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흘리는 남자 ‘쉽게’ 되기

편하게 누워서 넷플릭스 <퀴어아이>를 당장 정주행 하라.

매력 흘리는 남자가 되는 법

올해 넷플릭스가 <퀴어 아이 Queer Eye>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선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 프로그램의 원작인 <이성애자 남성을 위한 퀴어 아이 Queer Eye For the Straight Guy>를 한 편도 본 적 없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하던 2003년 당시 텔레비전에 게이 남성이 간판이 된 콘텐츠는 별로 없었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대중의 여론은 “미디어가 우리 목구멍에 ‘동성애’를 마치 쑤셔 넣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성애자 남성을 위한 퀴어 아이>는 <윌 앤 그레이스 Will & Grace>와 함께 이러한 반응의 주범이었다. 주변 분위기 탓에 나는 그럼 프로그램을 감히 시청할 수 없었다. 용서하시라. 나는 당시 14살밖에 안 됐다. 2018년이 된 지금 진보적이고 자유분방한 의식을 가진 나로선 개편된 시리즈를 순수한 마음으로 기대했다.

<퀴어 아이>의 새로운 시작을 여는 대사 한 줄은 프로그램 제작 의도를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드러낸다. “오리지널 시리즈는 우리 사회의 관용을 얻어내려고 분투했었습니다.” 출연자를 꾸며주는 패셔니스타로 등장하는 탠 프랑스는 “지금 우리는 사회가 우리를 수용하게 만드는 것이지 관용을 베풀어달라는 말은 아닙니다.”

오리지널 <이성애자 남성을 위한 퀴어 아이>는 2018년 시리즈 출연자 중 게이 남성이 있기 때문에 <퀴어 아이>로 제목을 바꿔 달았다. 스타일과 음식, 문화, 그루밍, 실내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 다섯 명이 감각 결핍으로 고통받는 이성애자 남성을 더 시크한 사람으로 꾸며주는 프로그램이다.

방영 즉시, 이 프로그램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시대정신을 꿰뚫으며 에미(emmy)상을 낚아챘고,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히트를 쳤으며, 커피 테이블용 책이 출판됐다. 이후에도 다섯 시즌이나 방영됐다. 2003년 당시, 동성결혼은 불법이었고, 군대에서는 동성애자인지 여부를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가 규범이었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면 대단한 성과였다.

오리지널 시리즈가 종영된 이후 1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건 동성결혼이 세계 전역에서 합법화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퀴어 아이>가 처음 방영됐을 때,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는 벨기에를 비롯한 몇 나라 되지 않았다. 이제는 25개국으로 늘었다.

혹자는 그런 맥락에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관용을 달성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해리스 여론조사에서 LGBT와 같이 있을 때 ‘무척’ 혹은 ‘약간’ 편안하다고 밝힌 사람이 절반뿐이라는 걸 밝혀냈다. 전년도보다 4%나 낮아진 수치다. 덩달아 퀴어와 트랜스젠더에 대한 지지도도 하락했다. 분석가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이고 마이크 펜스가 부통령이라는 사실이 LGBT를 바라보는 사회적 태도를 퇴보시켰다고 추측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퀴어 아이>의 시작은 한층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시즌을 원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고, 시리즈가 제작되는 줄 모르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인기를 얻으면서 이례적일 정도로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았다. 넷플릭스 버전은 로튼 토마토에서 100%의 신선도를 기록하고 있다. 아마도 균열된 미국의 핵심부에 자리잡은, 그릇된 남성성과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 양쪽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보는 시청자를 위해 설명하자면, <퀴어 아이>는 이성애자인 한 남성이 지닌 문제를 파악하고 그 뿌리를 찾는 작업에 착수한다. 그 과정에서 출연진 사이의 긴장감은 훈훈함으로 대체되고 사람들에게 붙는 꼬리표가 애정으로 바뀐다. 한 남자가 그릇된 남성성과 젠더의 자유 사이를 그네를 타듯 강제로 오가는 사이에 우리 사회가 인정하는 남성성이 무엇인지 폭넓게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우선, 사전 공지부터 하겠다. 당신이 이성애자건 동성애자건, 흑인이건 백인이건, 공화당원이건 민주당원이건 제3당 지지자건 간에, <퀴어 아이>를 시청하고 나면 당신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질 것이다. 당신은 분명히 큰소리로 웃어댈 것이고, 분명히 눈물도 흘릴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당신은 우리의 정체성 정치가 겨냥한 유일한 목적이 우리를 분열시킨다는 걸 깨닫게 될 테다.

이번 시리즈도 오리지널 시리즈처럼 다양한 스타일링에 나선 팹 5명의 뒤를 따라간다. 배경은 뉴욕 거리에서 비교적 보편적인 애틀랜타 지역으로 교체됐지만 팹 5는 각자가 보유한 재능과 솜씨를 발휘해서 현지 남성들의 생활을 더 낫게 변화시킨다.

하지만 단순히 그루밍에 유용한 정보만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재 미국 사회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많은 논란에 대한 진솔한 관점과 놀랄 만한 의견을 주고받기도 한다.

첫 에피소드는 시간 낭비 없이 이 점을 명확히 한다. 첫 화에 등장한 이성애자 남성은 팹 5중 한 명인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아내” 역할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묻는 것으로 젠더 고정관념에 대한 논쟁의 불을 댕긴다.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신랄한 순간은 팹 5가 전직 해병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당당히 표를 던진 인물을 스타일링할 때다. 경찰이 팹5가 탄 차를 길가에 정차라고 지시한다. 운전하던 소위 ‘문화 덕후(culture vulture)’ 카라모 브라운은 흑인인지라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래서 나를 운전석에 앉히면 안 된다는 거야.” 그는 다른 출연자들에게 말한다. “이런 종류의 경찰을 나는 무척 잘 알고 있단 말이야.”

이후의 장면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알려주는 대신, TV를 보는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는 것만 말하겠다. 경찰의 잔인함이 흑인 남성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현실의 밑바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 에피소드의 후반에서, 브라운은 우리에게 말한다. “경찰관 한 명과 게이 한 명이 한 마디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오랜 갈등이 해소될 거란 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그런 대화는 조금이라도 눈을 더 뜰 수 있게 만들어줄 거예요.”

이것이 <퀴어 아이>가 다루는 주제다. 시종일관 웃기고 명랑한 이 프로그램은 자신들이 대대적인 혁명의 불을 댕길 수 없음을 인정한다. 더불어 불편한 주제를 못 본 척 외면하지 않을 것임을, 그런 주제들을 다루려면 합리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안다. 정치적 노선, 출신 배경을 떠나서 대다수 사람이 파벌을 이유로 내팽개쳐버린 가치를 찾기 위한 발버둥이라고나 할까.  

원작과 같이 <퀴어 아이>는 이성애자 남성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게이 감수성을 활용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성애자 남성과 동성애자 남성이 서로의 진면목을 이해하고 뭔가를 배우며 사랑하는 사례를 보면서 극단적으로 다른 사람들도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가 기꺼이 노력한다면 공존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말이다. 실제로도 공존하는 척 사는 것보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더 재미있다.

결국 <퀴어 아이>가 제공하는 유용한 가르침은 스타일링이나 개선된 생활공간, 자몽 아보카도 샐러드를 만드는 요리법이 아니다. 이성애자 남성들이 누군가에게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더라도, 완벽하지 않더라도, 연약하더라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미국 사회의 혈관을 따라 그릇된 남성성이 흐르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심지어 요즘엔 #Metoo 운동으로 인해 서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시점에서 <퀴어 아이>는 남성성이라는 제약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거푸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외친다. 스스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반드시 챙겨봐야 할 프로그램이다.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Bobby Box
  • 영상출처 유튜브 'Netflix'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