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읽으세요?

여행 갈 때 들고 가기 '여러모로' 좋은 신간 3

뭐 읽으세요?

캐리어를 벌려두고 한참 망설인다. 혀가 비집고 나온 저 가방에 책 한 권 얹을까 말까. 갖가지 이유로 책을 놔두고 떠났던 여행은 언제나 헛헛했다. 한참을 자도 도착은커녕 휴게소 주차장일 때, 옆에 탄 누군가가 한껏 여유롭게 책을 펼쳐 드는 모양이 그렇게 부러울 때. 만약에 그 사람이 첫인상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면, 서로의 책등을 힐끗 보다 한마디라도 걸기 쉬웠을 텐데. 할까 말까 망설였다면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던 유명인의 경구가 떠오른다. 멀리 떠날 때, 단출하게 쉬러 갈 때 들고 가기 꽤 괜찮은 신간 3권을 골랐다. “뭐 읽으세요?” 여행지에서 누군가 갑자기 물어와도 흥미로운 얘기를 넉넉히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뭐 읽으세요?

애주가의 결심 홍상수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어김없이 종로 어느 골목에서 소주에 치킨을 뜯고 싶어진다. 낯설거나 익숙한 사람과 어기적어기적 길을 걸으면서 좋아하는 속내를 숨기고 싶어지기도 한다. 술이 매 씬마다 찰떡궁합으로 등장해 마음이 달뜨게 만드는 영화처럼, <애주가의 결심>도 그렇다. 망원동 일대의 어느 술집에 앉아 술만큼 삶을 사랑하는 애주가들의 멋진 결심을 듣고 있는 기분이다. 문체는 지루함 없이 경쾌하게 읽히고 각종 술이 멋진 음식과 곁들여 줄거리를 만들어낸다. 이뿐만 아니다. 바이젠이 왜 바이젠인지, 멜론 위에 끼얹을 만한 술은 뭐가 있는지 애주가라면 놓칠 수 없는 소소한 정보까지 전해줄 것이다. 은모든, 은행나무, 1만 2000원

 

뭐 읽으세요?

맛의 배신 여행은 자고로 식도락이다.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것들을 음미하면서 생경한 여행지에 정이 붙기 시작하니까. 환경 다큐멘터리 전문 PD 유진규가 쓴 <맛의 배신>은 먹을 것에 대한 좀 진지한 얘기를 묶은 책이다. 가끔 진정한 자기계발서는 사회과학서란 생각을 하는데, 여행 내내 음식에 대해 해본 적 없는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왜 우리는 단짠단짠에 열광하게 되었는지’. ‘왜 배가 불러도 먹게 되는지?’. ‘섭취자극제는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 말이다. 자, 나쁜 음식과 좋은 음식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답은 의외로 쉽다. 좋은 향미를 가졌는지의 여부다. 유진규, 바틀비, 1만 5000원

 

뭐 읽으세요?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시집을 가지고 다니는 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솔직하게 말하면 가벼워서다. 커피 한 잔 값으로 사서 가뿐하게 들고 다닐 만큼 얇은데, 실상 그 안에는 엄청난 세계가 들어있단 것도 매력이다. 시인이 꼬아놓은 시어는 여행만큼 다른 세상에 눈뜨게 만든다. 일상이 지리멸렬해서 떠난 사람이라면 김언 시인의 이번 신간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이 한층 더 이상한 세계로 데려다줄 것이다. 다른 시인의 것과 달리 김언의 문장들은 좀 더 쉽게 읽히고 위트가 흘러넘친다. 김언, 문학동네, 8000원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포토그래퍼 임성필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