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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웹툰 추천

스토리, 그림체, 재미까지 두루 갖춘 대작들을 추천 받았다.

‘웹툰 좀 본다’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웹툰이 있는지 물었다. 질문을 던지기 무섭게 장문의 답장이 왔고, 소위 ‘프로웹툰러’가 그렇듯 스토리라인, 그림체, 세계관 등 입체적인 시선으로 각종 찬사를 속속 보내줬다. ‘일단 봐, XX 재밌어’ 정도의 몇 가지 비속어만으로 충분히 전달할 수 있지만, <플레이보이>는 좀 더 친절하게 적어봤다. 지금 주목하는 웹툰 10가지. 

<은하> 그리폰&냥파공&바부그러
한국 웹툰 역사상 전무후무한 스페이스 오페라다.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든 상상 이상의 방대한 우주관과 캐릭터를 만나게 될 것이다. 원작자의 그림체가 과하게 개성 있다. 현재는 그림 작가와 함께 공동으로 리메이크 작업 중이다. 이는 블로그 연재로 만나볼 수 있다. 한국판 <원펀맨>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한번도 보지 못했던 개성 넘치는 웹툰을 갈구하는 사람에게 추천. 황승훈(방송 작가)

 

<원주민 공포만화> 원주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한 이 공포 웹툰은 작가 본인 이야기로 첫 화를 시작했다. 미술학원 강사로 지내면서 나이 서른을 먹고도 웹툰 작가를 꿈꾸는 모습이 취업준비를 하던 내 처지와 비슷해서 보기 시작했다. 공포만화라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작가에게 인간적으로 공감해 끌린 셈이다. 웹툰 자체도 인간적이다. 공포물로 시작해 말도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엔딩으로 마무리한다. 단 일제강점기나 음주운전처럼 사회적인 소재를 다룰 때는 웃음기를 모두 빼고 진지하게 결말을 맺는다. 무서운 걸 정말 싫어하는데, 인간적이고 개념 있는 작가가 좋아서 밤마다 불을 켜놓고 이 웹툰을 본다. 결말이 대부분 웃기게 끝난다는 걸 알면서도 중간에 귀신이 나오는 장면을 볼 때는, 거짓말 안 치고 진짜 무섭다. 주동일(회사원)

 

 

<우리가 바라는 우리> 잇선
SNS로 인터뷰 요청을 했더니 “인터뷰 부끄요”라고 답변이 왔다. “아쉽지만 부끄러우시면 다음에 인터뷰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치려다 웃겨서 그만 “아쉽징산 부스러우시면 다음에”라고 보냈다. 그러자 “저 부수고 싶으세요?”라고 답변이 왔다. 잇선 작가는 결국 인터뷰에 응해주면서 손으로 그리던 웹툰 한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줬다. 잇선의 작품은 루저들의 솔직하고 우스꽝스러운 푸념으로 가득하다. 독자들의 처지와 닮아서 웃다가도 마음이 저려 스마트폰을 끌 때쯤이면 자기도 모르게 인물들을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몽글거리는 선과 흑백 톤, 회의적이지만 비관적이진 않은 스토리 전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고민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초등학교 때 좋아하던 만화 캐릭터를 그림으로 그려 파일에 끼워 간직하듯, 작중 인물들을 영원히 보고 싶어 책을 사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웹툰이다. 주동일(회사원)

 

<신도림> 오세형
방사선에 노출된 10대 캐릭터들은 웹툰 속에서 늙지 않는다. 게다가 특이한 능력까지 얻어서 서로 싸우는 이야기. 무엇보다 그림체, 채색 그리고 설정 자체가 독특해서 자꾸 보게 된다. 양준승(개발자)

 

<짬> 주호민
이 웹툰을 처음 본 건 군대에서였다. 일병이었던 나는 생활관 책장 구석에 꽂혀 있는 <짬>이라는 만화책에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주말 낮, 선임들이 음악 방송에 집중할 때 몰래 자리에 ‘짜져서’ <짬>을 본 기억이 난다. 재미있고 현실적인 주호민 작가의 군대 이야기는 몰입도가 장난 아니었다. 선임 한 명이 몰래 내 어깨를 두드리며 “짬 만화도 짬이 차야 볼 수 있어”라는 말 한마디를 던졌고, 난 바로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이 단행본은 펼친 지 얼마 안 돼서 다 봤다. ‘군인의 마음은 다 같구나’ 하며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해줬던 것 같다. 아직도 친한 동네 형 만나는 기분으로 가끔 펼쳐본다. 군대에 가기 직전이거나 막 제대한 남자들에게 추천. 임성필(포토그래퍼)

 

<제로 게임> 즐바센
판타지 속에 로맨스가 가미돼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캐릭터들은 게임 속으로 들어가는데, 형제 캐릭터가 소위 ‘존잘’이다. 동생은 파란 눈이고 형은 붉은 눈을 가졌는데 마치 바다와 불을 보는 느낌이랄까? 동생은 여자 주인공을 좋아하는데 정말 꿀이 떨어진다. 순정은 1도 모르지만, 판타지라면 죽고 못 사는 남자들에게 추천한다. 참고로 로맨스 부분은 뒤에 나오기 때문에 끈기를 가지고 볼 것. 이아름(회사원)

 

<죽음에 관하여> 시니&혀노
내게 웹툰이라 하면 ‘킬링 타임’용인데, 이 웹툰을 볼 때만큼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낸 느낌이다. 그만큼 교훈적이라고 해야 하나? 음침해 보이는 그림체도 마음에 들었을 뿐만 아니라 ‘죽음’이란 소재로 풀어나가는 스토리도 깨나 독창적이다. 추천한다면, 스트레스로 몸부림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죽음이라는 건 어둡고 허탈한 내용이긴 하지만, 인생사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 아마도 그런 사람들이 이 웹툰을 본다면 큰 위로가 될 테다. 우주(뮤지션)

 

<트레이스> 네스티캣
미친 웹툰이다. 그림체는 좀 못났지만 서사가 웬만한 할리우드 SF 영화 뺨을 ‘두 대’ 친다. 벌써 시즌이 4개나 지났기 때문에 급하게 휘리릭 읽기 보단 이야기 전개를 좇는 방식을 추천한다. 한국에는 괜찮은 SF 장르가 없다고들 하는데 정말 SF 멋지게 만들어내는 놈들이 있다는 걸 경험하고 싶은 ‘놈’들에게 추천한다. 인간과 제3세계에서 온 이방인 ‘트러블’과의 싸움으로 시작하는데, 인간은 어떤 무기로도 트러블을 죽일 수 없다. 인간 중에서도 ‘트레이스’만이 이들을 죽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트레이스는 돌연변이라는 것. 외모가 기이하거나 어딘가 다르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따돌림을 받거나 차별받았던 사람들이다. 이 소외 계층이 자신을 모서리로 내몬 인간들을 위해 싸워야 한다. 처절한 위기 앞에 놓은 인간 군상들이다. 배경은 63빌딩처럼 굉장히 한국적인 무대다. 그 위에서 장대한 스토리가 마치 바다처럼 드넓게 펼쳐진다. 거부할 수 없게 말이다. 양보연(프리랜스 에디터)  

 

<타인은 지옥이다> 김용키
‘컷툰’의 매력을 제대로 살린 스릴러 장르다. 컷툰은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는 기존 방식이 아닌 슬라이드하여 옆으로 넘기는 방식을 말하는데 한장 한장 너무 긴장된 나머지 줄어드는 컷이 아까울 지경. 연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웹툰 좀 본다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난 작품이다. 고시원에 사는 남자 주인공은 그곳에 살고 있는 ‘미친 인간들’로부터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세입자들은 온종일 자신의 방문 앞을 서성거리거나, 새벽녘 우연히 마주치면 욕을 퍼붓는다거나 등등 기괴한 행동을 보인다. 아직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는데, 서서히 미쳐가는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굉장히 잘 묘사했다. 그들이 미친 건지 주인공이 미친 건지 모를 정도. 주인공들의 희번덕거리는 동공을 주목하라. 백가경(플레이보이 에디터)

 

<곱게 자란 자식> 이무기
웹툰은 대체로 베스트 댓글을 보면, ‘대작 스멜’의 여부를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웹툰의 댓글에는 ‘작가님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일제강점기 시대 때 평범한 사람들이 겪은 수모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푸근한 그림체와 함께 맛깔나는 사투리를 구사하여 몰입도를 높인다. 좀 거창하게 큰 의미를 담아 인생 웹툰을 꼽으라면, 망설이지 않고 <곱게 자란 자식>을 꼽겠다. 백가경(플레이보이 에디터)

Credit

  • 에디터 백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