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트렌드3

여름의 책

뜨거운 계절, 푸른 바닷가와 잘 어울리는 책 3권을 골랐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쏟아지다가도 어느새 강렬한 태양 빛이 내리쬔다. 오늘도 같은 건물, 같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7월의 바닷가가 절로 떠오른다. 맑고 푸르게 물결치는 파도가 있는 곳. “여행 가고 싶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당신을 위한 ‘여름의 책’ 3권을 소개한다. 

여름의 책

바다로 퇴근하겠습니다 사실 퇴사는 꽤 예전부터 유행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퇴사에 관한 책이 쏟아져도, 성공적 퇴사 에피소드를 들어도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제목이 말하듯, <바다로 퇴근하겠습니다>를 쓴 미아는 바다로 퇴근하는 삶을 선택했다. 광고회사에 근무하며 주말 서퍼로 2년간 지내다가 일과 서핑을 병행하기 어려워 호주로 향한 것. 근근이 워킹홀리데이 개념으로 일을 하기 시작한 그는 매일 바다와 함께한다. 처음 낯선 곳에 발을 디뎌 적응하는 과정부터 지역 주민과의 소통, 서핑 상식, 그곳에서 얻은 인생의 교훈까지. 작가는 당시의 설렘을 가득 담아 찬찬히 설명한다. 곳곳에 실린, 평화로운 호주의 바닷가를 찍은 사진 또한 떠나고 싶은 독자의 마음을 자극한다. ‘태양은 만인의 것, 바다는 즐기는 자의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나도 몰래 눈부신 해변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미아,  1만2천원

여름, 스피드 ‘게이 소설가’ 김봉근은 <여름, 스피드>에 대해 ‘나를 닮은 글’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 담긴 6편의 단편소설은 실제로 일상 속 사랑과 닮았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만나고 연애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두 남자. 평범한 하루에 진하게 스며든 사랑은 솔직하면서도 이따금 격정적인 말과 행동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 계절은 이들의 관계만큼 뜨거운 여름이다. 표제작인 ‘여름, 스피드’에서 보고 싶었던 사람을 다시 만나 “너랑 키스하고 집에 가면 남색 유니클로 팬티 앞이 흠뻑 젖어 있었거든?”이라고 말하더니, 여름의 한강에 브리프 차림으로 함께 뛰어들어 수영하다가 서로의 진심을 털어놓는 식이다. ‘나를 닮은 글’을 썼다는 작가는 책의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이런 문장들로 마무리한다. “소설은 여름을 닮았고, 여름은 소설을 닮았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 나에겐 아직 더 많은 사랑이 남아 있다. 그리고 아직 우리의 사랑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김봉근, 문학동네, 1만3000원

망상집 여름을 즐기고 싶지만 현실에서 도망칠 수 없다면, 그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무료한 여름날을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더라도 떠올리는 것만으로 욕구를 해소하고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끼게 될 테니. 취미 및 특기가 망상이라고 말하는 오지수, 이지현 작가는 둘이서 나눴던 망상이 담긴 대화를 책으로 펴냈다. “만약 로또에 당첨된다면? 애인이 있는 내게 연예인이 갑자기 사랑의 고백을 한다면?” 굉장히 쓸데없는 이야기 같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작가에게 공감하고 스스로에게도 그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서정하 작가의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일러스트레이션도 망상에 힘을 실어준다. 책의 표지에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망상할 수 있는 공간인 ‘망상 해수욕장’이 그려져 있다. <망상집>을 읽으며 그 고운 모래 위에 함께 발 도장을 찍어보는 건 어떨까? 오지수·이지현, 아무나하나, 8000원

Credit

  • 에디터 김선희
닥터 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