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사랑하기

인공지능 분야에서 섹스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인공지능과 함께할 미래를 기대 반, 두려움 반 섞인 심정으로 맞이하는 지금, 지난 2017년을 지뢰밭 같은 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작년 6월, 페이스북의 인공지능연구팀은 그들이 개발 중인 두 개의 AI 에이전트가 인간은 해독할 수 없는 언어를 개발했으며, 따라서 영어만 사용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7월에는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전미 주지사협회에 “인공지능이 인류 문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10월에는 <블레이드 러너 2049>가 안드로이드를 향한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11월, <뉴스위크>의 헤드라인은 이렇게 경고했다. “미국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벌어지는 전쟁에서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밀리고 있다.”

인공지능은 엔터테인먼트와 소셜 네트워크, 밀리터리에서만 두드러진 주제가 아니다. 섹스 산업 역시 인공지능의 혁신에 보조를 맞춰왔다. 올해 초, 포르노 사이트인 엑스햄스터(xHamster)는 작년 ‘섹스 인형’의 검색 횟수가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봄, 몇 년간 판매되고 있는 섹스 인형인 리얼 돌(Real Doll)의 제조사가 인공지능으로 작동되는 섹스로봇인 하모니(Harmony)를 공개했다는 소식에 대한 반응일 것이다. 예상 가능한 일이지만, 언론 보도의 대부분은 인간 대신 섹스 로봇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자, 전 세계의 택배 기사님, 이제 당신의 시대입니다!

이게 지나치게 빠른 건 아니라고, 리얼 돌의 제작자인 맷 맥멀런(Matt McMullen)은 말한다. “현재 하모니의 인공지능은 여러 특성 중 사용자가 더욱 원하고 우세하다고 판단하는 특성을 바탕으로 개발된 앱일 뿐입니다. 당신이 선택한 특성에 따라, 당신과 인공지능의 상호작용이 달라질 것입니다. 하모니의 인공지능과 섹스를 연결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섹슈얼리티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특성 중 하나일 뿐이죠. 섹스와 관련된 부분은 우리 회사가 실제로 이루고자 노력하는 것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건 사용자와 인공지능 사이에 동반자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하모니가 우리의 동반자가 될 때까지 완벽하게 기능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현재, 하모니의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로봇은 고개를 양옆으로 돌리고, 눈을 깜빡거리고, 말할 때 입을 여닫는 정도만 할 수 있다. 몸 전체를 움직이지는 못한다. 심지어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되지도 않았다. 사용자와 하모니와 상호작용하려면 태블릿을 이용해야 한다. 동반자와 하는 상호작용치고는 꽤 투박한 방식이다. “현재 출시된 하모니는 오감 중 청각밖에 인식할 수 없습니다”라고 맥멀런은 설명한다. 청각 기능은 섹스 산업이 또 다른 인공지능의 개발을 돕는 토대이기도 하다.

예상 가능한 일이지만, 언론 보도의 대부분은 인간 대신 섹스 로봇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자, 전 세계의 택배 기사님, 이제 당신의 시대입니다!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기술이 그것만의 언어를 만들어낸 것에 대한 충격의 여파가 남아있는 동안, 엑스헴스터는 그들이 자체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정확히 반대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해당 보도자료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엑스헴스터는 사용자가 사이트에 올린 콘텐츠 중에서 인공지능 로봇이 짧은 언어를 추출하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조만간 사람들이 내는 신음은 달콤한 사랑을 나누는 데 동반되는 또 다른 소리가 될 것이며, 결국 사용자가 더 좋은 경험을 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학습 자료로 활용되는, 불협화음이 담긴 오디오 클립도 함께 첨부돼있었다.

엑스햄스터의 대변인인 마이크 스태빌(Mike Stabile)은 인공지능의 학습 경험에서 오디오가 차지하는 부분은 사이트 이용자의 경험을 향상하기 위해 회사가 구축하고 있는 거대한 인공지능 체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은 겉으로 보기에 이질적인 동영상을, 태그가 하나도 걸려있지 않은 동영상을 다른 유사한 동영상과 연결하는 작업을 돕습니다.” 이 작업은 오디오 데이터의 한 지점에서 특정 섹스 행위를 인식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범위의 데이터를 넘나들며 이루어진다. “현재는 신체와 얼굴의 윤곽을 잡으며 등장인물을 분간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사이트 사용자는 이 동영상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다른 동영상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름을 모르더라도요. 아니면 생김새가 무척 비슷한 사람들의 동영상을 찾을 수도 있고요.” 이 회사의 임직원들은 언젠가 인공지능이 불법 자료와 영상을 찾아내고 사용자의 경험을 기하급수적으로 확장하는 데 사용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현재 인공지능은 순전히 사용자가 아니라 프로그램에 의해서만 작동하고 있다. “우리의 인공지능 시스템은 지금까지 100만 건 이상의 동영상과 3만 명이 넘는 연기자를 분류했다”고 스태빌은 말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섹스 산업 관계자들은 아직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다르다. 인간을 지배하는 로봇의 출현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2018년은 가슴을 졸여야 하는 해일지도 모른다. 그 지배가 성생활에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어찌나 두려운지, ‘섹스 로봇을 반대하는 캠페인(Campaign Against Sex Robots)’에서는 “섹스 로봇의 개발은 인간적 공감을 더욱 감소시킬 것”이라고 목이 터지도록 외치고 있다. 섹스 산업에 끌어들이기 위한 인신매매가 이미 넘쳐나는 세상에서 말이다.

인간을 지배하는 로봇의 출현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2018년은 가슴을 졸여야 하는 해일지도 모른다. 그 지배가 성생활에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이 두려움은 과연 정당한 걸까? 좋든 싫든, 기술은 이미 인간의 성생활에 전례가 없을 만큼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직업응용윤리센터의 닐 맥아더 박사(Neil McArthur) 박사와 섹스 테라피스트인 마키 트위스트(Markie Twist) 박사는 최근 <Journal of Sexual and Relationship Therapy>에 기술에 초점을 맞춘 ‘디지섹슈얼리티(digisexuality)’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들은 디지섹슈얼리티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와있다고 믿는다. “온라인 아바타의 사용과 섹스팅, 웹 섹스, 데이팅 앱 등 모든 것이 디지섹슈얼리티의 제1의 물결을 구성합니다. 인공지능 덕분에, 제2의 물결도 밀려오고 있습니다. 그 물결은 가상 현실에서의 섹스, 로봇과의 섹스, 섹스 인형 등을 통해 인간을 더욱 몰입시킵니다. 인간끼리의 접촉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죠. 사용자의 정체성과 기술 자체를 상대로 하는 성적 상호작용이 중요해질 겁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섹스 인형이 더욱 정교해지고 인공지능을 통해 사용자에게 엄선된 동영상이 제공되니, 디지섹슈얼리티의 시대는 이미 바로 앞에 다가온 듯하다. 2017년 중반, ‘책임 있는 로봇공학을 위한 재단(Foundation for Responsible Robotics)’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섹스의 증가에 맞서는 정책을 개발하고 더 많은 논의의 방향을 잡기 위해 ‘로봇과 함께 하는 성적 미래(Our Sexual Future with Robot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 재단의 공동 디렉터인 노엘 샤키(Noel Sharkey) 박사는 경솔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고 있다. “당신이 설정한 기준이 높지 않고 오로지 오르가슴을 느끼길 원한다면, 당신이 마주한 ‘움직이는 대상’은 마치 지적 존재라는 인상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먼 미래에는 이 대상들이 독자적 개성을 가진 존재라는 환상이 생길 것입니다. 인간적 감정을 표현하고, 당신의 감정을 분류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것들이 직접 감정을 느끼지는 못합니다. 진짜 뇌는 그것의 머릿속에 없기 때문입니다. 섹스 로봇을 우리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반응하도록 훈련할 수는 있지만, 그것들은 우리를 오롯이 이해하지 못합니다.”

상대가 보이는 반응의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의 부족은 실제로 섹스와 관련된 인공지능의 잠재력이 가장 큰 곳이다. 인간의 섹슈얼리티에는 의사소통의 혼란과 오판, 수치심, 두려움이 가득하다. 섹스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 기관에서 성희롱이 일어나게 했고, 여러 산업의 핵심부에서 존재 자체로 독기를 뿜어내는 하비 와인스타인 부류의 군단은 미투 운동을 통해 최근에야 정체가 드러났을 뿐이다.

결국, 인공지능은 인간이 스스로 인정하는 욕망에 대한 이해가 아닌, 우리가 진정으로 갈구하는 욕망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한다. 인간과 인간의 잠재의식 사이의 대화를 이어주는 중개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섹슈얼리티는 복잡하고 미묘하다. 주관적이고, 가끔은 노골적인 두려움의 대상이다. 과거의 어느 때보다도 지금이 더 심각하다. 그러나 인공지능 로봇은 그런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맷 맥멀런의 하모니는 사용자가 에널 섹스 중독자라고 해서 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사용자가 그런 행위를 좋아한다는 사실만 파악하고, 이후에 그 정보를 자신의 지능에 통합시킬 것이다. “이런 능력은 섹스 로봇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부끄러움이 많고, 여러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문제를 극복하는 걸 도와줄 수 있다면, 혹은 그들이 결국 실제 인간과 좀 더 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줄 수 있다면, 하모니는 정말 좋은 발명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엑스햄스터의 마이크 스태빌은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건 한 개인의 섹슈얼리티를 있는 그대로 들어내게 돕는 능력입니다. 섹스 동영상을 즐겨보는 팬들은 스스로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마 각자의 욕망은 침대 밑에 감춰두고 있겠죠. 나이가 많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외딴 시골에 사는 사람들일 수도 있고,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내려는 사람을 찾느라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인공지능은 인간이 스스로 인정하는 욕망에 대한 이해가 아닌, 우리가 진정으로 갈구하는 욕망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한다. 인간과 인간의 잠재의식 사이의 대화를 이어주는 중개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령 혼자 은밀하게 표현하더라도, 자신의 욕망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실제로 그 욕망을 표출할 수 있도록 내딛는 첫걸음입니다. 우리의 섹슈얼리티에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를 흥분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단어나 개념을 갖지 못한 채 살아온 것입니다.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그것’을 돕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낼 것입니다. 섹스 인형의 제작자들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그 최종 결과물은 인공지능을 학습한 섹스 로봇일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계가 인간의 가장 본능적 충동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적 측면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증강하고 있는 것이죠.”

Credit

  • 에디터 김선희
  • 일러스트 Sarah Maxwell
  • Lynsey G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