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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인의 섹스 파트너

우리의 '오픈 릴레이션십'은 뭐가 문제였을까?

오픈 릴레이션십

“나는 불나방처럼 그와의 관계에 뛰어들었다.” 이 문장은 내 경험을 최대한 부드럽게 표현한 것이다. 내 ‘전’ 여자친구(편의상 A라고 부르겠다)와 나는 모든 면에서 죽이 잘 맞았다. 속궁합은 특히 완벽했다. 열정적이면서도 괴상한 섹스를 쉴 틈 없이 하곤 했으니. 우리는 공공장소에서도 사랑을 나눴고, 둘만의 공간에서는 숨겨두었던 가장 야릇한 판타지를 실현했다. 이를테면 상대를 엎드리게 하고 엉덩이 때리기. 그러나 그와 사귄 지 1년쯤 지났을 무렵부터 나는 다른 마음을 먹기 시작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29살이었다. A와 사귀기 전에 나와 잠자리를 가졌던 여자는 두 명뿐이었는데, 그중 한 명은 내가 처음으로 세상을 배우기 시작하는 중요한 성장기에 10년 동안 만난 여자였다. 나는 한 사람에게 정착하기보다는 여러 여자와 자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그래야 할 필요가 있는 놈이었다. 그래서 나는 A와 헤어지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A와의 섹스는 정말 끝내줬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이 눈꼴 사납다고 여길 정도로 강렬한 사랑에 빠졌다.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 데이트를 하자고 합의까지 했는데도 결국 매일 밤 함께 침대로 향했다.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지도 않은 채, 우리의 관계는 갑자기 예전처럼 돌아갔다. 나와 A의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의 문은 살짝 열려있었다. 맞다. 우리의 관계는 ‘오픈 릴레이션십’이었다.

킨제이 연구소에 의하면, 미국인의 다섯 명 중 한 명이 상대와 오픈 릴레이션십을 맺고 있다. 오픈 릴레이션십이라는 용어의 구글 검색 빈도는 200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고, <포틀랜디아>, <고담>, <유 미 허> 같은 TV 드라마도 이런 관계를 담아냈다. 왜 이런 관계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수용이 증가한 걸까? 나는 섹스 파트너를 여러 명 두려는 생물학적 욕망과 툭하면 바람을 피우게 되는 일대일의 관계 사이에서 타협안을 도출하는 데 우연히 성공했던 걸까? 오픈 릴레이션십은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하지만 A와의 섹스는 정말 끝내줬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이 눈꼴 사납다고 여길 정도로 강렬한 사랑에 빠졌다.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 데이트를 하자고 합의까지 했는데도 결국 매일 밤 함께 침대로 향했다.

2016년, <뉴욕타임스>는 오스카상을 받은 배우 모니크(Monique)와 남편인 시드니 힉스(Sidney Hicks)의 오픈 릴레이션십을 폭로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 기사에서 인류학자인 헬렌 피셔(Helen Fisher)는 “오픈 릴레이션십이 장기적으로 행복한 결실을 보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주장했다. 피셔의 솔직한 주장 덕분인지, 기사는 SNS에 널리 퍼졌다. 그러나 일찍이 진행된 1980년대의 연구는 피셔의 주장과는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다. <성연구 학술지(The Journal of Sex Research)>는 커플 82쌍을 대상으로 진행된 종적 연구에 관한 내용을 실었는데, 결혼식을 올리고 5년이 지난 후 오픈 릴레이션십을 맺는다고 해도 파경에 이를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국, 오픈 릴레이션십의 성공 확률은 다른 어떤 관계의 성공 확률과 같을 것이다. 성교육 전문가들에 따르면, 관계의 성공은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으며 그 요소에는 결핍을 느끼는 정도, 섹스에 대한 관점, 섹스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수준 등 다양한 개인적 속성이 포함된다. 성 문제를 주로 다루는 신경과학자인 데브라 W. 소(Debra W. Soh)는 2년 전 <플레이보이>에 이렇게 말했다. “특정 관계가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알아내기까지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수도 있어요. 커플끼리 각 개인에게 허용하는 행위의 한계를 협상하고, 재협상하고, 규칙을 정하는 것이 관계의 성공에 필수요소예요.”

놀랍게도 나는 A와 오픈 릴레이션십을 맺기 전에 이런 연구를 하나도 읽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직접 경험해본 결과, 마지막에 언급된 내용만큼은 100%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규칙은 관계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며, 오픈 릴레이션십이 불러일으키는 분노와 시기, 불안 같은 감정에 맞서기 위해 필요하다. 허용하는 행위의 한계에 대해 협상하는 것은 감정을 가지고 벌이는 지뢰 찾기 게임이다. 내가 다른 사람과 했던 데이트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A는 불안해했다. 머리카락과 콘돔 포장지를 만지작거리고, 내 휴대폰에 남겨진 야한 문자를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그 모든 행동은 악에 받친 주장으로 이어졌다. 그 이후 우리가 세운 규칙은 이것이다.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 것.’ 하지만 어느 날, A는 침대 위에서 내 데이트 상대 중 한 명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그 여자, 어떻게 생겼어? 그 여자한테 입으로 해줬어?” 나는 합죽이가 된 듯 입을 꼭 다물고 있었지만, A는 집요했다. 나는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섹시하게 생겼어. 그리고 입으로도 해줬어.” A는 내 손을 잡더니, 자신의 바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흠뻑 젖어있었다.

일대일의 관계가 오픈 릴레이션십을 더욱 은밀하게 만든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때때로 일대일의 관계에서 맺는 오픈 릴레이션십은 일찍 끝난다. 예를 들어, A가 묻지도 않았는데 내가 앞으로의 데이트에 대해 신나게 떠들었을 때, 우리는 거칠게 싸웠다. 결국, 우리는 규칙을 수정했다. ‘질문을 받았을 때만 말할 것’.

내가 다른 사람과 했던 데이트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A는 불안해했다. 머리카락과 콘돔 포장지를 만지작거리고, 내 휴대폰에 남겨진 야한 문자를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그 모든 행동은 악에 받친 주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오픈 릴레이션십은 명쾌한 규칙이 있다고 해도 순항이 어려울 수 있다. 생물학적 본능과 인간이 처한 사회적 상황이 충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명의 섹스(Sex at Dawn)>에서 크리스토퍼 라이언(Christopher Ryan)과 세실리아 제타(Cecilia Jethá)는 “일대일의 관계는 영장류에 가까운 오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DNA에 깊이 배어 있다”라고 주장한다. 이 사실을 결혼이라는 문화적 관습과 조화시키려고 노력한다면, 그 어떤 것도 오픈 릴레이션십을 100% 안전하게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한창 차가 막힐 시간에 A를 태우고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운전했던 때를 예로 들어보겠다. 다른 데이트 상대가 보낸 문자들 때문에 내 핸드폰이 계속 울렸고, 결국 A는 그것을 모두 읽었다. 그리고 크로마뇽인들이 현대 사람들에게 물려준 원초적 신경이 전투 상태에 돌입했다. 우리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말들을 내뱉었고, ‘커플 상담’을 받으러 가기에 이르렀다. 상담은 우리가 전투 후의 잔해를 살피는 데 도움을 줬지만, 결국 이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가지 못할 만큼의 상처를 입혔다.

그래도 우리의 오픈 릴레이션십이 실패한 원인은 그 싸움이 아니었다. 규칙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섹스에 대한 우리의 견해가 달라서도 아니었다. 진짜 원인은 꽤 단순했다. 우리가 실험을 시작한 지 두어 달 후, A는 내 집으로 찾아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내 열쇠와 메모 한 장을 현관문 아래로 밀어 넣었다. 메모에는 우리의 ‘말도 안 되는 합의’에 질릴 대로 질렸으며, 내가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져주기를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A와 사랑에 빠졌으면서도 일대일의 관계를 추구할 준비가 돼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그에게 다시 오픈 릴레이션십을 맺자고 말한 것이다.

절대로 그런 짓은 하지 말 것.

오픈 릴레이션십이 성공하려면 많은 요소가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먼저, 두 사람 모두 그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갈등은 “난 이런 관계를 단 한 번도 원하지 않았어”라는 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자간 사랑을 뜻하는 ‘폴리아모리’를 다룬 글 대부분은 내가 저지른 일이 누구나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말할 테다. 만약 당신이 파트너에게 오픈 릴레이션십을 맺자고 목놓아 주장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절대로 그런 실수는 하지 말 것. 그건 당신들을 위한 관계가 아니니 말이다. 사실 A는 처음부터 오픈 릴레이션십을 조금도 반기지 않았다. 그러자고 동의했던 이유는 단지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A는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오픈 릴레이션십이 성공하려면 많은 요소가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먼저 두 사람 모두 그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갈등은 “난 이런 관계를 단 한 번도 원하지 않았어”라는 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종말에 이르기 한참 전부터 뜨거운 분노의 불이 켜질 것이고, 결국 화재와 그을음을 남길 것이다.

내가 오픈 릴레이션십을 강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A는 결연한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나는 지난 번과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내 집에 있는 가구를 모두 팔아버리고 그의 집에서 동거하기 시작했다. 둘만의 관계에 전념한 것이다. 상황은 빠르게 나빠졌다. 두 달 후,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불과 몇 주 후, A는 내가 자신의 집으로 이사하는 것을 도와주었던 내 친구와 잤다. 내가 반평생 알고 지내던 놈이랑도 잤다. 내가 이 사실에 대해 따지자, A는 내게 엄청난 용량의 파일를 메일로 보냈다. 내가 자신을 화나게 했던 사건들에 대해 빠짐없이 기록한 파일. 공정하게 말하자면, A가 내게 화를 내야 마땅할 이유는 너무나 다양했다. 그러나 수많은 이유 중 파일에 담긴 내용의 요점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오픈 릴레이션십’이었다.

Credit

  • 에디터 김선희
  • 일러스트 Ina Stanimirova
  • Charlie Charbonne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