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과 통증에 대한 오해

배가 아프다고 다 생리통은 아니다.

여성의 몸과 통증에 대한 오해사라 로런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하던 애비 노먼(Abby Norman)은 2학년 때 극심한 골반 통증 때문에 자주 응급실을 찾았다. 그때마다 의사들은 똑같은 설명을 늘어놓았다. 요로감염증, 성병(노먼은 성 경험이 전혀 없었다), 임신, 불안증. 노먼은 이러한 진단에 반박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병원에 다니면서도 증상은 더욱 나빠졌고, 강의실을 찾아가지도 못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의학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고 부모님마저 곁에 없었던 그는 결국 학교를 중퇴하고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며 살았다. 통증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반년쯤 지난 후에야 그는 복강경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배 속의 장기를 살펴볼 때 하는, 일종의 외과수술 같은 검사였는데, 그 결과 왼쪽 나팔관에서 자궁내막증이 발견됐다. 자궁내막의 조직이 자궁 이외의 조직에 부착돼 증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임기 연령의 여성 1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이 질환은 골반 통증을 초래한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생리와 섹스마저 극도로 괴로운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통증 말이다.

자궁내막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제대로 된 진단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년. 그 증상이 성인 여성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16년 <쿼츠(Quartz)>의 한 기사에서 런던대학교 생식건강학과 교수인 존 길리바드(John Guillebaud)는 생리통이 “심장마비만큼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밝혔다. 여성이 통증을 앓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이 ‘정상적인’ 고통은 아니다. 실제로, 자궁내막증 때문에 아픈 것인데도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의사들은 그런 통증을 너무나도 정상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노먼은 병원에서 “생리통에 시달린다”고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통증 때문에 지난 6개월간 고통스러운 섹스를 했다는 점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처음 섹스를 시작하면 몇 번은 지옥을 맛보는 기분이고, 즐거운 섹스를 하려면 대여섯 달은 걸릴 거라는 경고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노먼은 속으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섹스하면 그렇게 아프다면서 대체 왜 섹스를 하는 거지?’

“장난치는 게 아니에요. 너무 아파요. 밥도 못 먹겠어요. 섹스도 못 하겠고요.” 노먼은 그 상황을 회상하며 이런 말을 했다.

노먼의 상태가 난소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걸 깨닫게 된 이후에도 의사들은 수술을 진행하지 않았다. 생식능력에 부작용이 생길지도 몰라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작 노먼에게 말했다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거다. 노먼은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으니까. 의사들은 결단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치료를 미루지 말고, 오히려 치료를 받는 것이 그가 가정을 꾸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것이다. “그들에겐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섹스를 즐기지도 못한다는 것은 충분한 수술 사유가 아니었던 거죠.”

그는 “수술 후 한 달 동안은 처음 통증을 느꼈을 때보다 더 아플 거라는 사실을 몰랐어요”라고 덧붙였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의사들은 노먼의 상태를 보고서도 통증의 이유를 “스스로 머릿속에서 아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병원을 갈 때 남자친구를 데려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노먼이 섹스를 즐기지 못해 자신도 그 영향을 받았다는 남자친구의 증언을 들은 후에야 의사들은 노먼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노먼은 골반뿐 아니라 맹장 아래에 위치한 충수에서도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응급실을 여러 번 찾았지만, 의사들은 차트에 ‘환자가 불안해하며 눈물을 쏟음’이라고 적었다.

“장난치는 게 아니에요. 너무 아파요. 밥도 못 먹겠어요. 섹스도 못 하겠고요.” 노먼은 그 상황을 회상하며 이런 말을 했다. “하지만 의사들의 공통적인 소견은 내가 불안감 때문에 복통을 느낀다는 거였어요. 사실 그 반대였는데 말이죠. 복통 때문에 불안했으니까요.”

어느 날, 노먼은 병원 사무실에서 구인 공고를 발견했다. 그는 곧바로 지원해 일자리를 얻었다. 자신의 질환을 제대로 파악하고 싶었기에, 점심시간마다 도서관에서 의학 서적을 읽었다. 그리고 마침내 알았다. 스스로 의심했던 것처럼, 자궁내막증은 생식기관을 넘어 다른 장기로 퍼져나갈 수 있고 그 감염이 몇 달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사실을 의사에게 그대로 전달하자, 의사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면서도 검사를 다시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자궁내막증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충수가 감염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노먼의 충수는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감염과 회복을 반복하며 정상 크기의 3배만큼 부어있었다. 충수를 제거하면 희망이 보일 것 같았지만, 통증은 끈질기게 계속됐다. 노먼은 지금도 통증에 시달린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조치를 취했했다면, 내 인생은 분명 달라졌을 거예요.”

“생리 중이라는 걸 절대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면 안 된다는 말을 수없이 들으며 자랐어요. 생리하면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이상한 증상도 생겼어요.”

지금도 그는 치료를 받기 위해 의사와 씨름한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노먼의 질환은 ‘모두 머릿속에서 생겨난 것’이며, 정말 신체의 어딘가가 잘못된 것 같으면 즉시 자신에게 연락하라는 의사가 있었다.

자궁내막증은 노먼의 신체 활동을 제한했지만, 그는 집안에서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며 여성 건강과 관련된 여러 이슈를 확산시킬 수 있었다. 과학과 기술을 다루는 웹사이트 ‘Futurism’의 수석 기자로 글을 쓰고, 팟캐스트 ‘Let Me Google That’의 사회를 맡았다. 그리고 생식계 건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웹사이트 ‘Ask Me About My Uterus’를 운영 중이다. ‘내 자궁에게 물어보세요’라는 뜻의 이름은 그가 자궁내막증과 만성 통증, 투병 생활에 대해 기록한 동명의 책에서 본뜬 것이다. 그는 생리를 둘러싼 침묵을 깨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질환이 그토록 오랫동안 올바른 진단을 받지 못한 건 생리에 대해 침묵하는 사회의 분위기의 탓이 크다고 믿기 때문이다.

“생리 중이라는 걸 절대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면 안 된다는 말을 수없이 들으며 자랐어요. 생리하면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이상한 증상도 생겼어요. 그런데도 스스로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어요. 관심을 기울였다고 쳐도, 누구한테 솔직하게 털어놓겠어요? 여성의 몸에 대한 신비로운 사실은 절대 드러내면 안 된다는 잘못된 관념이 퍼져 있어요. 그리고 그런 관념은 남성에게 도움이 되죠. 남성은 여성의 생리가 그들의 삶을 망치는 걸 원하지 않으니까요.”

몇 년간 여성의 건강에 대해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며, 노먼은 의사로부터 무시당하고 고통에 시달리도록 방치된 여성의 사례를 너무나도 많이 접했다. 심지어 자신의 경험이 최악이 아니라는 걸 깨닫기도 했다.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사실이 있어요. 우리 어머니의 세대에는 여성이 섹스의 고통을 견디며 아이들을 키우고, 직장에서 버티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아픔을 이겨내려고 애를 썼다는 사실이요. 그런 일을 30년 넘게 해온 거죠.”

노먼은 소망한다. 그 세대의 여성보다 노먼이 더욱 많은 응원을 받은 것처럼, 다음 세대의 여성은 지금보다 풍부한 지식과 현명한 해결 방안을 가지고 진정한 이해를 받기를. “내겐 희망이 없었어요. 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내 증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나처럼 고통받는 다른 여성을 응원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지만, 육체적으로 불가능해요. 그래서 내가 쓴 책이 내가 갈 수 없는 도서관과 서점 등 곳곳에 놓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요. 그들이 지치고 힘들 때, 누구에게도 ‘아프다’는 단어 하나를 꺼내놓지 못할 때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를 해주었다는 걸 알게 되면, 정말 기쁠 거예요.”

Credit

  • 에디터 김선희
  • Suzannah Weiss
  • 사진제공 Anna Ismagilova/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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