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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토이를 가지고 페스티벌에 갔다

음악이 들릴 때마다 바이브레이터가 진동했고, 그 사실을 현장에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 털어놓았다.

페스티벌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온전히 나답게 행동할 수 있는 곳이다. 사건은 2년 전 EDC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졌다. 처음 보는 남자가 나를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더니 다가와 순진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키스해도 돼요?” 그 순간 “네”라는 대답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 목구멍까지 치솟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신시사이저가 세상을 뒤흔들고 조명이 화려하게 번쩍이는 가운데 입을 맞췄다. 그다음에 갔던 페스티벌에서는 어떤 남자와 키스한 후 “키스 스타일이 별로네요”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다른 남자를 붙들고 여러 번 키스했다. 그때 내가 절대로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페스티벌은 성희롱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지만, 나는 굉장히 운이 좋았다. 처음 서로를 본 순간 눈이 맞았고, 나를 구속하는 양심을 내려놓았다. 놀이터 곳곳을 누비며 남자아이들을 쫓아다니던, 내 안에 살고 있는 꼬마 아이가 제대로 진탕 놀아보겠다며 바깥세상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나는 이제 한 번에 여러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예전처럼 자유분방하게 놀 수는 없지만, 섹스와 EDM 사이에는 분명 묘한 연결고리가 있다. 테크노 비트와 하우스 훅은 성적 흥분을 유발해 상대와 뒤엉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지난 3월에 열린 울트라 마이애미에서는 이런 흥분을 자제할 예정이었다. ‘클럽 바이브3’를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클럽 바이브3’는 음악에 반응하는 웨어러블 바이브레이터다. 이것을 검정 레이스가 달린 속옷에 꽂고 리모컨으로 ‘클럽 모드’ 설정을 하면 소리가 감지될 때마다 바이브레이터가 진동한다. 결국, 당신이 입은 속옷이 음악에 맞춰 진동하는 것이다.

페스티벌에서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하려는 계획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나는 최대한 조심히 행동했다. 나는 어쨌든 페스티벌의 추잡한 장면을 똑똑히 목격했던 사람이다. 작년 투모로우랜드에서는 어떤 남자가 내게 입을 맞추려고 애를 썼는데, 심지어 내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도 그랬다. 그 직후에는 핀란드 남자 두 명이 그들의 숙소에 가서 스리섬을 하자며 나를 꼬드겼다. 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대꾸해도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굉장한 경험이 될걸요?” 페스티벌에 온 남성이 여성을 대하는 방식이 이렇다면, 자기 입으로 “나 지금 바이브레이터 끼고 있어”라고 말하는 여성을 대할 때는 어떻겠는가? 사람들은 ‘성적 대상이 아니지만 섹시한 여성’을 제대로 상상하지 못한다. 그리고 불행히도 섹스에 개방적인 여성은 사람들의 눈에 ‘인간 섹스토이’로 비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클럽 바이브3’는 음악에 반응하는 웨어러블 바이브레이터다. 이것을 검정 레이스가 달린 속옷에 꽂고 리모컨으로 ‘클럽 모드’ 설정을 하면 소리가 감지될 때마다 바이브레이터가 진동한다.

그런데 상황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사회의 변화를 정확히 반영해 보여주는 척도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바이브레이터에 대한 남성의 반응일 것이다. 마이애미로 출발하기 전, 페스티벌에 함께 가는 ‘남자 사람 친구’에게 내가 벌일 작은 실험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이렇게 말했다. “악스웰 인그로소보다 이 이야기가 더 흥분되는데? 너가 오르가슴을 느끼는 장면, 동영상으로 찍어도 돼?” 당연하지! 우리는 이 실험에 대해 마음껏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혹시 바이브레이터가 늦게 도착하거나 불량품을 받게 되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나는 내가 머무를 호텔로 배송해달라고 요청했다. 두 개를 주문했는데, 하나는 오미모드 제품이고 하나는 러브허니 제품이다. 오미보드는 큼지막하고 투명한 상자 안에 다른 섹스토이 몇 개와 함께 내 소중한 바이브레이터를 보냈다. 방을 청소해주는 직원이 들어올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멘붕’이 됐다. 상자를 슈퍼마켓에서 가져온 비닐봉지에 넣어 숨겼다. 그리고는 섹스토이의 일러스트레이션이 그려진 설명서를 읽다가 도저히 사용법을 이해할 수 없어 바닥에 내팽개쳐버렸다. 다음 날, 호텔 프런트에 있는 남자 직원이 나를 보며 교활한 웃음을 지었다. 분명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실험의 취지가 여성의 자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것이잖아!’ 그제야 나는 마음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그리고 비상용으로 챙겨둔 바이브레이터 중 하나를 꺼내 스스로 여섯 번의 오르가슴을 선사하며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내가 사용한 제품은 ‘브라이프 커들’이었다). 이 결과를 흥분이 가득 담긴 구글 메시지로 남자친구에게 알린 후, 페스티벌 장소로 향했다.

아민 반 뷰렌이 공연하는 동안 내 실험에 대해 알고 있는 친구들을 만났다. 나는 그들에게 바이브레이터의 작동방식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리고 바이브레이터의 설정을 바꾸러 화장실에 갈 때마다 그 사실을 알려줬다(이 제품은 상당히 빨리 방전된다는 후기가 많아 한 시간 넘게 켜놓을 수 없었다). 또한, 진동이 약하고 중력 때문에 아래로 처진다고, 그래서 기분 좋은 진동만 느껴질 뿐 황홀할 정도로 강한 진동은 느껴지지 않는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내가 가진 것은 나 자신의 욕망이지 남자의 욕망에 반응하는 능력은 아니었다. 남자는 이 쾌락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남성에 대한 언급 없이 내 성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독특한 해방감을 안겨줬다. 이 대화는 결국 나를 위한 것이었다. 내가 가진 것은 나 자신의 욕망이지 남자의 욕망에 반응하는 능력은 아니었다. 남자는 이 쾌락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페스티벌 둘째 날,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낯선 남자가 내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남자친구 있어요?” “네.” “그러면 솔로인 척하고 한 번 들어보세요. 어떤 남자가 ‘인스타그램 모델 맞죠?’라는 멘트로 작업을 건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 제 친구의 작업을 도와줘야 해서요.” “과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것 같잖아요.” 나는 그에게 되물었다. “저도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제가 음악 반응형 바이브레이터를 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의 기분은 어떨까요?” 그의 작업 멘트가 너무 과하다는 내 대답과 이 질문은 상당히 모순적이었다. 그는 대답했다. “실제로 작동하기는 해요? 그걸로 쾌감을 느낀다면 멋지네요. 계속해봐요. 이따가 마시멜로 공연에 같이 갈래요? 부담 갖지는 말고요.” 얼마나 살아있음을 느끼며 펄떡거리기 좋은 시간인가? 내가 가끔은 여러 명을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우리는 한 시간 후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조금 전의 대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다른 남자가 다가와 내가 두려워하는 ‘그 말’을 했다. “키스하고 싶어요.” 몇 마디 잡담을 나눈 후 그에게 사실을 알려줬다. “남자친구 있어요.” “지금 여기에는 없잖아요.” 그는 내게 몸을 가까이 기울였고, 나는 고개를 돌려 피했다. 그랬더니 그가 말했다. “지금 이렇게 남자랑 이야기하고 있는 건 저한테 뭔가 기대하는 게 있어서 그러는 거예요.” 아니, 이제는 남자랑 이야기를 나눠서도 안 된다는 말인가? 내가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때가 바로 이런 순간이다. 나는 그에게 바이브레이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 쾌락을 쫓아다니는 나를, 그리고 쾌락을 추구하는 나의 자유를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

과거의 나였다면 거절하는 것을 미안해했겠지만, 나는 그에게 “왜 ‘애인 있어요?’라는 질문이 ‘키스해줘요’로 들리는 거죠?”라고 쏘아붙인 후 자리를 떠났다. 이런 요구에 응답해줄수록, 이런 사람들은 페스티벌에 대한 내 기억을 더욱 좌지우지하려 들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를 거절했다. 대신 나는 이전에 약속했던 남자를 다시 만나 마시멜로의 무대 앞까지 뚫고 들어갔다. 얼마나 가까이 갔는지, 고막이 둥둥거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Alone’을 따라 부르면서 펄쩍펄쩍 뛰기도 했다.

바로 그때, 바이브레이터의 전원이 꺼졌다. 그래서 일요일에 다시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 충전기에 꽂아뒀다. 니키 로메로의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마찰을 증가시키기 위해 나는 두 다리를 바짝 붙이고 마구 비볐다. 옆에서 몸을 흔들고 있는 한 여자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지만, 그는 그저 깔깔거리기만 했다. 그러나 그 어떤 남자에게도 그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았다. 이 모든 경험은 페스티벌의 짜릿한 비밀로 기억될 것이다.

섹스토이 컬렉션이 펼쳐진 호텔 방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놀이터 곳곳을 누비며 남자아이들을 쫓아다니던 꼬마 아이는 이제 없다. 하지만 스스로 쾌락을 쫓아다니는 나를, 그리고 쾌락을 추구하는 나의 자유를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

Credit

  • 에디터 김선희
  • Suzannah Weiss
  • 사진제공 gpointstudio/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