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트렌드 파킹어시스트

가보셨나요, 성중립화장실?

찬성, 반대에 관한 판단은 전적으로 당신의 몫이다.

가보셨나요, 성중립화장실?

심심찮게 성중립화장실에 관한 소식이 들린다. 서울특별시에서 마련하겠다고 공표한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성공회대학교에서 추진중인 ‘성중립화장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SNS을 통해 밝힌 ‘남녀공용 화장실’이 대표적 사례다. 2015년에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성중립화장실을 설립했으며 2020년에 열릴 도쿄 올림픽에서도 성중립화장실을 설계할 예정이다.

성중립화장실? 단어만 듣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대략적인 설명을 들으면, 기존 화장실이 익숙한 우리나라에선 아마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여자 화장실에 남자가 들어갈 수 있고, 남자 화장실에서 여성을 마주치는 당혹스러운 장면이 연상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낯선’ 의견이라 해서 무작정 배척하기 전에 성중립화장실이 생긴 이유, 현재 적용된 해외 사례 등 성중립화장실에 대해 알아야 할 기본적인 것을 알아보자. 

성중립화장실이란, 성별과 관계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을 말한다. 영어로는 ‘All Gender Neutral Restroom’으로 표현하는데, 생물학적 성(Sex)가 아닌 사회적 의미가 적용된 성(Gender)이 기준이 된다. 그렇다면 성중립화장실이 생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연구 집단 DC Trans Coalition에 의하면 워싱턴 DC에 거주 중인 트렌스젠더 중 70% 이상이 화장실에서 구두에 짓밟히거나 무자비한 폭력을 매번 당한다. 이들은 심한 경우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그 비중이 꽤 높다. ‘성중립’이란 용어에서 알다시피 여성 혹은 남성으로 구분 지을 수 없는 트렌스젠더, 크로스드레서(Crossdresser, 특정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반대 성별이 입는 것으로 인식되는 옷을 입는 사람),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의 차원에서 시작됐다. 물론 이들뿐만 아니라 간병인을 대동해야 하는 중증 장애인이나 홀로 생리현상을 처리할 수 없는 어린아이들에게도 성중립화장실은 유용하다.

국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벌어진 강남역 살인 사건을 비롯하여 국내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또 가뜩이나 몰래카메라가 극성인 요즘, 크고 작은 성범죄 사건이 증가할 거란 우려도 있다. 현재로선 국내 시민단체 몇 군데서 성중립화장실을 실행하고 있지만, 그 수가 적다. 하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어떨까? 태국에서는 2003년부터 대학과 고등학교에 성중립화장실을 도입해 분홍 연꽃(Pink Lotus)라는 이름을 붙여 시행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2014년 트렌스젠더인 사람에게 ‘히즈라’라고 알려진 제3의 성별을 부여하고, 이들을 위한 공공화장실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국 서부지역에 있는 꽤 많은 대학교에 성중립화장실이 개설돼 있으며 특히 버클리대학교 화장실은 세면실 또한 남녀 공용이다. 물론 샤워 시설마다 문은 다 있다. 이러한 국가들에서 성중립화장실 설치 때문에 성범죄 문제가 급증했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기존의 양성으로 나뉜 공중화장실에서 성희롱당한 성소수자가 여전하다는 많다는 증거를 찾는 편이 더 쉽다.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공공화장실은 성, 인종, 계급, 종교에 의해 명확히 분리되었다. 21세기인 지금, 공공화장실을 구별하는 기준은 ‘성별’ 하나만 남았다. 성중립화장실을 성급하게 보편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를 시행하는 국가들이 트렌스젠더, 동성애자, 중증 환자, 장애인, 유아 등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낯선 변화’를 감수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화장실은 한 국가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다. 변기와 타일을 얼마나 광내느냐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생리현상에 관해서 한 사람이라도 소외당하지 않길 바라는 ‘그 마음’이 더 빛나야 하지 않을까?

Credit

  • 에디터 백가경
닥터 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