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된 306 보충대, 어떻게 변했을까?

재입대하는 그런 착잡한 기분으로 직접 가봤다.

딱 10년 됐다. 의정부라는 도시는 일 때문에 가끔 가긴 했지만, 딱히 일부러 찾아 간 적이 없다. 그런데도 10년 만에 다시 찾아 온 이곳을 생생히 기억하는 내게 스스로 놀라웠다. 추억일까? 트라우마일까? 어쨌든 나는 그렇게 10년 만에 또 왔다. 입대 당시 심정은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불나방이 된 기분이었다. 지금 감정은 세월이 흘렀다는 걸 자각한 왠지 모를 씁쓸함이 지배적이다. 그땐 그렇게나 바글바글했는데, 이제는 조용하고 한적한 서울 외곽의 한 그린벨트구역 같은 느낌이다.

이른 아침에 출발했다. 입대하던 그때 그 날을 스스로 시뮬레이션하고 싶은 마음에 일찍 눈을 떴다. 10년 전, 그날처럼 외곽순환도로를 탔다. 그때는 어머니가 운전한 차를 탔지만, 지금은 내가 직접 차를 몰고 갔다. ‘그때 나의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밟다가 휴게소에 들렸다.

깻잎이 들어간 부대찌개를 처음 먹어봤다.

도착했다. 때마침 비가 오더라. 의정부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정확히 이곳의 위치는 의정부시 호원동이다. 10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 당연히 많이 달라져야지. 10년인데. 외제 차 매장이 5층, 6층 건물로 여럿 있었다. 운전 중,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자 ‘돈가스 클X’, ‘X디야 커피’ 같은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늘어져 있었다. 내가 갔던 10년 전 당시엔 없었던 것들이 생겨나니 그저 신기했을 뿐이다. 내가 입대할 때는 돈가스 클럽 같은 건 없었다. 10년 전엔 돈가스가 없어서 부대찌개를 먹고 입대했다. 그곳에 들어가기 전 최대한 기름진 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돈가스 클X은 그곳에 없었다. 내게 ‘돈가스’라는 음식은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음식이다. 그 음식을 입대할 때 먹었다면 3박 4일인 나의 장정 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을 거다. 하지만 그때 부대 앞은 백숙이나 부대찌개가 대부분이었다. 백숙은 왠지 군대 가도 가끔 먹을 것 같아서 부대찌개를 택했다.

내가 들어갔던 식당. 부대찌개가 정말 맛있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가서 이곳저곳 둘러보다 보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나는 그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이것이 스팸인지 천하장사 소시지인지 분간할 수도 없었던 입대 직전 그 착잡한 맛을 또 한 번 느껴보고 싶어져 부대 앞 몇 개 남아 있지 않은 식당으로 들어가 부대찌개를 주문했다. 이제 부대 앞에 즐비하던 음식점은 입대 장병이 가족과 함께하는 마지막 식사를 하던 그 식당들이 아니다. 특수한 상황이 사라진 평범한 ‘그냥 식당’으로 변모했기 때문에 그들도 맛의 경쟁에 뛰어든 듯했다. 그 증거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 그때 당시의 음식 퀄리티와 지금의 퀄리티가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매우 맛있었던 부대찌개와 뽀뽀할 뻔 했다.

오히려 서울권에서 자주 먹었던 여느 프랜차이즈 부대찌개보다 더 훌륭했다. 충분히 306 보충대 버프 떼고도 타 부대찌개와 붙어 볼 만한 음식이었다. 깻잎, 미나리 등의 채소가 적절히 들어가 부대찌개 햄과 곁들여 먹으니 ‘이 정도면 가벼운 마음으로 <진짜 사나이>를 부를 수 있겠구나’라는 마음이 한 것 들었다.

바지 입었습니다.

다 먹고 나서 식당 앞 벤치에 앉아 믹스커피와 담배를 즐겼다. 나는 요즘 아이코스 담배를 피우는데, 문득 ‘요즘 군인에게 아이코스나 전자담배가 반입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 전자담배는 부대 지휘관의 재량에 따라 다른 거로 알고 있다. 아이코스도 그러겠지.

SG워너비 앨범 재킷 느낌으로 한 컷 “안녕 내 사랑 그대여…”
통신보안
문을 닫은 만남 슈퍼

그저 흔적뿐이다. 작은 군장점 같은 느낌의 ‘만남 슈퍼’는 굳게 문을 닫았다. 몇몇 식당도 한창 장사를 해야 할 점심 시간대인데 닫혀있다.

여기서 기념사진 꼭 한 번 씩 찍더라

2014년 12월 23일을 마지막으로 해체된 306 보충대 자리에 문화관광시설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 이렇게 한둘씩 추억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병력 양성소, <스타크래프트>로 치면 ‘배럭’같은 이 곳을 ‘존재 가치로 보고 남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을 뒤로하고 난 오늘도 <배틀 그라운드>에 접속한다.

Credit

  • 에디터 윤신영
  • 포토그래퍼 홍안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