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열렬히 부르짖는 그는 여자, 아내 그리고 엄마다

한 집에서 다른 꿈을 꾸는 부부의 우주가 처참히 무너져 내린다.

필연적으로 인간은 수많은 공간에 드나든다. 그만큼 무수히 많은 공간 중 ‘내 집’은 누구에게나, 어떤 식으로든 특별한 공간이다.
하지만 모두가 집을 행복이 넘실대는 따듯한 요람처럼 긍정적으로 추억하는 건 아니다. 누군가에게 온기 가득한 쉼터지만, 다른 이에겐 감정의 전쟁터일 수 있고, 몇몇 창작자에겐 둘도 없는 작업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은 개인의 무언가로 채워지며 이곳에서 우린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 요약하자면, 집은 개인의 작은 우주다.

<마더!>는 이 좁은 우주가 감정적으로, 물리적으로 요동치며 벌어지는 한 부부의 이야기다. 그 중심엔 마더(제니퍼 로렌스)가 있다. 함께 사는 남편(하비에르 바르뎀)은 유명한 시인이며 그에게 집은 최적의 창작 공간이다. 마더는 한 번 잿더미가 되었던 이 집을 그의 말처럼 “(부부만의) 파라다이스”로 만들고 싶어 한다. 작은 소품부터 벽의 페인트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아낀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손님이 찾아온다.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한 남자(에드 해리스)다. 마더는 집안 곳곳을 누비며 ‘관람’하는 이 남자가 내내 불편하다. 설상가상. 다음 날엔 아내가, 또 그다음 날엔 아들들이 찾아오며 유혈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마더는 남편이 “(시적 영감이 고갈된 내게) 낯선 손님들의 방문이 새로운 영감을 준다”며 그들을 자신이 아끼는 집에 상의 없이 머물게 했다는 게 서운할 따름이다. 알고 보니, 두 사람에게 집이 다른 목적과 의미를 지닌 공간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에게 집이 다른 목적을 둔 공간인 건 분명해진다. 그럴수록 집은 부서지고, 깨지고, 사람들로 북적이다 못해 무너져 내릴 지경이다. 마치 마더의 격앙된 감정이 집에 투영된 것 같은 인상이다. 스크린을 뚫어지게 응시해도 ‘보았다’는 말보다 ‘체험했다’는 말이 잘 붙는다. 말하자면,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영화적 경험이다.
<마더!>는 등장인물의 말 대신 관객의 눈으로 서사를 이해시키는 영화다. 배우의 입보단 클로즈업된 감정적인 배우의 얼굴과 요동치는 집 자체로 설명을 함축한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전작을 돌아보면 닮은 점을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더 레슬러>(2008)와 <블랙 스완>(2010)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의 망상을 현실로 끌어내 보여주는 방식. <마더!>는 러닝타임 122분 중 66분간 클로즈업을 받아낸 마더와 그의 차오르는 감정이 구심점이다.

“스크린을 뚫어지게 응시해도 ‘보았다’는 말보다 ‘체험했다’는 말이 잘 붙는다. 말하자면,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영화적 경험이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마더!>를 성경에서 차용한 이야기임을 밝혔다. 성경에 나오는 문구들이 직접 활용되기도 하며 ‘마더’라는 이름은 성모 마리아를 떠오르게 하는 등, 종교적으로 해석되는 순간이 종종 있다. 이를 테면 ‘어머니’라는 말로 여성성을 착취하는 방식이다. 모성애라는 거룩한 말로 보듬어도 마더에겐 잔혹한 순간이다.
마더는 사랑하는 남편에게 삶과 집을 내어주고도 ‘시적 영감의 원천’으로 취급된다. “서양 문화에서 대체로 자연은 ‘여성’으로 표현한다. 자연이 늘 생명을 주기 때문이다. <마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울부짖음이다.” 한 인터뷰에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세계라는 넓은 공간을 집이라는 좁은 공간에 압축한 뒤, 자연을 뜻하는 ‘마더(엄마)’의 존재가 위태롭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마더!>는 지구에 끔찍한 일을 벌이고 있는 우리에게 보내는 매서운 경고다.

“그러니까, 세계라는 넓은 공간을 집이라는 좁은 공간에 압축한 뒤, 자연을 뜻하는 ‘마더(엄마)’의 존재가 위태롭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마더!>는 지구에 끔찍한 일을 벌이고 있는 우리에게 보내는 매서운 경고다.”

제 세상을 압축한 집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참사에도 어떤 대응도 할 수 없는 여성의 무기력함, 그로 인해 발현되는 부정과 저항, ‘엄마’라는 이름이 가진 뜨거운 모성애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감정을 펼치고 이 모든 것에 ‘분노’라는 들끓는 감정을 더 해 여성(마더)에게 입혔다. 영화를 견인하는 건, 집도 그도 아닌 차오르는 마더의 감정 그 자체였다.
<마더!>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순간도 마더에게 희망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결말에 다다르면 알 수 있는 ‘그의 삶에 모든 것’까지 착취당하고 만다. 끝내 모든 것을 내어주고도 집이라는 우주마저 박탈 당한 마더.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122분간 보여준 분노라는 감정의 불꽃놀이는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마더가 그토록 지켜내고자 했던 집이 더는 단순한 공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를 처연하게 바라볼 자격은 누구도 없다. 마더는 사랑해서 감내했고, 치열하게 싸웠으며 열렬히 부르짖었다. 여자, 아내 그리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Credit

  • 에디터 양보연
  •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IMDb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