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인이여, 양산을 들어라

<킹스맨> 속 멀린에게 없는 두 가지, 모발과 양산.

영화 <킹스맨> 스틸컷

척박한 두피에서 새싹은 피어나지 못했고 머리카락은 맥없이 가물었다. 타는 듯한 여름을 지나니 올해는 모발이 흉작이다. 선조들이 산을 깎아 밭을 만들듯, 서해안의 드넓은 갯벌이 썰물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듯, 이마는 느리지만 분명하게 넓어진다. 동이 튼다. 햇살에 반사된 내 두피가 붉게 빛난다.

자외선이 탈모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는 오래전부터 학계에 보고됐다. 자외선에 닿은 피부가 열기를 느끼기도 전에 검게 그을리듯,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된 머리카락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단백질 변성으로 거칠어지고 수분 부족으로 탈색된다. 여기에 바닷물의 염분과 수영장의 소독약, 모래사장과 여관방의 먼지까지 더해진다면 머리카락이 쉽게 갈라지고 부서져 탈모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즉, 해변에서 타올랐던 것은 우리들의 마음이 아닌 모발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자기장’ 같은 자외선 아래 두피 역시 안전하지 않다. 햇빛에 노출된 두피는 피지와 땀 등 온갖 노폐물로 오염된다. 이 상태로 장마철까지 겪는다면 두피의 모공은 넓어지고 유분과 각질까지 많아져,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데다 비듬균이 쉽게 번식한다. 이처럼 자외선으로 탈모가 생길 가능성을 우려해, 미용 학계에선 외출 시 선크림뿐만 아니라 자외선 차단 기능이 겸비된 두피, 모발 보호 제품을 함께 바르길 권장한다. 그러지 않으면 촉촉한 얼굴에 척박한 두피를 가진 ‘동안 대머리’ 혹은 ‘과즙 대머리’가 될 수도 있다.

영화 <킹스맨>의 멀린에게는 단 두 가지가 없다. 목숨을 제외하면 바로 ‘모발’과 ‘햇빛을 가릴 양산’이다. 햇빛에 노출된 머리카락들이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부르는 비극을 막기 위해선, 햇빛이 먼저 닿는 정수리를 중심으로 머리를 잘 가려야 한다. 단, 통풍이 원활하지 않거나 두피를 압박하는 모자는 오히려 혈액순환을 방해해 두피를 약하게 만들고, 땀 배출을 막아 탈모를 악화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에 통풍이 잘되는 모자를 쓰고, 슈트를 입을 땐 양산을 들어 ‘킹스맨룩’을 완성하는 게 좋다. 하지만 편협한 기준으로 평가받는 ‘외모’가 당신의 전체를 대변한다는 착각은 하지 말았으면. 남자를 만드는 건 모발이 아닌 매너다. 멀린은 머리가 풍성했더라도 영화 속에서 충분히 빛났을 거다.

Credit

  • 에디터 한수연
  • 주동일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