’ 등 강렬한 트랙 사이 ‘Happy Birthday, Johnny’, ‘New York’, ‘Slow Disco’와 같이 느린 템포의 곡을 포함시켜 다이내믹하면서도 조화로운 구성을 보인다.

 

Placebo – <Sleeping With Ghosts> 앨범명 ‘Sleeping With Ghosts’에 꽤 충실한 커버다. 플라시보(Placebo)의 모든 앨범은 나다브 칸더(Nadav Kander), 코린 데이(Corinne Day), 사울 플레처(Saul Fletcher) 등 내로라하는 사진 작가들이 디렉팅을 맡아 하나같이 감각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데, 이 앨범 역시 JB 몬디노(Jean-Baptiste Mondino)가 탄생시킨 이미지다. 프랑스 출신의 패션 포토그래퍼이자 뮤직 비디오 감독인 JB 몬디노는 1993년 뷰욕(Björk)의 데뷔 앨범과 프린스(Prince) <Lovesexy> 등의 앨범 커버를 맡았는가 하면,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마돈나(Madonna) 등 세계적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디렉팅하기도 했다. 플라시보의 4번째 정규 앨범 <Sleeping With Ghosts>는 커버 아트만 두고 봤을 때 꽤 신선했지만, 음악적으로는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래도 ‘English Summer Rain’, ‘The Bitter End’, ‘Special Needs’, ‘This Picture’ 등 주옥 같은 곡을 포함하고 있다.

 

The Strokes – <Is This It> 2001년에 등장한 스트록스(The Strokes)는 데뷔와 동시에 정점을 찍었다. 롤링스톤즈 선정 ‘500대 명반’, NME 선정 ‘2000년대 최고의 앨범’ 1위, ‘역사상 최고의 데뷔앨범’ 8위 등 다양한 기록을 세우며 2000년대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신을 주도했다. 앨범 커버도 기념비적인 앨범에 걸맞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미국 발매 버전과 영국 발매 버전, 두 가지로 발표했는데, 관능미 넘치는 위 커버는 영국 발매 버전이다. 뉴욕 베이스로 활동하는 사진 작가 콜린 레인(Colin Lane)의 사진으로 모델은 당시 그의 여자친구다. 집에서 샤워를 하고 나와 나체로 돌아다니는 여자친구를 보고 갑작스레 촬영을 시작했는데, 콜린은 여자친구에게 가죽 장갑을 끼고 자세를 취하도록 부탁한 뒤 10여 장 정도 찍었다고 한다. 당시 콜린 레인은 가장 섹시한 사진을 건지는 데 집중했다고.

Credit

  • 에디터 김민지
  • 이도연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