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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巨匠) 메이웨더의 쇼타임

메이웨더가 굳이 '복싱 하룻 강아지'를 상대한 이유.

어디까지나 재미로 해보는 상상이다. 현역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는 독일 바이에른 뮌헨의 마누엘 노이어가 뜬금없이 언론에다 대고 이런 인터뷰를 했다고 치자. “공 잡는 거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설령 상대가 팀 던컨(Tim Duncan)이어도 결과는 같다. 그와 리바운드 시합을 해서 이길 수 있다.”
팀 던컨이 누구인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피지컬 괴수들이 판을 치는 미 프로농구 NBA에서 20년 동안 골 밑을 지배한 최강의 ‘빅맨’이다. 비록 ‘Mr. Fundamental’이라 불릴 정도로 소박한(?) 기본기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통에 보는 맛이 없다며 까일 때도 있지만, 그의 완벽한 실력만큼은 누구나 인정한다. 아무리 노이어가 공중볼 경합 승률 100%에 가까운 현존 최고의 골키퍼라 하더라도 농구 선수, 그것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워 포워드로 꼽히는 팀 던컨을 상대로 리바운드 싸움에서 이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재미로 해보는 상상이라 해도, 이쯤 되면 개소리라며 성낼 사람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런데 이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아마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거다. 맞다. 바로 얼마 전 열린 플로이드 메이웨더 vs. 코너 맥그리거의 복싱 경기 얘기다. 이 두 사람의 대결은 필자가 앞서 예시로 든 마누엘 노이어 vs. 팀 던컨의 리바운드 대결만큼이나 황당했다. 아무리 코너 맥그리거가 UFC 최고의 타격가로 불린다지만 49전 49승 무패의 최강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에게 복싱으로 덤빈다니, 이게 말이나 될 법한 소리인가? 아니, 애당초 이 대결이 진짜로 이루어질 거로 생각한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여기엔 승패를 넘어선 복잡한 ‘어른들의’ 사정이 존재한다. 과거보다 인기가 조금 떨어졌다지만, 여전히 복싱은 축구, F1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스포츠다. 격투기로만 한정한다면 압도적인 넘버원. UFC가 요즘 잘 나간다고 해도 복싱과 어울리기엔 체급 차가 너무나 크게 난다. 즉, 복싱과 UFC는 (시장 규모와 산업적 위상의 측면에서) 아직 ‘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맥그리거와 UFC의 데이나 화이트 사장이 작년부터 주야장천 메이웨더를 도발하며 입을 털 때마다 복싱계 인물들이 불쾌한 반응을 보였던 건 이처럼 “어디 급도 안 되는 것들이 까불어?!”라는 심리가 깔렸었기 때문이다. 만약 ‘복싱 챔피언 vs. UFC 챔피언’이란 타이틀의 경기가 열리면 복싱과 UFC가 서로 얼추 비슷한 레벨이라 생각하는 여론이 생길 수 있었다. 안 그래도 무섭게 크고 있는 UFC인데, 굳이 복싱이 나서서 그의 이름값을 올려줄 필요는 없었다.

메이웨더 개인에게도 맥그리거와의 대결은 그다지 매력적인 카드가 아니었다. 49전 무패의 전설적인 업적을 쌓고 은퇴한 지 채 2년이 안 된 그가 이제 갓 복싱 라이선스를 취득한 ‘핏덩이’와 주먹을 겨루는 것은 영 그림이 좋지 않았다. 맥그리거가 현재 격투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라지만, 메이웨더는 이미 레전드의 반열에 올라선 지 한참이 지난 거물 중의 거물이기 때문. 맥그리거가 <쇼미더머니> 우승자라면, 메이웨더는 켄드릭 라마쯤 된다는 소리다. 랩 배틀을 벌이기엔 두 사람의 레벨 차이가 너무나 컸다. 하지만 메이웨더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맥그리거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돈을 너무 좋아해서 스스로 자신의 이름 앞에 ‘Money’라는 별명을 붙이고, “복싱 실력은 역대 최고라 하기엔 부족하지만, 흥행력만큼은 단연 No. 1”이라 평가받는 흥행의 거장(巨匠) 메이웨더가 돈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이 경기에서 대박의 징후를 포착한 그는 은퇴를 번복하고 ‘한탕’을 위한 물밑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맥그리거와 UFC 데이나 화이트 회장을 상대로 입을 털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자신을 박살 내겠다며 사냥개처럼 연신 으르렁대는 맥그리거에게 “분명 난 전성기에 비해 최고의 몸 상태가 아니야. 그래도 너 정도는 갖고 놀 수 있어”라며 강자의 여유를 보이는가 하면, “진짜 부자는 너 같은 옷 안 입어”라는 식의 묵직한 팩트 폭행(경기 전 메이웨더의 재산은 약 4,800억 원, 맥그리거는 ‘고작’ 420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을 시도하는 등 절정에 달한 트래시 토크를 선보이며 팬들의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흥행 마스터 메이웨더의 능수능란한 조율 덕이었을까? 8월 2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쳐진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경기는 이전까지 페이퍼뷰(Pay-Per- View, 프로그램 유료 시청제) 판매 최고 기록이었던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경기의 북미 판매량 460만 건을 넘어서는 초대박을 터트렸다. 단순히 흥행만 잘된 게 아니었다. 경기 내용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뒤따랐다. “1라운드 몇 초가 지나지 않아 끝날 것”이란 몇몇 복싱 전문가의 예상이 무색하게 맥그리거는 메이웨더를 상대로 10라운드까지 가는 선전을 펼쳤다. 메이웨더가 맥그리거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그림을 예상했던 사람들은 뜻밖의 반전에 열광했고, 레전드 복서를 상대로 대단한 성과를 거둔 맥그리거의 활약에 동료 UFC 선수들은 찬사를 쏟아냈다. 결과적으론 메이웨더가 TKO 승리를 거두며 복싱은 자존심을 지켰고, UFC는 자신감을, 팬들은 만족감을 얻었다. 모두가 기뻐할 해피엔딩이 펼쳐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이 경기가 10라운드까지 갈 만큼 치열했던 승부였을까? 경기가 펼쳐진 미국을 비롯해 중계를 맡았던 각국의 해설진들은 “광고 수익을 위해 메이웨더가 일부러 경기를 질질 끈 것”이라 입을 모은다. 맥그리거가 잘 싸운 건 사실이지만, 결국 메이웨더 손바닥 위였다는 뜻이다. 경기 내용을 복기해보자. 맥그리거는 경기 초반(1~3R) 맹렬하게 공격을 펼치며 메이웨더를 몰아붙였다. 반면 메이웨더는 그 기세에 눌려 변변한 주먹 한번 뻗지 못했고 방어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UFC 챔피언이 복싱 챔피언을 주먹으로 제압하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대반전이 펼쳐질 것으로 같았다. 하지만 맥그리거의 기적은 거기까지였다. 메이웨더를 ‘때리다 지친’ 맥그리거는 더는 경기 초반의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후 경기가 끝날 때까지 29살의 ‘젊은이’를 상대로 한 40살 ‘아재’의 매타작이 이어졌다. 맥그리거는 그렇게 계속 맞았다. 얻어맞다 다리가 풀리고 팔이 덜렁거리는 상태가 되어서야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10라운드, 메이웨더의 TKO 승리였다. 경기 후 전문가들은 복서로서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수준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 경기라고 평했다. 맥그리거의 공격은 그럴듯해 보였지만 메이웨더에게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고, 심지어 경기 초반 그 공격 기회조차 메이웨더가 전력 탐색을 위해 봐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시작부터 끝까지 메이웨더의 의도대로 진행된 경기였다는 얘기였다.경기 초반 상대의 공격을 유도해 체력을 소진하게 시키고 남은 시간 동안 득점 위주의 안전한 공격을 성공시켜 승리를 따내는 건 세상이 다 아는 메이웨더의 경기 스타일이다. 맥그리거 역시 이를 알고 초반에 승부를 걸었을 터. 하지만 8체급 석권에 빛나는 최강 공격력의 사나이 매니 파퀴아오도 뚫지 못한 메이웨더의 철통 방어다. 애초에 복싱 초짜 맥그리거가 넘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처럼 메이웨더는 본인이 질 리 없는 뻔한 경기를 가져다 희대의 대박 경기로 홍보한 후, 그럴듯한 연출과 깔끔한 마무리까지 더해 또 한 번의 흥행 신화를 썼다. 그렇다면 감독, 각본, 주연 메이웨더에 조연 맥그리거가 활약한 이 작품의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영국의 <BBC>는 이 경기를 통해 메이웨더가 무려 3억 달러(약 3천381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얻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덕분에 메이웨더는 스포츠 스타 중 1조 원 이상의 돈을 벌어들인 역사상 세 번째 인물(다른 2명은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이 됐다. 말 그대로 ‘조(兆)만 장자’의 대열에 합류한 것. 억만장자 소리 들을 때도 세계 정상급 돈 지랄로 유명했는데, 앞으로의 모습이 어떨지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정신 건강을 위해 당분간 메이웨더 SNS 들여다보는 짓은 삼가야겠다. 하, 부럽다, 시X!

Ex) 경기 후 언제 서로 욕하고 싸웠냐는 듯 훈훈하게 인사를 주고받은 메이웨더와 맥그리거. 여기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UFC 경기를 통해 받은 대전료 중 최고 액수가 34억원에 불과했던 맥그리거. 메이웨더 형님(?)이랑 딱 한 게임 치르고 받은 대전료가 그 열 배에 가까운 338억 원이다. 여기에 페이퍼뷰 수익 등을 모두 합치면 1천127억 원가량을 받게 됐단다. 이만하면 인사가 아니라 머리 조아리고 절이라도 할 만하지 않은가?

플로이드 조이 메이웨더 주니어
(Floyd Joy Mayweather Jr.)

생년월일: 1977년 2월 24일
국적: 미국
신장: 173cm
체중: 68kg
윙 스팬: 183cm
체급: 슈퍼페더, 라이트, 라이트 웰터, 웰터, 슈퍼웰터
스타일: 오소독스
링네임: Pretty boy, Money

Credit

  • 디렉터 윤신영
  • 무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