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색(色)

"넌 정말 빨개."

야한 색(色)의 의미

눈을 감고 가장 매혹적인 색을 떠올려볼 것. 나를, 또는 누군가를 옷을 벗게 만드는 그 색(色) 말이다. 누구는 빨간색 누구는 검은색이라고 대답하듯, 두 뺨에 홍조를 띠게 하는 색은 서로가 다 다를 거다. 모두의 인생이 다 다른 만큼 색 역시 다양하고 복잡하다. 어쩌면 인생보다 더 복잡하지 않을까.

색이 어려울 게 뭐 있어, 라고 하는 사람은 색채 전문 기관 팬톤(PANTONE) 전무 이사 리아트리스 아이즈맨(Leatrice Eiseman)의 말을 기억하자. 인간의 눈은 백만 가지의 변형된 색을 인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며 “색은 언제나 인간의 감정과 반응을 수반한다. 더불어 사회와 과학이 발전하면서 색은 우리의 지성뿐만 아니라 감성까지 관여하게 됐다. 모든 색에는 의미가 있는데 우리는 그 색의 속뜻을 때로는 본능적으로, 때로는 학습을 통해 발견한다”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초등 교육 과정에서 배운 원색, 빨강과 노랑 그리고 파랑. 이 중에서 두 가지를 섞으면 등화색 즉, 주황, 보라, 초록이 나온다. “색상환이 도구로써 지닌 중요한 요소는 바로 우리가 색에 온도가 있는 것처럼 색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뜨겁거나 차갑고, 따스하거나 냉랭하고, 또는 그 모든 것의 중간쯤 되는 것처럼 온도를 느낀다. 이런 점은 구체적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그리고 그는 빨강과 주황, 노랑은 따스함을 내뿜고 파랑과 초록, 보라는 주변을 차분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저녁 식사 시간을 근사하게 보내고 싶거나, 페인트칠 하나로 방에 열정을 불어넣고 싶거나, 마법의 칵테일을 제조하고 싶을 때 또는 얌전한 옷을 고르고 싶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자, 팔레트를 꺼내 알아보자.

RED 피와 불을 상징하는 빨강은 우리의 열정에 불을 지르는 사이렌이라는 건 다들 알 것이다. 리아트리스 아이즈맨은 “붉은색은 우리의 식욕, 맥박, 근력, 혈압을 증가시키고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킨다”라고 설명했다.

이브의 사과 또는 매혹적인 여성의 가운이나 탐스러운 붉은 입술을 떠올리면 왜 빨간색이 그리도 압도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색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접시에 붉은색을 더해 저녁 데이트 상대에게 은밀한 사인을 보내시라. “내가 사용하는 방법의 하나는 채소를 고깃덩어리처럼 다루는 것이다. 투(Tu)에서 맛볼 수 있는 비트 요리가 완벽한 예다. 이 레스토랑은 비트를 아르헨티나식 그릴 스테이크처럼 요리하는데, 소금으로 간을 한 뒤 팬으로 옮겨 마늘과 허브가 가미된 버터를 고기에 끼얹는다. 여기에 구운 프로볼로네 치즈와 치미추리 소스를 더하면 완성이다. 소스를 접시에 덜면 스테이크의 피를 연상시키는 비트의 붉은 주스가 가득해진다. 다른 색과 어우러지면서 이 요리는 간단하고 아름다운 세 가지 음식을 담은 요리가 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레스토랑 투(Tu)의 공동소유자이자 전무인 조쉬 워커(Josh Walker)가 말했다.

또 다른 예는 미국의 다른 도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있는 시티 와이너리(City Winery) 창립자이자 CEO  마이클 도프(Michael Dorf)는 관능적인 분위기의 와이너리를 만들고자 했다. 일상의 긴장을 푼 채 푹 쉬기 좋은 곳. “목재를 여러 곳에 배치했다. 바닥, 벽, 천장 모두 나무를 사용했다. 오크 통을 막는 말뚝도 곳곳에 뒀다. 이 말뚝은 모두 실제 나무를 해체한 거다.”

ORANGE “주황색은 빨간색의 통통 튀는 매력을 그대로 지닌 색이다.” 리아트리스 아이즈맨의 말.  그는 주황색이야말로 흥분을 쉽게 일으키고 대화를 더 흥미롭게 하는, 게다가 식욕까지 자극하는 색이라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바 레드 헤링(Red Herring) 책임자인 패트릭 토마스(Patrick Thomas)는 빨간색과 주황색이 섞인 색을 사용해 ‘파라모어(Paramour)’라는 칵테일을 만들었다. 그는 카바와 탄산수가 들어간 아파레티보 카펠레 음료의 선명한 빨간색과 타는 듯한 주황색을 볼 때마다 햇빛 좋은 날 바닷가에 누워있는 상상을 한다고 했다.

PINK, PURPLE 리아트리스 아이즈맨은 팬톤 색상 몇 가지를 통해 색의 혼합이 감정을 어떻게 끌어내는지 설명했다. “푸시아 퍼플 18-2345는 언제나 성적 매력을 뿜어낸다. 비슷한 색으로는 핫핑크 17-1937이 있다. 울트라 바이올렛은 두 가지 색 모두와 잘 어울린다. 두 색과의 대비는 푸시아 퍼플 또는 핫핑크의 색을 더 강렬하게 보이도록 한다. 보라색 계열은 원색과 잘 어우러져 색의 다양성이 돋보인다.”

연인에게 선물한 섹스 토이의 색상을 못 정하겠다고? “업계에서 선호하는 색이 있다. 바이브레이터에는 핑크색과 보라색을 많이 사용한다”라고 엘라 파라디(Ella Paradis)의 창립자이자 CEO인 티노 디에트리치(Tino Dietrich)가 말했다. “여성 제품은 더 알록달록한 편이다. 밝고 생기발랄한 색을 사용한다. 남성 제품은 거의 다 검은색, 남색다. 가끔 빨간색도 있고. 제품 목적과 카테고리에 따라 사용하는 색이 달라진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예를 들어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BDSM 기구의 수요가 늘었다. 이 제품들은 주로 빨간색이나 블랙이다. 물론, 핑크색과 보라색의 계열도 꾸준히 인기다.”

팬톤이 지정한 올해의 색, 울트라 바이올렛은 신비롭다. “전에도 인테리어에 이 색을 사용한 적이 있다. 이 색이야말로 진정한 개성 표현을 할 수 있는 색이라고 생각한다.”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에릭 로제프(Eric Roseoff)가 열변을 토했다. “이 색은 아주 부드럽고 고급스러우면서도 활기차다. 대담하고 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는 색이다.”

BLACK 만약 옷장 속에서 자신의 권위를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색을 찾는다면 단연 검은색을 선택해야 한다. 리아트리스 아이즈맨은 “검은색은 가장 권위적인 색이다. 검은색은 당신으로 하여금 더욱 능력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큰 도시에 사는 사람 혹은 도시를 자주 드나드는 사람은 누구나 알 듯 검은색는 실용적이면서도 화려하고 멋지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같기도 하고.”

내쉬빌에 있는 모킹버드(Mockingbird)의 셰프 브라이언 리겐바흐(Brian Riggenbach)는 요리에 검은색을 사용해 열정을 표현한다. “난 재료 본연의 미를 살리기 위해 색을 사용한다. 특히 보여주고자 하는 요소를 강조할 때 검은색을 사용한다. 그렇게 하면 요리가 굉장히 극적이다. 일식에서 영감을 얻은 레스토랑 특제 소스 쿠로고마다레를 검은깨 타히니와 오징어 먹물로 만들었는데 문어 요리에 힘을 싣고자 사용한다.” 그가 말했다. 요리에 특별함을 더하는 것이든 사랑의 묘약을 만드는 것이든, 방 안의 조명을 바꾸고 페인트칠하는 것, 혹은 저녁 식사 약속을 위해 옷을 고르는 것이든 누구나 색상환을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진실한 색과 그 의미는 오직 당신에게만 존재한다.

Credit

  • 에디터 한수연
  • Stacey Marcus
  • 사진제공 LanaBrest/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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