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르브론 제임스의, 르브론 제임스에 의한, 르브론 제임스를 위한 파이널.

NBA벌써 네 번째다. 4년 연속으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NBA 결승에서 만난다. 양팀은 2014~2015 시즌 워리어스를 시작으로, 한 번씩 우승을 나눠 가졌다(워리어스 2회, 캐벌리어스 1회). 지난 시즌을 앞두고 서부 컨퍼런스 최고의 스몰 포워드 케빈 듀란트가 합류한 워리어스의 팀 구성은 작년 결승과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캐벌리어스는 거의 다른 팀이나 마찬가지다. 드웨인 웨이드는 마이애미로 돌아갔고, LA 레이커스와의 트레이드로 백업 멤버들의 면면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르브론 제임스의 부담을 덜어주던 올스타 가드 카이리 어빙을 잃었다.

사실상 지금 캐벌리어스는 르브론 제임스의 ‘원맨 팀’이나 다름없다. 그는 보스턴 셀틱스와의 지난 동부 컨퍼런스 결승 7차전에서 무려 48분 풀타임을 뛰며 35득점, 15리바운드, 9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1초도 쉬지 않고 코트에 서 있었다. 그런 극도의 경쟁심과 투지야말로 관객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을 테지만, 결코 그 경기가 끝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팀이 필요로 하고 자신이 원한다면 워리어스와의 결승에서 또 다시 48분 풀타임을 뛸 지도 모른다.

결국 NBA 결승의 승부는 르브론 제임스를 어떻게 막느냐, 로 결판날 것이다. 보스턴 셀틱스는 르브론 제임스를 수비하기 위해 올시즌 전 그를 잘 막는 것으로 정평이 난 마키프 모리스를 영입했다. 결과적으로 제임스를 완전히 제어하지는 못했지만, 보스턴이 승리한 경기, 특히 그를 15득점으로 묶은 1차전에서는 꽤 효과를 봤다. 지금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안드레 이궈달라가 부상 중이다. ‘지저분한’ 수비로 유명한 드레이먼드 그린이 르브론 제임스를 막고 도발할 테지만, 2014-2015년 결승에서 지금보다 더 젊고 빠르던 제임스를 38퍼센트의 야투율로 시리즈 내내 봉쇄하며 파이널 MVP를 수상한 이궈달라가 결장 중이라는 점은 생각보다 큰 골든 스테이트의 불안요소일 지도 모른다.

르브론 제임스를 어떻게 수비하느냐는 곧 팀 클리블랜드를 어떻게 제어하느냐는 말과 같다. 이번 플레이오프에 4번 시드로 진출해 7차전 혈투를 두 번이나 겪고 올라온 클리블랜드는 지금 잃을 것이 없다. 케빈 러브를 제외하면 타 팀에서 주전 보장이 확실할 만한 선수조차 없는 빈약한 멤버로 이 자리까지 왔다. 르브론 제임스는 한국 나이로 서른 다섯, 팀엔 특별한 유망주도 없다. 어쩌면 (플레이어 옵션, 즉 팀과 계약을 연장할 권한을 가진) 르브론 제임스가 시즌 후 클리블랜드를 떠날 수도 있다. “이번에도 워리어스 대 캐벌리어스야?” 라고 푸념할 수도 있겠으나, 이 세기의 대결을 보는 것이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분명 이 승부의 추는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쪽으로 기울어 있다. 정규시즌 성적은 물론이고, 워리어스는 두 명의 전 MVP와 네 명의 올스타가 있는 팀이다. 실제 파이널 예측에서도 대다수가 그렇게 예측하고 있다. <CBS>와 <ESPN>이 질문을 던진 32명의 전문가는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모조리 워리어스의 승리를 점쳤다. 7차전 승부를 예상한 전문가도 단 두 명. 하지만 르브론 제임스는 2015~2016 결승에서 1승 3패의 열세를 뒤집으며 우승한 전례가 있다. 그 명승부 이후, 르브론 제임스는 역대 최고 선수를 논할 때 대부분 톱5, 높게는 2위까지 거론되고 있다. 마이애미 히트에서 거둔 두 번의 우승이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와의 ‘슈퍼 팀’을 결성했기 때문이라는 꼬리표를 한방에 떼내버렸다. 마치 코비 브라이어트가 샤킬 오닐이 LA 레이커스를 떠난 후 거둔 우승 2회로 가신의 가치를 입증한 것처럼.

르브론 제임스는 승리만큼이나 패배가 많은 선수다. 9번 NBA 결승에 올랐지만, 세 번밖에 이기지 못했다. 용맹한 장수의 영광의 상처 같은 것인지도 모르지만, 마이클 조던은 6번 결승에 올라 6번 모두 이겼다. 그렇게 완전무결한 승리자의 위치에 올랐다. 역대 최고 선수 논쟁에서 어떤 기준으로 선수를 평가하든 무조건 르브론 앞에 있는 단 한 명의 선수가 바로 그다.

과연 르브론 제임스와 캐벌리어스가 이번 결승에서 우승을 거둔다면? 그는 ‘무결점’이 될 기회는 이미 놓쳤으나, 그만의 극복의 드라마를 완성할 수 있다. 지금 캐벌리어스는 십수년간의 결승 진출 팀 중 2001년 앨런 아이버슨 홀로 팀을 결승으로 이끈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이후 가장 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인디애나 페이서스와의 1라운드에서 터뜨린 버저비터, 이미 언급한 48분 풀타임 출장 등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보여준 어마어마한 퍼포먼스는 그를 ‘싫어할 수는 있어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는’ 선수로 확고히 만들었다. 다양한 이유로 팬만큼이나 안티도 많은 그였으니까.

마치 마이클 조던이 1989년 ‘더 샷’과 1997년 ‘플루 게임’ 등의 임팩트로 숫자 이상의 위대한 선수로 기억되듯, 르브론 제임스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인상적인 ‘순간들’을 쌓아올렸다. 고교 졸업 후 곧장 NBA에 뛰어든 데다 부상도 드물어 압도적인 통산 기록의 추이를 감안해보면, 그가 이번 결승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는 훗날 은퇴 후 그를 평가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철저히 혼자 힘으로 거둔 승리. 어쩌면 르브론 제임스가 원하는 건 다름아닌 그 업적이 아닐까? 우리는 (적어도 아직은) 르브론 제임스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시대에 대해 말할 때, 올해 플레이오프와 이 결승이야말로 그 절정이 될 것이다.

Credit

  • 에디터 김민지
  • 유지성
  • 사진제공 chamsirt/Shutterstock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