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의 세계

우리의 손은 오늘도 건강하게 움직인다.

자위의 세계잘 참는 남자 금딸 6일 차에 이 글을 쓴다. 마지막으로 자위를 한 것은 12월 1일. 본래 11월 30일까지만 자위를 하고 12월은 금딸 기간으로 삼았는데, 사정을 하고 보니 자정이 넘어 12월 1일이 되어 있었다.

결국 12월 2일부터 금딸 수행을 시작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12월 7일 밤 11시다. 글을 다 쓰고 저장 버튼을 누른 후 내가 무슨 사이트에 들어가 어떤 영상을 보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오늘도 잘 참으리라 기대하지만, 사실 야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는 방법은 대한민국에서 내가 젤 잘 안다고 자부한다.

야한 영상을 카테고리별로 나누고, 한 번 더 세분화한 후, 테마에 맞춰 베스트 영상을 선별하는 작업도 내가 최고다. 그건 정말 자신 있다. 만약 야동 검증 자격시험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수석으로 통과할 남자는 바로 나. 그러나 당분간은 자위 금지다.

‘즐겨찾기’에 야동 사이트가 있지만 커서를 이동하지 않을 거다. 주소를 완벽하게 외우지만 검색하지 않을 거다. 자위도 참지 못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6일간 자위를 안 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고 기록은 12일. 무려 2주에 가까운 기간 동안 사정을 안 했다. 그게 가능하느냐고? 나도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다. 남은 것은 고통스러운 기억의 편린 뿐.

그중 잊을 수 없는 몇 건의 사건이 있었다. 야동 링크를 본 금딸 3일 차의 일이다. 하필이면 잠들기 전이었다.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이미 손은 링크를 터치했고, 새 창이 열리면서 예쁜 여자가 등장했다. 20대 초반의 검정 단발머리 여자였다. 귀밑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칼과 눈썹에 걸친 둥근 앞머리가 가볍게 흔들렸다. 작은 얼굴에는 동그란 눈과 동그란 코, 도톰한 입술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했다. 콧등이 낮아 웃을 때 콧방울이 넓게 벌어졌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여웠다. 여자는 자주 웃었다. 웃기만 해도 되는데, 갑자기 옷을 벗었다. 벗으면 안 되는데, 속옷까지 훌러

덩 벗더니 소파에 기대고 누워 다리를 벌렸다. 그러고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전동 마사지기 ‘매지 완드’를 한 손에 들더니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참는데, 너는 한다.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내며 대차게 한다. 대찬 것은 내 물건도 마찬가지였다. 핏줄을 드러내며 꼿꼿하게 존재감을 과시했다. 어서 만지라고, 남자답게 악력을 과시하라는 듯이 말이다.

3일 차, 아직 의지가 강한 시기였다. 그때까지는 내 몸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었다. 휴대폰을 끄고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썼다. 안대를 쓰고, 귀마개까지 한 뒤 잠을 청했다. 어른들의 인사는 손과 손이다. 서로의 손을 강하게 움켜쥐고 위아래로 흔든다. 그걸 악수라고 부르는데, 그 광경을 보고 나는 그만 서버렸다. 내 물건이 내게 악수를 청했다.

금딸 5일 차의 일이다. 머릿속을 휴지통처럼 비웠는데, 자꾸만 새로운 정보가 생성됐다. 이를테면 김주임에 대한 정보. 거래하는 회사의 세일즈 담당 김주임은 미혼이다. 미인형은 아니다. 긴 갈색 머리는 언제나 굵게 펌이 되어 있다. 짧은 앞 머리는 항상 고데로 만 듯 둥글게 이마를 감싼다. 나이가 제법 있지만 항상 진하게 화장을 하기 때문에 피부의 밀도 같은 건 알 수가 없다. 두꺼운 파운데이션의 질감만 느껴진다. 김주임은 정장을 입고 다닌다. 특별할 것도 눈에 띌 것도 없다. 목소리는 낭랑한 편이지만 가끔 폐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잘 웃지만 시원스러운 것도 아니고, 웃는 모습이 예쁜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김주임은 절대 매력적인 여자는 아니다. 금딸 4일 차까지만 해도 말이다. 김주임과 악수를 하면서 느꼈다. 보드라운 손바닥의 감촉, 손가락은 얇지만 내 두꺼운 손을 단단하게 감싸는 악력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섰다. 커피를 마시는 내내 일어나지 못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중요 부위를 가릴 도구가 없었다. 우리는 다음 분기 사업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머릿속에 김주임의 손바닥이 자꾸 떠올랐다. 생각을 지우기 위해 예산을 소리 내어 읽었다. 매출액과 물동량을 단위 하나 틀리지 않고 또박또박. 김주임이 웃었다.

나도 잘 안다. 주기적인 자위행위를 통한 사정은 전립선을 건강하게 해주고, 나아가 중년 남성 질환도 예방해준다는 것. 한 차례 사정을 하고 난 뒤에는 머릿속의 잡생각이 사라지고,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까 자위행위는 권장되어야 할 것이다. 건강 정보 소개 방송에서 의사들이 나와 주기적으로 자위를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위험한 습관이라며 경고를 해도 이상할 게 없다.

1일 1사정. 하루 한 번씩 자위를 한다. 화장실에 가듯, 이를 닦듯, 샤워를 하듯 일상의 습관이다. 그러나 나는 자위를 참는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이거라도 참아보면 내가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서다. 누군가는 피부가 좋아지고, 활력이 생긴다고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은 안 믿는데, 이번에는 조금 믿어보련다. 금딸 6일 차, 야동을 내려받으며 글을 마친다.

재건축 |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쓴다. 한번 연애하면 오래 하고, 30대 후반임에도 매일 아침 잘 선다.

 

 

자위의 세계혼자서도 잘해요 “여자가 자위할 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 것 같아?” 함께 잠들었다 깨어난 아침, 푸시시하고 멍한 상태로 서로 몸을 비비며 또 한 번 젖어야 마땅할 시간에 어째서 이런 이야기나 하고 있는 걸까? 그 시작은 “이렇게 나랑 해보기 전에 자위하면서 나를 떠올린 적도 있어?”라는 남자의 질문에서부터였다.

등을 보인 채 모로 누워 있는 내게 다가와 자신의 몸을 붙여 끌어안으며 가슴을 살며시 움켜잡은 남자는 그 질문이 세 번째 도화선이 되길 바랐을 것이다. 그런 적이 있다고, 그때 상상한 장면을 묘사한다면 내 엉덩이에 닿아 있는 남자의 페니스는 좀 더 단단해지고 뜨거워져 내 안을 파고들 것이다.

남자가 들을 때 흥분할 만한 표현과 옅게 가빠진 호흡, 그리고 살짝 살짝 움직이는 엉덩이면 이 관계가 미끈하게 지속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았다. 자위할 때 미지의 누군가를 떠올린 적은 없었다. 내 상상력이 빈곤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욕정을 일으키는 상대가 생기더라도 실제로 그런 일을 도모하기 전에 침대에서 그가 나를 어떻게 다룰지 상상해본 적은 없었다.

뇌내망상극장에서 펼쳐진 상상 때문에, 상대는 영문도 모를 실망감을 나 홀로 느끼고 싶지 않았다. 상상 속에서 나를 황홀하게 해준 상대가 현실에서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기대감을 쓸데없이 부풀려놓지 않는다는 게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나의 원칙이었다. 남자가 예상한 대답은 아니었을 것이다. 기대감이 없는 관계. 어찌 보면 서운할 법도 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동력으로 스스로를 달아오르게 하는지 궁금해했다. 남자가 품은 호기심은 여자의 자위를 전채요리처럼 다루는 AV 같은 게 아니었다. 내 가슴을 주무르던 손을 내리고 나를 돌아눕게 한 남자는 내 눈을 마주 보았다. 내게 자위는 몸의 끝 단에서 보내오는 신호에 집중해서 몸의 감각을 깨우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잠들기 직전 하루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숙면을 취하려고 하는 자위보다는 아침을 느긋하게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날 잠을 깨는 방법으로 자위를 선호했다.

남동향으로 나 있는 침실의 커다란 창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면 절로 잠에서 깰 수밖에 없지만 몸은 좀 더 나른한 시간을 즐기고 싶어진다. 그렇게 알몸인 채로 침대 안에서 뒹굴거리다 보면 이불 천에 쓸리는 피부 감각만으로도 기분이 묘해진다. 엎드린 채 엉덩이는 들어 올리고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듯 상체를 쭉 늘리며 바닥에 서서히 밀착시킨다. 보드랍고 따뜻한 이불에 빳빳해진 유두의 끝만 쓸리도록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내 몸이 커다란 구멍이 된 것 같다. 목적이 오로지 단 하나뿐인 생명체가 된 것 같다.

무언가로 가득 채워 넣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강화되면 상체를 일으켜 세워 왼손 세 번째 손가락으로 클리토리스를 문지른다. 손이 흠뻑 젖을 만큼 몸속에서 새어 나오는 미끈거림을 확인하면 오늘도 잘 기능하는 몸에 뿌듯함을 느낀다. 오른손은 편 상태로 양쪽 유두의 끝을 계속 비비거나 가슴을 주무른다. 몸속 틈새는 호흡과 함께 긴장과 이완을 반복한다. 골반기저근도 함께 움직이면 몸 깊은 곳의 자극이 훨씬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동시에 왼손 손바닥에 힘을 줘서 지그시 눌러 내리는 압력과 손가락을 움직이는 속도를 조절하면 몸은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자극 지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데 괜히 시간 끌 필요 없다. 자위의 편리함은 신속함에 있다.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왼손이 바빠지면 가슴을 애무하던 오른손도 허벅지를 누른 채로 압박감을 더한다. 그 순간 훅 하고 올라오는 기분을 충분히 느끼면 된다. 왼손의 움직임이 괜히 더 빨라질 필요도 없다. 지금 상태를 유지하며 일정한 강도의 자극을 쌓아가다 보면 몸속에서 펑 하고 터져버릴 것 같은 에너지가 끓어오른다.

이런 과정이 정착되기까지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지금도 변화를 주곤 하지만, 내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굳이 자위를 해야 하나 싶은 시기도 있었다. 규칙적으로 섹스를 하고 있는 데다 필요하면 언제든 할 수 있는데 성욕이 솟아오른다고 스스로 해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에도 섹스는 내게 좋은 것이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없지만 그땐 상대에게 나를 맡기고 수동형으로 상급 섹스를 했다면 지금은 능동형으로 최상급 섹스를 내가 주도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남자가 나를 극강의 쾌락으로 이끌어준다고 믿었던 것이 전면 수정되었다. 환희는 내 안에 있었다. 내가 발견하고 내가 만들어내고 혼자서도 즐길 수 있었다. 그걸 알게 되는 순간 여자로서의 힘을 느꼈다.

내 얘기에 귀 기울이던 남자가 물었다. “커다란 구멍이 된 느낌이라면 결국 삽입이 필요한 거 아니야?” 여자의 오르가슴에 인간 수컷이 필요 없어진 순간을 귀로 들은 남자는 자신의 쓸모를 되새기려는 시도를 했다. “아니, 그건 생식에나 필요한 과정이고.” 너무 손톱깎이처럼 딱 잘라 말했나 싶어 “구멍이 된다는 건 쾌감을 블랙홀처럼 흡수할 수 있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거야”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자위할 때 필요한 건 페니스가 아니라 오히려 남자의 손이다.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데 집중된 나의 손 대신 클리토리스만큼이나 예민해진 온몸의 표피를 어루만지며 온기를 전달해줄 수 있는 손 말이다. 나의 대답을 들은 남자는 내 손을 내 다리 사이에 올리며 말했다. “네가 필요한 걸 줄게.” 남자는 결국 필요로 하는 것 이상을 내게 주고 말 테지만, 세 번째 시작을 알리는 꽤 괜찮은 말이었다.

현정 |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자립명사:연애>의 저자로 홍익인간의 정신을 이어나가고 있다.

Credit

  • 에디터 강예솔
  • 일러스트 이승범
  • 재건축, 현정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