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해줘, 입으로

오럴 섹스도 기브 앤 테이크다.

2011년 1월 14일 나는 콜로라도 덴버에 있는 내 침대 위에서 알몸의 남자가 다리를 벌리고 누운 나를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째려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오럴 섹스를 거부당한 적은 처음이었다.

“입으로 해줘”라고 말하자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닥만 내려다봤다. “나는 그런 건 안 해” 그의 고백을 듣자마자 아직도 힘을 잃지 않은 그의 소중이와는 달리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연인에게 입으로 해주는 건 당연한 일 아니야? 내가 해줬으니까 이제는 당신이 해줘야지. 그게 이 바닥 도리 아니었어?’

만약 당신이 상대에게 입으로 해주지 않았을 경우 그런 도리는 존재하지 않을 테다. 젠더와 성적 취향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오럴 섹스(펠라치오나 커닐링구스)는 굉장히 다양한 이유로 호불호가 갈리는 행위이다. 그 남자가 내게 했던 핑계는 ‘우리는 방금 만난 사이라서’였다. 그는 자신의 신체 일부를 내 골반에 찔러 넣고 5분간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원하면서도 커닐링구스만큼은 내밀한 관계에서만 하는 행위라고 단정 짓는 것이었다.

바로 이 지점이 성적 취향과 이기심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지점이다. 당신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유로 커닐링구스를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논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그건 이기적인 짓이다. 특히나 당신의 파트너가 반드시 오르가슴을 느끼고 싶어 하는 상황이거나 색다른 성적 경험을 만끽하고 싶을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아마도 빈약한 얼버무림은 상대의 정신적 고통과 분노가 이어질 것이다.

결과부터 말하면 누군가에게 오럴 섹스를 요청하는 것은 당신을 나무에 묶어놓고 젖은 스파게티로 젖꼭지를 때려달라고 부탁하는 수준의 변태적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럴은 하기 쉽다. 상대의 동의하에 올바른 방식으로 행하면 아프지도 않고 임신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성병 감염률도 성기로 하는 섹스에 비교적 낮다. 게다가 도덕적, 신체적 희생이 따라야 하는 복잡한 성적 판타지에 당신을 억지로 밀어 넣지도 않는다. 이런 장점 때문에 오럴 섹스는 대다수가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파트너로부터 받게 될 거라고 기대하는 아주 기본적인 성행위로 여겨진다. 더군다나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위해선 많은 여성이 이 행위가 필요하다.

<성의학저널 The Journal of Sexual Medicine>에 게재된 대규모 설문 조사에 따르면, 여성 중 81%가 오럴 섹스를 통해 절정에 다다르는 반면, 질 삽입만으로 클라이맥스에 오를 수 있는 여성은 단 25%밖에 안 됐다.

그렇다면 당신은 필수적이고 흥미롭기까지 한 오럴 섹스를 거부하는 사람을 믿을 수 있겠나? 나아가 파트너가 마땅히 누려야 할 쾌감에 인색한 사람들에게 어떤 말로 설득할 수 있을까? 이 해결책을 알아내기 위해 성의학 전문가 2명과 상의했다. 먼저 인간 관계 카운슬러 겸 성교육가 수잔나 브리스크에 따르면 오럴 섹스를 혐오하는 사람에 대해 “그들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견해에 동조했다. “사람은 누구나 취향을 가지고 있죠. 내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 건 사람들이 섹스에 대해 무척이나 고지식한 입장을 취할 때에요. 그런 사람들은 주변에 경계를 튼튼하게 쳐놓고 밥맛 떨어지게 굴면서 파트너가 자신의 고집을 받아들이길 기대하죠. 그런 사람들이 특히 믿을만하지 못한 것은 우리 각자가 품은 성적 욕망을 언어로 표현하고 실행에 옮길 땐 처음부터 신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이에요.” 심지어 그 욕망이 오럴 섹스처럼 기본적 행위일 때도 파트너에게 원하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상대는 경청하면서 내밀함을 쌓기 위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파트너가 당신의 쾌감에 신경써줄 거라고, 당신이 욕망에 대해 얘기할 때 이상한 사람 취급하지 않을 거라고 완전히 믿지 못한다면 당신은 밥맛 떨어지는 연애를 하고 있는 셈이다.

“소중이를 핥는 것과 피리를 불어주는 게 누구에게나 적합한 행위는 아니란 걸 알아요. 하지만 파트너가 클리토리스를 자극받고 싶어 주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신은 늘 하던대로 허리를 들썩이는 짓만 할 작정이라면,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에요. 슈퍼마켓에서 봉지에 물건 담는 일만 하는 아르바이트 같다고요. 당신이 파트너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당신이 아닌 누군가가 해낼 거예요. 사람들은 각자 품은 욕망을 하나의 교집합으로 만들 방법을 궁리할 공간이 필요해요” 그녀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예를 들어, 당신이 폴리아모리(polyamory, 다자간의 연애를 추구하는 사람)이고 다른 연인이 당신을 대신해서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는 괜찮아요. 그런데 특정 성행위를 혐오하면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바꿔볼 의향이 없는 사람일 경우 진지한 만남을 다시 생각해보게 될 거예요.” 오럴 섹스를 하지 않고도 섹스를 즐기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섹스와 속궁합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브리스크는 합리적인 타협안을 내기 위해 자신과 같은 전문가를 방문하길 권했다.

한편 성교육자 앤티 에인절은 반드시 신뢰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럴 섹스를 싫어하더라도 믿을 수 있는 파트너는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파트너에게 오럴 섹스를 해주지 못 하는 이유가 있죠. 중요한 것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거죠.” 에인절에 따르면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감각이라고 말했다. 생식기의 맛과 냄새, 질감은 달아올랐던 욕망을 차갑게 식혀버릴 수 있다는 것.

생강과 계피를 활용해 맛을 향상시킬 수 있고, 비누를 바꾸면 냄새를 좋게 만들 수 있으며, 수분을 많이 섭취해 질감을 높일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파트너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가 기분을 잡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문제를 상의하지 않는다.

여자한테서 “당신의 정액에서 달걀 썩는 맛이 나”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 아마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럴 섹스를 거부하는 쪽을 택한다. 간단히 말하면 자신이 없는 것이다. “대개 과거의 파트너에게 문제를 얘기했다가 최악의 결과를 얻었던 적이 있을 거예요. 자신감이 몽땅 사라졌을지도 모르죠. 또 오럴 섹스에 관한 지식이나 테크닉이 없어서 시도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럼 사람들 중에는 대다수가 오럴 섹스를 통해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해요. 실패를 내면화하면서 전체적인 상황을 회피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오럴 섹스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무턱대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거죠.”

브리스크와 에인절 모두 사람들은 파트너에게 오럴 섹스를 해주기 싫은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커플 중 한 사람이 성적 트라우마가 있거나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을 경우, 세균성 질환이나 성병을 앓고 있는 경우, 오럴 섹스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맞다.

“본격적인 관계에 돌입하기 전에 파트너와 함께 침대에서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에 대해 얘기해야 해요.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이 피곤한 드라마를 헤쳐나갈 수 있어요. 특정 행위를 싫어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솔직하고 유연한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거죠.”

그렇다면 2011년 1월 14일 내가 상대해야했던 그 남자는 어디에 속하는 걸까? 뒤돌아 생각해보면, 그에게는 오럴 섹스를 거부할 권리가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어느 누구도 파트너에게 오르가슴을 빚진 적 없다. 파트너가 자신의 취향을 솔직하게 밝히는 순간, 둘 사이가 더욱 신뢰할만한 관계가 되는 건 아닐까?

당신이 오럴 섹스를 싫어한다면 당신의 거절을 불쾌하고 실망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을 파트너를 찾아낼 필요가 있다. 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하지만 세상 어딘가엔 그런 여자도 존재하지 않겠는가?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일러스트 George Rodriguez
  • Isabelle Kohn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