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살벌한 여자조폭들

<미옥>은 대체 어떤 여자일까?

영화 <미옥>

‘여성 누아르’라는 수식어를 당당히 붙인 영화 <미옥>이 곧 개봉한다. 누아르란 도시의 어둡고 무자비한 면모를 보여주는 장르다. 소위 남자의 비애와 폭력, 피로 점철된 이야기에서 여성은 팜프파탈을 뿜는 조연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미옥>은 다를 것 같다. 포스터만 봐도 섬뜩하다. 탈색한 쇼트커트, 게다가 옆 머리를 싹 밀어버린 주인공 나현정(김혜수)이 한쪽 눈을 멋들어지게 감고 총을 겨누고 있지 않은가?

영화 <미옥>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이 ‘누아르’에 과연 새로운 포문을 열어젖힐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영화 <미옥>은 조직의 언더 보스인 나현정과 그녀를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을 첨예하게 그려낸 영화다. 화려한 외모에 가려진 나현정의 잔혹한 면모가 압권이겠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게 생겼다. 나혜진만큼 멋진 여성 조폭이 등장하는 영화는 무엇이 있었을까? 한국 영화에서 여성 조폭의 인상적인 계보를 살펴보자.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류승완 감독의 작품 중 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를 기억하는가?  택시운전사 겸 전문 금고털이범 경선(이혜영)은 어두웠던 과거의 본인을 닮은 수진(전도연)을 만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죽잠바를 걸치고 짧은 머리를 쓸어 넘기는 이혜영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그 옆에서 내일만 살 것처럼 돈과 탐욕이 넘쳐흐르는 곳에서 악마처럼 ‘까르르’ 웃는 수진(전도연)은 얼마나 거칠 것이 없었던가? 지금 다시 보면 이 영화는 출연진의 스케일이 상당하다. 신구가 악역 보스를 맡고, 무술 감독 정두홍이 그의 보디가드 역할이며, 류승범은 중반에 조연으로 얼굴을 비친다. 심지어 잘 찾아보면 봉준호 감독도 취조 형사로 특별 출연한다. 

영화 <조폭 마누라>

이미지 그 자체로 심장을 두드려 팼던 조폭도 있다. 그 전까지 청순한 멜로 로맨스물에 등장했던 배우 신은경의 새로운 면모다. 영화 <조폭 마누라>에서 차은진(신은경)은 가위 하나로 남초 조폭계를 평정한 전설이다. 차은진이 시한부 인생을 사는 언니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 결혼을 해내는 이야기다. 배우 박상면이 특유의 코믹함을 살려 차은진의 남편으로 발탁된다. 영화 내용 중에 임신한 주인공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 등의 불건전한 내용으로 대중과 언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영화 <차이나타운>
영화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도 김혜수의 열연이 돋보였던 영화였다. 지하철 보관함 10번에 버려져서 이름이 일영(김고은)이 된 아이는 김혜수를 ‘엄마’라 부른다. 엄마는 엄마답지 않게 “증명해봐, 네가 아직 쓸모 있다는 증명”이라 서늘하게 말하고 일영은 정말 ‘쓸모 있게’ 성장한다. 정말이지 감정이라고는 없는 살인 기계가 된 일영에게도 마음에 불을 지피는 존재가 나타나는데 옴므파탈인지 팜므파탈인지 중요하지 않은 석혁(박보검)의 존재다. 일영(김고은)은 그를 만나며 세상에 눈을 뜨고, 엄마를 죽인다.

영화 <악녀>

이후 개봉한 영화 <악녀>에는 웬만한 남자 배우들보다 킬러 숙희(김옥빈)이 세상 멋있게 등장한다. 누구든 다 때려눕히고 사정없이 칼질을 한다. 이렇게 마냥 강해 보이는 숙희의 이미지와 달리 종말엔 사랑에 배신 당하고, 사랑을 구걸하는 단편적인 캐릭터로 머문다. 아쉬울 수밖에 없는 점일테다. 부디 곧 개봉할 <미옥>은 여성 캐릭터가 펼치는 세계를 더 깊고 입체적으로 그려주길 바라며. 중범죄 여성 죄수들의 유쾌한 탈옥기를 그린 영화 <밴디트>의 OST를 ‘전체 듣기’ 해본다.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영상출처 유튜브 'Fyhoca'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