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피리언스데이 모터트렌드

시각장애인의 사랑

인간은 본능적으로 파트너를 찾아 나선다.

대부분의 사람은 시각장애인도 성적인 사고를 한다는 이야기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왼손으로 안내견의 가슴줄을 움켜쥔 채 오른손으로 립스틱을 바르면서 A 애비뉴를 황급히 올라가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행인과 세게 부딪혔다. 얼굴에 립스틱이 묻은 건 아닌지 걱정됐다. 나는 매치닷컴(Match.com)을 통해 연결된 상대와 처음으로 데이트를 하는 자리에 늦을까 뛰어가던 중이었다. 그래서 힐 소리를 또각거리며 다가오는,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혹시 제 턱에 립스틱이 묻었나요?” 상대 여성은 아무 문제 없어 보인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런 후에 데이트 상대에게서 전화가 왔고, 나는 거의 다 왔다고 말했다. 그에게 나와 내 안내견을 찾아보라는 말을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경험을 통해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나 사교적인 자리를 통해 남자를 소개받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연결된 상대와 만나기 전에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언급할 경우, 약속 시간을 정하기 직전까지 갔던 상대는 더듬거리면서 핑계를 내놓고, 침묵이 뒤따랐다.

일부 남자는 시각장애인 여자와 데이트한다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었다. 그러니 당신이 시각장애인이라면, 사회적 편견이 잔뜩 실린 그 흰색 지팡이를 꺼내는 순간을 미루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이 지팡이 소리가 정말로, 정말로 요란한 것 같았어요.” 뉴욕에 거주하는 심리학자 앤이 내게 한 말이다. 자신이 매력적이지 않은 존재로 비칠 거라는 두려움은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30년 넘게 악화한 녹내장 때문에 오른쪽 눈의 중앙부가 보이지 않고, 깊이를 인식하지 못하며, 시야의 아랫부분은 거의 보지 못할 뿐 아니라 맹점도 많은 그가 지팡이를 쓰지 않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그래서 어떤 데이트 상대가 불안이 깃든 목소리로 “에이, 당신은 지팡이를 쓸 필요까지는 없어 보여요!”라고 말했을 때, 사실은 지팡이를 쓸 필요가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누가 됐건 데이트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앤이 7년 가까이 사귀어 온, 현재의 파트너는 아티스트다. 이런저런 매력이 많은 남자인 그는 앤에게 세상의 시각적인 모습을 묘사해주는 일을 즐긴다. 그는 앞을 못 보는 여자도 사람을 웃길 수 있다는 사실도 일찌감치 배웠다. “우리가 세 번째로 데이트를 할 때였나, 아무튼 서로를 알아가고 있을 때였어요.” 앤이 내게 말했다. “1번가에 있는 술집에서였는데, 누군가가 쟁반을 들고 지나가더라고요. 소리를 질렀어요. ‘와, 캔디다! 나 캔디 무척 좋아해요!’ 그러고는 그걸 잡으려고 손을 뻗었죠.” 쟁반을 들고 있던 남자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떤 여자가 엄청나게 즐거워하면서 그의 콘돔을 집으려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콘돔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굴었거든요!” 그의 데이트 상대는 (그러니까 현재의 파트너는) 그냥 느긋하게 앉아 파안대소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고 했다. “시각장애인하고 데이트하다 보면 코미디 같은 상황이 숱하게 연출돼요.” 앤은 결론을 지었다. “다행히도, 그는 유머 감각이 좋은 남자예요.”

뉴욕 출신의 배우 겸 연주자 조지 애쉬오티스의 지팡이에 대한 견해는 신선하다. “지팡이는 나한테 일종의 해방감을 부여해요.” 그가 60년대 말과 70년대에 게이 클럽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아는 나는 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어땠느냐고 물었다. “지팡이를 들고 춤을 추고는 했죠. 그걸 지휘봉처럼 빙글빙글 돌리면서요.” 요즘 그는 데이트할 상대를 찾을 때는 대체로 메가메이츠(MegaMates) 사이트를 이용한다. 데이트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그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지 여부를 묻자, 그는 자기를 소개하는 오디오 파일에 그런 사실을 언급하지만 듣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런 탓에 몇 사람은 그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걸 모르는 채로 데이트 장소에 나타나고는 했다고. “그런 사람들은 오던 길을 돌려 아무렇지 않은 듯 그냥 자리를 뜹디다.”

한동안 그는 “나는 금발(Blond)이 아니라 시각장애인(Blind)이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자신의 특징을 강조했고, 사람들은 그의 그런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는 지겨워졌다. “나는 연주자요. 똑같은 소재를 물리도록 우려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소.” 그러나 조지는 자신의 시각장애가 문제가 되는 일은 많지 않았다고 장담했다. 어쩌면 시각장애인 게이 남성이라는 특징은 그 나름의 특전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각장애인인 이성애자 친구들, 그리고 장애가 없는 이성애자 친구들은 대체로 게이 사내들이 섹스와 관련된 분야에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특징을 정말로 부러워해요.” 내가 킥킥거리고 웃자, 그는 세련되고 그윽한 목소리로 자세히 설명했다. “너무 노골적으로 얘기하는 걸 용서해줘요. 폰 섹스 상대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5분 안에 나에게 오럴을 해줄 상대를 찾을 수 있어요.”

시각장애인의 세계에도 젠더와 관련한 전통적인 가치관과 관계는 그대로 적용되지만, 시각장애인인 이성애자 남성의 입장에서 데이트는 때때로 더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대런 하버는 29세의 배우이자, 이매진 블라인드 플레이어스(Imagine Blind Players) 극단을 창립한 제작자다. 루이빌에서 활동하는, 시각장애인으로만 구성된 이 극단은 정교한 안무와 격투신 등을 피하지 않는 것을 통해 시각장애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에 저항한다. 그런데도 그는 데이트할 때면 그를 자상하게 보살펴주려고 드는 상대에 맞닥뜨리고는 한다.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랑 데이트를 하려고 접근하는 여자들이 있어요. 그들은 보살펴줘야 할 사람이 필요한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던 상대들은 내가 무척이나 자립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는 했죠.” 대런은 데이트를 많이 한다고, 하버 부인이 될 여성을 항상 찾고 있다고 내게 말했다. “저 바깥세상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애인을 품에 안고 온몸에 키스를 퍼붓고 싶어서 못 견디겠어요. 나는 엄청난 사랑꾼이에요.” (그는 마사지 테라피스트이기도 하다는 말을 내가 언급했었나? 그렇다, 그의 손으로 사람을 녹여버린다!)

무척이나 매력적인 남자인 대런도 여자들과 그녀들의 남자친구들과 함께 데이트를 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지독히도 모욕적인 상황에 부닥치고는 한다. 동석한 커플의 애정 관계에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로 취급당하는 것이다. 대런은 아늑한 3인용 테이블에 앉아있을 때면 “자기도 대런처럼 근육 좀 키워야 해.”라는 식의 말들을 듣고는 했다. 이런 여자는 그를 이용하면 남자친구가 질투심을 느끼게 될 거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질투하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시각장애인 남성은 성욕이 전혀 없고 성욕을 발휘할 능력도 전혀 없다는 투로 말이다. “나는 유순한 애완용 강아지가 아니에요.” 대런은 그런 상황에 처했던 사람이라면 마땅히 느꼈을 법한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전체적인 상황에서 제일 엉망인 부분이 어디인지 알아요? 열에 아홉은, 그런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긴다는 거예요.”

여러분에게 시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으로 사는 것이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운 일이라거나, 그런 특징이 우리의 존재를 크게 규정하지는 않는다는 말을 하려고 애쓰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다면적인 프리즘을 통과한 경험 중 하나인 시각장애라는 특징이(현재까지는) 시각에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우리 인생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지는 말아야 하는 게 옳다.

“사람들이 나를 게이로 생각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여자들이 다른 남자들보다 나를 더 상냥하게 보살펴준다는 걸 느끼거든요.” 아내 제니 타이라와 함께 뮤지컬 <그대의 날개 위의 평화(Peace on Your Wings)>를 공동 창작한 작가 겸 오페라 가수, 예술교육자 로리 루빈이 한 말이다. “언젠가 어떤 아가씨는 자신이 나를 게이로 여기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밝히기도 했어요. 그녀는 내가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젠더에 대한 문제도 보지 못할 거라고 느끼더군요.” 분명한 건, 세상이 이런 식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뚜렷한 요소다. 앞을 보느냐 보지 못하느냐가 우리의 성적 성향을 결정한다면, 그건 우리의 키나 머리카락 색깔이 그걸 결정하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일이 될 것이다. 로리가 내게 말했다. 이 이슈와 관련된 것, 그리고 시각장애가 자식을 낳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거였다. “인간은 동물이기 때문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항상 천생연분을 찾아다녀요. 그러던 중에 깨달았어요. 당신이 시각장애인이라 할지라도 당신에게는 질이 있고, 당연히 당신도 섹스를 하고 싶어 할 거라는 걸요.” 우리는 섹슈얼리티가 눈을 통해 전달된다고 생각하는 존재라 시각장애인도 성적인 사고를 한다는 이야기에 놀라는 경우가 잦다.

“점자 포르노”로 불려온 촉각으로 즐기는 섹스 책을 창작한 스웨덴 아티스트 니나 린데는 이 주제에 처음으로 매력을 느낀 건 칠레에서 공부할 때였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다. 어떤 남자가 도로를 건너는 걸 도와줬는데, 그 남자는 북유럽 국가들이 리버럴한 사고방식으로 섹스에 접근하는 것에 대한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 그는 시각장애인인데도 이런 견해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그 깨달음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의 섹슈얼리티가 사회에서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요.” 그녀의 설명이다. 그리고 그녀는 올바른 결론을 내렸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성적인 자극을 필요로 해요.”

현재의 파트너를 만나기 전에, 나는 매치닷컴을 통해 커플로 맺어지기 직전까지의 경험이 많았다. 그 시절 내내, 나는 데이트 상대가 내가 <플레이보이>를 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보다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더 빨리 깨주는 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 하마터면 내가 그런 기쁨을 누리지 못 할 뻔했다는 것도 알게 됐다. 1986년도 <뉴욕 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의회도서관은 지난 12월에 <플레이보이> 점자판의 제작을 중단했다. 의회가 도서관 기금 3,000달러를 주지 않은 이후 벌어진 일로, 그 액수는 그 잡지를 시각장애인용으로 1,000부 인쇄하는 데 드는 비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플레이보이> 점자판에는 화보나 광고가 전혀 실리지 않았고, 당시 잡지의 그 판본은 의회도서관의 인기 대여 출판물 순위에서 6위에 올라있었지만, 의회의 일부 의원들은 시각장애인 독자들이 성인용 콘텐츠를 접하지 못하게끔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당연히, 일부 사람들은 이 행보를 ‘편법적인 검열행위’로 여겼다. 다행히도, 미국시각장애인협의회와 시각장애를 입은 참전용사협회, 플레이보이 사로 구성된 원고들이 승소했고, 그러면서 무엇을 읽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내가 점자가 오톨도톨 찍힌 종이에 잡지의 상징인 검정 토끼 머리가 인쇄된 우아한 커버를 들고는 이렇게 대답하는 게 가능해졌다. “기사들요!”

Credit

  • 에디터 김민지
  • M. Leona Godin
  • 사진제공 Dima Aslanian/Shutterstock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