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플보

BDSM, 정신 건강에 좋다?

"네 과거 어떻길래, 대체 맞고 때리는 게 왜 좋아"라는 생각을 지닌 사람에게.

BDSM, 정신 건강에 좋다?

BDSM의 역사가 펼쳐진 이후, BDSM에 대한 편견은 늘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다. 이러한 성향을 지닌 이들은 자신의 성적 취향이 변태 또는 장애라는 오해, 병리적인 것 아니냐는 누명을 벗기 위해 힘든 과거를 보냈다. 게다가 과거에는 이혼 소송, 양육권 소송, 형사 소송 절차, 고용 절차까지 많은 실질적인 피해를 봤다.

힘든 싸움 끝에 DSM(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은 제5판의 진단 기준에서 BDSM을 삭제하며 정신 질환이 아님을 말했다. 더불어 수많은 연구가 BDSM은 ‘정상적’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심지어 한 연구는 BDSM 성향이 건강한 정신 상태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SM 플레이어는 ‘바닐라(SM 성향이 아닌 사람)’보다 높은 성적 만족도, 성적 쾌락, 개방성, 성실성, 행복도를 보였으며 파트너와의 충돌도 적었다. 동시에 다른 이에 비해 우울감, 폭력에 대한 익숙함, 편집증 성향, 고통 혹은 외상 후 스트레스 지수가 낮았으며, 평균과 비교했을 때 자존감이 낮지도 않았다.

전문 상담사이자 심료사인 아샤 그레이(Asha Gray)는 누구보다 BDSM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BDSM 성향을 지닌 개인과 커플과 많은 상담을 했으며 그 외 트라우마 생존자, 일부일처제가 아닌 문화에서 오거나 LGBT 커뮤니티에 속한 이들도 만나왔다. 아샤 그레이는 BDSM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성향이 트라우마로부터 비롯했을 것이란 편견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BDSM을 즐기는 사람이 모두 과거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도 BDSM 성향이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생긴다는 편견이 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다. 그 예로 2002년 방영된 미국 드라마 <비서(Secretary)>에서 매기 질렌할이 맡은 역할은 BDSM의 지배 복종 관계를 즐기며 오랜 시간 자해와 자살 시도를 한 인물이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2015)>도 마찬가지. 주인공 크리스찬 그레이는 연상의 여인에게 오랜 시간 성적 학대를 받은 끝에 자신의 성향을 발견한다.

안타까운 건 BDSM 성향을 지닌 많은 사람이 정신과 전문의를 비롯한 다른 전문가로 인해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는 사실. 2008년 성적 자유를 위한 전미연합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려 답변자 40%가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자신의 성 생활을 향한 편견을 마주했거나 이로 인해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BDSM을 고쳐야 할 문제로 보는 치료자는 커뮤니티와 교류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들은 문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BDSM을 문제 삼거나 더 심하면 치료하는 걸 거부하기도 한다.” 아샤 그레이는 이어 “고치고 싶은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다”라는 말을 붙였다. BDSM 성향의 사람이 정신적 치료를 원하는 이유는 우울증, 불안장애, 스트레스, 연인 혹은 가족 문제처럼 ‘보통의 사람’의 문제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아샤 그레이와 새로 편찬된 DSM에 따르면 BDSM이 심각한 고통을 주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이상 정신질환과 관련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BDSM은 정식 치료가 아니다. 치료를 대체할 수도 없고. 하지만 일부 트라우마 생존자는 BDSM을 통해 자존감을 되찾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BDSM과 트라우마의 관계는 복잡하다. 일부 학자는 BDSM을 심리적, 신체적으로 모두 집중된 상태를 일컫는 몰입감에 빗대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이는 BDSM을 오락행위 혹은 사회로부터 자신을 격리한 뒤 행하는 자신만의 동지애를 다져주는 참신한 하위문화로 받아드린다. 많은 주장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아마도 BDSM 플레이어의 “BDSM은 치유적 행위”라는 주장일 것이다. 이들은 BDSM이 성과 관련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했다.

트라우마가 있어야만 BDSM을 즐기는 건 아니지만 과거의 감정적, 신체적, 성적 학대를 승화하기 위해 BDSM을 즐기는 이도 있다. 니콜 레인(S. Nicole Lane)은 작년 ‘헬로기글스’에 마조히즘을 통해 성폭력 후유증을 이겨낸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억지로 당하는 입장이 아니라 상황을 조종할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경험은 ‘혁신적’이었다고 표현했다. 아샤 그레이 역시 성폭력 생존자가 BDSM을 통해 더 나아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BDSM은 정식 치료가 아니다. 치료를 대체할 수도 없고. 하지만 일부 트라우마 생존자는 BDSM을 통해 자존감을 되찾은 것은 사실이다.”

BDSM의 ‘바텀’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당신의 통제 속에 있다. 그들이 어떤 감정이었을지 재경험할 수 있다. 더욱 안전하고 즐겁게 말이다.” 아샤 그레이가 전했다. 이런 경우 BDSM은 트라우마 회복에 도움이 된다. 생존자는 충분히 신뢰하는 파트너와 함께 트라우마 경험을 반복함으로 부정적 기억을 긍정적 기억으로 바꾸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BDSM 라이프’를 위해 파트너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주고, 전문성과 스킬을 습득하며 서로 합의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이 점은 BDSM 성향이든 아니든 중요하다.

BDSM을 즐기기 위해 스킬이 필요하다. 비단 채찍을 다루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흔히 BDSM은 즉흥적인 쾌락 오락거리라고 생각하지만, 윤리적으로 행위를 즐기기 위해선 사전에 신중하게 고민하는 게 좋다. 아샤 그레이는 “어디까지 용납할 것인가? 욕구와 고민에 대해 파트너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시작하기 전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방법을 제시했다. 천천히 시작할 것. BDSM의 세계로 빠져들기 전, 주위에 관련 수업이 있는지 알아보고 또는 소소한 모임에 참석하도록 하자. 깊은 관계에 빠지기 전 트리스찬 타오르미노의 <The Ultimate Guide to Kink>와 같은 책을 읽으며 주변을 관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파트너와 충분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바텀이든, 탑이든, 그 무엇이든.

이제 BDSM의 오랜 편견을 버릴 때. 다른 성적 취향처럼 BDSM 역시 건강한 양상을 보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독일 수도, 치료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누구와 어떻게’냐는 것이다.

Credit

  • 에디터 한수연
  • Laura Dorwart
  • 사진제공 Sergey Gordeev/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