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어록

자위와 자살, 이 중에서 자위가 낫지 않은가?

마광수의 저서 ‘청춘’ 표지

마광수가 어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로서는 자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상태다. 그는 살아 생전, 한국 문단에서 성에 관해 신랄한 작품을 여럿 남겼다. 죽음 직전까지도 성 개방에 관한 저술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혹자는 시대를 타고나지 못한 예술가라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애도의 뜻을 담아 그의 어록을 이곳에 모았다.  쉽게 읽히는 문장에선 교조주의와 엄숙주의를 비난하고, 솔직함과 자유를 좇았던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나라가 이중적 기만이라는 게 그런 거 아냐, 실제로 우리나라가 지하 음란시장이 세계 제일이래요. 성에 대해서 행위에 대해서 제일 너그러운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보는데, 겉으로는 담론에서는 그렇게 벌벌 떨죠. 이것도 아주 특이한 현상이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에요. 결국, 이것도 다 근대화가 안 돼서 그렇다고 봐요. 근대화의 가장 중요한 건 솔직성이에요. 솔직성을 보이려고 쓴 게 루소의 고백록 아녜요. 그런 것들이 다 여태 체화되지 않은 거죠. 이젠 정말 문화독재가 문제라는 걸 심각하게 느껴요. 문민정부 와서 여러가지를 우리가 겪어봤잖아요, 옛날같이 간단한 처방 갖고는 안된다는 거지. 군인만 나가면 된다, 이게 아녜요. 해방 때도 그랬잖아, 해방만 되면 된다 그랬더니, 웬걸. 이젠 그야말로 문화개혁을 해야 되고 의식개혁을 해야 되는데. 의식개혁이라는 게 단순하게 도덕, 윤리, 정화, 이건 아니라고. 하여튼 뿌리 깊은 전근대적 사고, 조선조식 유교 윤리, 여기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안되고. 그것의 가장 큰 표징이 되는 게 성이라고요, 특히 이중적 행동에서 가장 드러나는 게 성행동이니까.”

발췌: 강영희, ‘마광수: 외계인의 모진 세월 견뎌가기’, <월간 사회평론 길>,  1997.
마광수의 저서 ‘즐거운 사라’ 표지.

“우리나라는 투사가 아니면 변절자를 만들어내요. 나도 그냥 내버려두면 나 자체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게 된다. 그런데 자꾸만 날 자극하니까 내가 빌겠어요, 어쩌겠어요? 난 나대로 싸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사람이거든.”

발췌: 이숙경, ‘마광수는 왜 “야한 여자”만 좋아하는가’,  <월간 길을 찾는 사람들>, 1992.

 

“어렸을 때부터 나는 ‘현실’보다는 ‘꿈’ 안에서 사는 쪽이었다. 몸이 허약하다 보니 자연 행동력이 부족하게 되었고, 육체의 열등감을 정신적 공상이나 백일몽으로 보상받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발췌: 마광수, <왜 나는 순수한 민주주의에 몰두하지 못할까> 중 ‘나의 길’, 1997.
마광수의 저서 ‘나는 헤픈 여자가 좋다’ 표지

“노동자의 삶을 예찬하면서도 그들 스스로는 노동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 지식인의 부르주아적 삶을 비난하면서도 그들 스스로는 오히려 부르주아적 삶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외침을 더욱 공허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발췌: 이숙경, ‘마광수는 왜 “야한 여자”만 좋아하는가’,  <월간 길을 찾는 사람들>, 1992.

 

“내가 지금까지 줄곧 얘기해온 ‘야한 사람’의 요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겉 다르고 속 다른 허위의식이나 위선에 빠지지 않고 안팎으로 솔직한 사람을 가리킨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강조해온 ‘야한 정신’은 정신보다는 육체에, 과거보다는 미래에, 국수주의보다는 세계적인 보편성에, 집단보다는 개인에, 관념보다는 감성에, 명분보다는 실리에, 교조주의보다는 다원주의에 가치를 두는 세계관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런 세계관으로의 변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성에 대한 의식의 변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발췌: 마광수, <성애론>, 1997.
강준만의 저서 ‘마광수 살리기’ 표지

“일본에선 나의 소설을 두고, ‘반유교적 이념 소설’이라며 의미 있는 평가를 하고 있어요. 이 땅의 ‘도덕을 팔아먹는 사람’들과는 상반되는 시각이죠. 문화적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관능적 자유와, 관능미의 민중적 확산작업 정도는 얼마든 수용한다는 징표입니다.”

 

“운명은 야(野)합니다. 행복한 운명은 인내와 절제가 아니라 관능적 열정과 순진한 떼쓰기에 있습니다. 왜냐? 운명은 솔직하기 때문이죠. 육체적 본성이 지닌 솔직한 욕구에 따라 정직한 기계처럼 움직이는 게 운명이란 것입니다.”

 발췌: 박경만, ‘만나고 싶었습니다- 마광수’, <출판 저널> 2005년 7월호.

Credit

  • 에디터 백가경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