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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도 ‘한다’

아주 절망적일 거라고 넘겨짚지 말 것.

북한에서도 '한다'

“북한 사람들도 만리장성을 쌓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똑같아요.” 비영리단체 링크(Liberty in North Korea)의 박소길 디렉터가 던진 농담이다. 하긴, 그렇지 않다면 북한 인구가 수천만 명에 달할 수 없었을 것. 외부와 고립되고 국민을 탄압하기로 악명 높은 북한에 관해 얘기할 때, 서구 사람들은 정치 관련 보도에만 초점을 지나치게 맞춘다. 그 바람에 북한 사람들 역시 우리와 똑같은 인간임을 간과하기 일쑤다.

“태어나고 죽는 것도 그렇지만, 섹스하고 아이를 갖는 것은 가장 인간적인 일입니다. 대단히 인도적인 문제이기도 하고요.” 섹스에 대해 이렇게 운을 뗀 박소길은 현재 600명이 넘는 탈북자들의 재정착을 돕고 있다. “북한 사람들이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소위 별종 취급을 받는 탓에 우리조차도 그들이 섹스한다는 사실을 깜빡할 때가 있어요. 분명 북한에서도 조루 때문에 고민하는 남성이 있을 거예요. 북한 사람들도 할 건 다 하면서 사니까요.”

1990년대 중반 무렵, 북한 정부는 소련으로부터 받던 상당한 규모의 원조에 더는 의존할 수 없었고, 중국의 자금 지원 역시 고갈되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에, 끔찍한 수해와 그 뒤를 이은 기근이 수십만 명의 사망과 몇 년에 걸친 굶주림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1994년에 “최고지도자” 김일성이 사망하고 그의 아들 김정일이 어마어마한 실정(失政)을 펼치면서 -그는 하루에 세 끼를 먹는 것보다 두 끼를 먹는 게 건강에 더 좋다고 국민을 설득하려 노력한 적이 있다- 상황은 더욱더 악화됐다. 그 결과, 지도자와 당에 무조건 순종하는 전통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비극적인 시대를 제대로 인식하는 건 중요하다. 어디까지나 상상이지만, 이 시기가 없었다면 북한은 현대화의 문턱을 넘지 못했을 것이다. 일례로 전능한 지도자들이 국민을 보호하는 데 실패하자마자 포르노와 드라마가 잔뜩 든 USB가 북한에 밀반입되기 시작했다. “해외 미디어와 탈북자 가족들을 통해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가 전해지고 있고, 북한 문화에 대한 정보도 전 세계로 보도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정권과 법률을 향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굉장히 건전한 일이죠.” <친애하는 독자에게: 비공인 김정일 자서전>의 저자 마이클 맬리스(Michael Malice)의 설명이다. 대기근 이후에는 농부들이 모인 암시장이 태동했다. 사람들은 집안을 뒤져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내다 팔기 시작한 것이다. 전체주의국가에서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뇌물과 부패가 창궐하기 마련이다. 남한을 비롯한 외부 문물이 고립된 북한 사회에 침투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다시 섹스 얘기로 돌아가 보자. 북한에서 데이트는 조심스럽게 행해진다. 젊은 커플이 하는 전형적인 데이트는 강변을 산책하는 일이다. 롤러스케이트를 타거나 다른 스포츠도 인기가 좋다. 손을 잡거나 입을 맞추는 것처럼 공개적 애정 표현은 보기 드문 일이다. 음란한 행동은 북한 전역에서 단속 대상이지만, 그래도 북한사람들은 그런 단속을 빠져나갈 길을 늘 찾아내고는 한다.

“남녀가 사귀면서 하는 첫 데이트는 공원을 산책하는 겁니다.”

중국 단둥에 거주하며 북한을 100번 이상 여행한 영 파이어니어 투어스(Young Pioneer Tours)의 가이드 로원 비어드(Rowan Beard)의 설명이다. “첫 데이트를 하는 커플은 손을 잡지는 않을 겁니다. 손을 잡는 건 대체로 나이 많은 부부들이 하는 겁니다. 젊은 커플들은 그런 일을 하기에는 부끄러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얘기만 할 겁니다. 세 번째나, 네 번째 데이트할 때는 레스토랑에 갈 겁니다. 북한 사람들이 입을 맞추는 모습은 거의 본 적 없습니다. 내가 데리고 다니는 관광객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입을 맞추면, 북한 친구들이 나한테 와서는 이런 말을 할 겁니다. ‘와아, 당신들, 발라당 까진 사람들이로군, 나는 저런 짓은 절대로 못 할 거야!’”

북한에도 술집이 있다. 특히 양조업은 중요한 산업이다. 정부가 양조업을 수출 유망산업으로 대중화하려 애쓰고 있기 때문에 특히 더 그렇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교모임은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의 형편이 넉넉지 않은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족과 친구와 맥주 마시려고 상대방의 집을 방문하는 쪽을 선호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축하할 일이 있을 때에도 외식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별일 아닌 것처럼 레스토랑에 가서 맥주를 주문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이죠. 외식을 한다면, 누군가가 결혼하거나 승진했을 경우, 또는 군대에 있는 누군가의 동생이 귀향했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2016년, 북한 최초의 맥주 페스티벌이 열렸다. 정부가 운영하는 대동강 맥주 공장을 홍보하기 위한 20일짜리 이벤트였다. “북한에서 개최된 최초의 제대로 된 야간 유흥 이벤트였죠. 페스티벌은 한밤중이 될 때까지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저렴한 맥주를 마셔대고는 친구들과 함께 취해가는 지역주민들이 많았어요. 그 행사는 2017년에도 다시 열렸습니다. 취한 사람들이 ‘이봐, 염병할 외국 양반들!’하고 소리치면서 우리를 껴안고는 했었죠. 화장실에 갔다가 취해서 뻗은 사람을 보기도 했고, 덤불 뒤에서 엉켜있는 북한인 커플도 봤습니다. ‘알코올, 죽여주네!’ 같은 분위기였죠.

댄스클럽들은 아주 드물게 존재하며, 그나마도 대부분이 노래방 중심이지만, 어쨌든 존재하기는 한다. 희귀한 볼링장과 스케이트 링크들도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은 조개류를 잡으려고 강가로 가기도 한다. 밤중에 전기를 끌어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잡은 조개는 가솔린으로 구워 먹을 것이다. 소셜 미디어와 데이트 앱이 없다는 것은 데이트하고 연락을 주고받는 일이 구닥다리 방식으로 행해진다는 걸 뜻한다. 그런데 휴대전화가 대다수 북한인에게는 여전히 대단한 고가품이지만, 더욱더 자주 눈에 띄고 있다.

“북한에는 전원적인 생활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사회적 관념이 있습니다. 대단히 순수한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서구에서처럼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모두가 개방적으로 동침을 하는 식의 분위기가 아니죠.” 젊은 사람들 사이의 교제는 여전히 얌전하게 행해진다고 비어드는 말한다.

30대 후반인 북한 친구 중 대다수는 데이트할 때 무척이나 보수적입니다. 그들은 결혼하기 전까지는 섹스를 하지 않죠. 지금도 그런 분위기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나보다 약간 어린 친구들 중 많은 수가 섹스에 대해 호기심을 품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경험을 해보지 못한 친구들은 섹스에 대해 많은 걸 물어봅니다. 중국이나 다른 나라 여자들하고 섹스하는 건 어떤 기분이냐 같은 것들을요.”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북한 남성 대다수는 20대를 군대에서 보낸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결혼연령은 남성은 30살 안팎이고 여성은 25살 전후다. 여성이 연하의 남성과 짝을 이루는 일은 드물다. 혼인할 시기 되면, 부모나 조부모가 여전히 큰 역할을 수행한다. 재산 상태에 따라 계급이 달라지는 서구와 달리, 북한에는 성분(成分)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이건 당(黨)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일종의 신용점수다. 점수가 높으면 더 많은 식량이나 더 좋은 직업에 접근할 수 있다. 당연히 부모들은 자식이 더 지위 높은 배필과 짝을 이루기를 원한다.

이러한 규범을 어겼다 해도 반드시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갖가지 위반행위에 대해 매주 보고하는 ‘자아비판 모임’에 오르면 된다. 대다수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위반행위를 경미한 것으로 묘사하려고 한다. 새로이 떠오르는 시스템에서는 뇌물을 먹여서 곤경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젊은 커플들이 시간 단위로 방을 빌려주는 암시장 같은 곳을 찾아가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북적거리는 장터나 기차역 근처에 아파트를 가진 노파가 방을 빌려주는 경우가 잦다. “기본적인 거래 형태는 집주인이 사람들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호객행위를 하는 겁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기 집에 머물다 가지 않겠느냐고 묻는 거죠. 자기들은 앞으로 몇 시간 동안 집밖에서 봐야 할 바쁜 일이 있으며 손님은 자기들 집에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건 할 수 있다고 확실히 말하면서요. 일종의 러브호텔인 셈입니다.”

2007년에 20살 나이로 탈북한 강지민이 2016년에 <인디펜던트Independent>에 밝힌 내용은 이렇다. “사람들 앞에서 키스하지는 못하죠. 키스는 불법은 아니지만, 문화적으로 허용되는 관행이 아니니까요. 결혼 전 섹스도 안 됩니다.” 북한 사람들은 성교육이란 거의 받아본 적이 없다. 특히, 여성들은 소위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강요를 받는다. 매춘이 행해지는 일도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드문 편이다. 당의 감시가 덜한 외진 지역들에서 매춘이 이뤄진다는 보고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NK 뉴스>의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에 따르면 매춘이 이뤄질 경우, 그건 현금과 섹스를 맞바꾸는 행위라기보다 상대의 호의를 바라거나 입당 허가를 대가로 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무슨 짓을 하다 단속에 걸릴 경우 못 본 척해달라며 돈을 찔러주면 노동수용소로 보내지지 않는다. 이런 불법이 가능한 이유는 신흥 암시장 덕분이다. 암시장은 드라마와 포르노가 유통되는 통로로,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된 시장이다. “미국이나 남한에서 만든 영화나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10년 전에 그곳에서 한 체험에 대한 강지민의 설명이다. “서구인들은 말도 안 된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북한사람들이 자유를 이해하거나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를 알게 되는 것은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위험한 일입니다.”

그런데 현재 많은 북한인은 위험을 무릅쓰고 외부 세계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박소길은 말한다. “남한 드라마는 북한에서 인기가 좋습니다. 같은 언어를 쓰는 데다 비슷한 문화적 특징이 많기 때문이죠. 북한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런 문화를 갈망해왔습니다. 대다수 사람은 한 가지 TV 채널만 볼 수 있습니다. 방송되는 내용도 중앙정부에서 제작한 것밖에 없죠. 상상해보세요. 그런 방송을 5분 이상 시청하려는 사람이 있을까요? 남한 영상물이 밀반입되기 시작하면서 도시에 사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이를 공유하고 있어요. 요즘엔 친구들끼리 남한 영상물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더 안전해졌어요. 북한 사람들은 영상에 나오는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기도 해요. 우리는 좀처럼 느끼지 못했지만, 데이트할 때 손을 잡거나 스킨십하는 방법도 새롭게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포르노를 접한 사람들도 성에 대해 변화된 태도를 보인다고 박소길은 말한다. 성 건강에 대한 정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특히 더 그렇다. 남한사람들이 가끔씩 콘돔을 채운 풍선들을 국경 너머로 날려 보내기는 하지만 이런 운동이 상당한 변화로 이어졌는지 아닌지는 불명확하다. 암시장에서 피임약을 찾을 수는 있지만 값이 비싸다. 그리고 다른 빈곤국들에서처럼, 낙태는 외과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행해지거나, 낙태하는 법을 배운 일반인들에 의해 행해진다.

“서구인들은 자신들이 포르노를 통해 얼마나 많은 성교육을 받는지를 과소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박소길의 설명이다. “북한은 국가가 그런 종류의 성교육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미디어가 성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을 때 인간의 행동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실험하는 일종의 실험장입니다. 사람들은 ‘와, 저런 식으로도 할 수 있는 거야?’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면서 더욱더 창의적으로 행동하죠. 밀반입된 포르노를 본 남자 친구들이 침대에서 더 나은 솜씨를 보여준다고 북한 여성들이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포르노의 인기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포르노를 밀반입하거나 소지하면 수용소로 직행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 성욕이 극복하지 못하는 장애물은 없는 법. 북한 정부는 공식적으로 모든 외국 영상물을 금지하고 있는데, 그럴만한 이유는 있어 보인다. 외부 세계를 엿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큰 결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성적이거나 로맨틱한 행동은 별개로 치더라도, 외부에서 제작된 영화와 TV 프로그램들이 담고 있는 메타(meta)-내러티브는 북한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반드시 ‘저게 남한사람들이 데이트하는 법이구나. 남자는 여자가 들어갈 수 있게 문을 열어주고 여자는 그걸 좋아하는 것 같아!’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와, 저 많은 차하고 고층빌딩들 좀 봐. 사람들 차림새도 하나같이 정말로 멋져.’가 중요한 거죠.” 박소길의 설명이다. “북한의 정치적 맥락에서는 스크린에 뜬 삶의 질 자체가 체제 전복적인 메시지인 겁니다. 영상물을 통해 그런 현실을 알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영상물을 시청하다 보면 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게 되죠. ‘저 사람들은 모두 근사한 휴대폰을 갖고 있네. 실제로도 저럴까?’”

그런 자리에서는 탈북한 사촌이 집으로 돈을 보내오고 있고 그의 가족이 정말로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언급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탈북하면 어떤 기분일지를 묻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어째서 우리 지도자들은 필수품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사는 이 사람들이 가진 것 같은 사치품을 우리에게 더 많이 제공하지 않고 있는 걸까?

“외국 미디어를 많이 접할수록 대답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정부로서는 국민을 통제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거죠.”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일러스트 Corey Brickley
  • Luke O’Neil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