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플보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재알못'은 근무시간에 천국을 느꼈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 갔다. 처음이라 신났다. 가평은 최적화된 드라이브코스가 아니던가? 쏘카를 빌려 탔다. 회사 옆 가까운 건물 주차장에서 픽업했다. 경차만 몰아온 에디터에게 아반X는 광란의 파티장으로 데려다주는 호박 마차처럼 찬란했다. 엑셀감 또한 인상적이었다. 마치 어딘가에 폭 안겨있는 듯한 승차감도 좋았다. 

 

쏘카 안에는 세심하게도 물티슈와 쓰레기봉투가 마련돼 있었다. 꽉 찬 주유 게이지를 보며 흡족한 기분으로 출발! 

삼성동에서 가평까지 1시간 만에 완주했다. 길이 막히지 않아서 더욱 쾌적한 드라이브였다. 평일 오후였지만 자라섬국제제즈페스티벌 장은 벌써 도착한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올해부터 주요 공연장에서 간이 텐트를 금지하는 대신, 캠핑장을 별도로 마련해두었다. 지금쯤 당신은 재즈페스티벌에 대한 본격적 후기가 궁금하겠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본공연 시작하기 전 굶주린 좀비처럼 돌아다녔다.

희고 고운 손을 흔들며 호객하는 알밤 막걸리. 그의 손에 마법처럼 이끌려 닭갈비와 막걸리를 먹으러 갔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묘미가 바로 이것이다. 페스티벌 지역인 가평의 토속 음식을 한 데 모아놓고 파는 곳이다. 잣, 밤, 각종 농수산물, 막걸리, 닭갈비까지. 허기진 관람객들에게 건강하고 알찬 음식을 만들어 판다. 

파란색 천막, 빨간색 천막, 그런데 포장마차는 아니다. 휘황찬란한 이곳에서 잣 막걸리도 마셨다. 가평군에 서식 중인 산림 면적의 1/3이 잣나무다. 연인산, 명지산, 축령산 등 제법 높은 산에서 잣이 많이 나온다. 담백하고 고소한 잣의 풍미가 가득 담긴 막걸리였다. 

당신은 어떤 공연이 열렸을까 슬슬 궁금해질 테지만, 아직 이르다. 페스티벌에서 꼭 먹어야 하는 두 번째 음식! 이곳 푸드 트럭에서 만드는 것은 전부 환상적인 안주다. 위스키와 상큼한 레몬 소다를 섞은 칵테일에 잘 어울리는 음식, 칠리소스로 들들 볶은 통통한 새우다. 옆에는 파스타를 가미한 감자 샐러드가 한층 구미를 돋군다. 

 

드리프트도 빼놓을 수 없다. 아, 이제 천국의 시작인가 싶었다. 선선한 바람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이곳저곳에서 무대가 간헐적으로 열렸다. 튜닝하는 소리마저 재즈 뮤지션의 애드리브로 들리는 순간이었다. 

샐러드, 코울슬로 등 각종 디저트가 들어있는 피크닉백. 와인과 뱅쇼가 잘 어울리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 처음 찾는 사람이라면 필수인 준비물이 있다. 허세 부리며 얇은 옷은 절대 입지 않는 게 좋다. 낮에는 햇살이 좋을지 몰라도 저녁이 되면 상상 이상으로 추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돗자리와 담요, 와인은 필히 챙길 것. 여행 가방으로 한 짐 챙겨오는 전문적 관람객들로부터 주눅이 들 것이다. 가벼운 마음보다는 제대로 즐겨보자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겠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매년 가을마다 열리는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재즈 파티다. 해마다 한 국가를 선정해 재즈 뮤지션을 초청하고 있는데 올해는 음악 강국으로 잘 알려진 이스라엘이다. 유대 음악 전통 위에 실력과 개성을 쌓아 올린 독특한 재즈 스타들이 유독 많은 곳이기도 하다. 

흥이 나서 돌아보니 익숙한 막걸리들이 넘치는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재즈를 즐기는 가평에서는 막걸리 춤사위도 남달랐다. 

날이 지는 시간부터 본격적인 메인 스테이지 공연이 시작됐다. 추초 발데스와 곤잘로 루발카바는 아프로 쿠반의 정서를 바탕으로 클래식과 재즈를 더한 독자적인 음악 세계로 인정받는 재즈 뮤지션이다. 세계적인 재즈씬을 대표하는 두 명의 피아티스트의 만남은 환상적이었다. 

한껏 자유로운 애드립을 선보이는 추초 발데스. 올해 제59회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라틴 재즈 앨범상 수상한 그답게 천재적 선율을 들려주었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묘미는 가평 읍내 곳곳에서 열리는 ‘미드나잇 재즈카페’다. 경기카센타, 카페, 선술집, 호프집 등에서 관객에게 한층 더 다가가는 공연인 것. 그중에서도 경기카센타에서 열린 퓨전국악 앙상블 수(秀)의 공연이었다. 정말이지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정비를 했었던 이곳에서 아쟁과 첼로, 가야금과 피아노, 드럼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국과 서양이라는 음악적 요소뿐만 아니라 공간까지 한몫해 화음을 만드는 경지였다. 

퓨전국악 앙상블 수는 최근 애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초청받기도 했을 정도로 실력파 신예다. 익숙한 장단을 섬세하고 독특한 음색의 악기들로 다시 읽어내는 감각이 남다른 뮤지션이라 할 수 있다. 진부하게 한국전통 음악의 퓨전이라고 수식할 수 없을 정도로 신선했다. 

언제나 마무리는 중요하다. 치느님을 영접하며 ‘재알못’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마치려 한다. 특히나 미드나잇 재즈카페에 방문한 관람객들이라면 경기 카센터 근처의 대형할인점을 꼭 들러볼 것. 마트 입구에서 포장 판매하는 옛날 통닭이 정말 제대로다. 테이블에서 앉아서 먹을 수는 있으나 술은 반입 금지니, 재즈카페에서 선율과 술에 흠뻑 취하고 숙취용으로 치느님을 즐기면 어떨지! 

Credit

  • 에디터 백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