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당신의 뇌

잠 못 이루고 식욕이 떨어지며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우리는 영화나 TV, 음악을 통해 사랑의 중독성을 극적이고 낭만적으로 묘사한다는 이유로 대중문화에 대한 불신의 시선을 던지는 것 같다. 만약 당신이 케샤(Ke$ha)의 노래 “당신의 사랑은 나의 약(Your Love Is My Drug)”을 혹독히 비판할 때, 내가 그 노래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진실을 설파하는 중이라고 말한다면 어쩔 텐가? 우리가 사랑에서 얻는 격한 쾌감을 약물 중독에서 얻는 극단적인 감정 기복에 비유하는 것은 단순히 매력적인 비유나 시적(詩的)인 비유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 뇌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장미가 만발하는 여름을 앞둔 지금, 이런 극단적인 감정 기복을 평소보다 더 심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에 빠진 뇌가 보이는 모습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줄, 연구자들에게 연락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사랑에 빠진 사람이 보여주는 종합적인 증상과 행동을 약물 중독으로 약물을 남용하는 개인이 보이는 증상과 대단히 유사하다고 봅니다.” 산타클라라대학 교수로 신경과학을 전공하는 돈 본(Don Vaughn) 박사가 내게 해준 설명이다. “열정적인 사랑을 경험 중인 개인은 도파민(Dopamine)에 의해 뇌 중에서도 보상 영역(Reward Region)의 활성화 정도가 높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영역은 섹스와 음식, 중독성 약물, 일반적인 쾌감에 의해 활성화되는 영역과 같은 곳입니다.” 이런 말을 덧붙인 본 박사는, 애정관계의 전망이 불확실할 경우에는 (손바닥을 땀으로 흠뻑 적시고 심장 박동수를 높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불안감과 스트레스 증상들이 사랑이 겪는 첫 단계의 특징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 설명이 뜻하는 바는 정확히 무엇인가?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는 어떻게 약물중독자의 뇌가 받는 것과 똑같은 자극을 받는 걸까? 신경심리학자 론다 프리먼(Rhonda Freeman) 박사는 우리가 사랑에 빠질 때 일어나는 신경화학반응을 자세히 설명했다. “흥분제로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누군가를 향한 갈망과 동경, 욕구와 관련된 물질이에요. 그런데 이와 동일한 반응을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에게서도 쉽게 볼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은 저항할 수 없는 갈망을 경험해요.”

“그 과정에서는 또 다른 흥분제인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도 작용해요. 그 물질은 성적인 흥분과 각성을 일으키고 사람을 한 곳에 몰입시키죠. 우리가 사랑에 빠지면, 노르에피네프린은 잠 못 이루게 만들고 식욕을 떨어뜨리며 집중력을 흐트러트릴 수 있어요. 갑자기, 우리는 모든 관심을 우리 앞에 새로이 등장한 사람에게만 집중시키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게 되죠. 그 사람을 생각하거나 그 사람 주위에 있을 때면 짜릿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요.” 이런 신경화학 물질들은 여러 가지 작용을 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상이한 뇌의 영역들에서 집단적으로 작용한다.”고 프리먼은 설명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상대에게 매료되면서 새로운 사랑을 느끼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감정들을 빚어내는 수준부터, 상대에게 애착을 느끼면서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을 받는 수준까지, 그리고 결별에 따른 고통스러운 갈망과 금단증상을 느끼는 수준까지 다양한 감정이 빚어지게 돼요.”

아하, 그래. 결별. 연인과 갈라섰을 때 뇌가 받는 자극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그럼, 시작해볼까? 연인과 결별했을 때에도 연애 관계를 시작할 때하고 비슷하게 뇌가 받는 스트레스와 뇌의 보상시스템이 동시에 활성화된다. 하지만 그 강도는 한층 더 세다. 그래서 새로 빠진 사랑이 안겨주는 쾌감과 약물에 중독됐을 때 느끼게 될 쾌감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런데, 중독성에서 비롯된 행동을 하게 되는 경향은 결별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금단증상에서 특히 더 심하다. 최근에 행해진 연구는, 참가자들의 뇌를 스캔하면서 참가자들에게 엑스(ex-)의 사진을 보여주자 스캐너 상에서 그들의 뇌에 있는 육체적 통증과 정신적 고통, 애착과 관련된 부위들이 밝아졌다. 모두 약물 의존성향과 연관성이 있는 영역과 같은 영역이었다.

게다가, 결별의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강박관념과 현실 왜곡에도 빠지기 쉬운데, 이것들 역시 약물 중독자가 금단증상을 겪을 때 보여주는 것과 유사한 반응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와 성적인 흥분, 갈망과 열망하고 관련이 있는 신경화학 물질의 양이 늘어나는 이런 현상은 문제가 될 소지가 커요. 지금은 애정 관계가 끝난 상태니까요. 그 사람의 뇌에는 사랑과 관련해서 분비된 신경화학물질이 잔뜩 남아있는 상태인데, 정작 그에게는 사랑을 쏟을 파트너가 없는 거예요.” 프리먼의 설명이다. “뇌는 잃어버린 유대관계를 되찾으려고 기를 쓰면서 풀가동되는 상태에 접어들어요. 이 시기 동안, 그 사람은 크나큰 슬픔뿐 아니라 불안감과 우울증의 증상도 쉽게 경험할 수 있어요.”

상황을 곤란하게 만드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프리먼은 뇌에 있는 보상시스템이 그 사람을 그의 엑스 쪽으로 (즉, 엑스의 소셜 미디어를 스토킹하고 엑스와 직접 얼굴을 맞대게 해줄 핑곗거리를 찾아내는 등의 행동 쪽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과도하게 활성화된 보상시스템은 그 사람을 평소 성격에서 한참 벗어난 짓을 하게 만드는 쪽으로 이끌고 갈 수도 있다고.

“이 시스템은 엑스와 화해해야만 한다는 동기를 부여하면서 당신의 고통을 더 심각하게 악화시킬 수도 있는 짓들을 하라고 당신을 설득할 수 있어요. 이게 뇌에서 논리를 담당하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세요. 이 영역은 당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고려조차 하지 않아요. 사람을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만들고, 쾌감과 안도감을 추구하게 만들죠. 따라서 간절한 열망과 맞서 싸우면서 그 시스템을 진정시키려면, 그 영역을 완벽하게 다시 통제할 수 있기 전까지는 시스템이 욕망하는 대상에 접근해서는 안 돼요. 이 시기는 ‘그냥 좋은 친구 사이로 지내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에요. 그랬다가는 시스템을 최초의 기준점으로 되돌려놓는 게 더욱 힘들어질 테니까요.” 프리먼의 설명이다.

뇌에서 이런 상황을 유발하는 신경화학물질이 분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는 당신이 예전 파트너를 계속 갈망하는 행동을 멈출 수 있도록 도와줄 “믿음직한 친구(Accountability Buddy)”를 사귈 것을 추천했다. “결별의 초기 단계에서는 무심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해요. 보상시스템의 작동 강도를 떨어뜨리기 위해서죠. 시간이 흘러서 시스템이 일단 균형을 되찾고 나면, 그때가 바로 엑스에게 ‘친구로 지내도 괜찮겠냐’는 요청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시점이에요.”

또 다른 대응기제는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뇌가 활용할 수 있는 세로토닌(Serotonin, 행복감과 관련이 있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프리먼은 특히 강조했다. “공원과 뒤뜰, 호숫가, 바닷가에 앉는 것은 모두 뇌에 대단히 큰 도움을 줘요.” 따라서 다음엔 엑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거나, 연인과의 관계를 절친 관계로 전환하더라도 굉장히 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맹세하고픈 충동을 느낄 경우, 잠시 차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이런 충동들이 비롯된 근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하는 대신에 산책을 하러 가도록 해라(그렇다고 엑스의 집으로 향하지는 마라).

Credit

  • 에디터 김민지
  • Bruna
  • 장소 Honza Hruby/Shutterstock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