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플보

첫 데이트, 뭘 먹어야 할까?

"아무거나 다 좋아요"에 속지 말자.

대체 '아무거나'가 뭔데?

“그럼 토요일 어때요?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전 ‘아무거나’ 다 좋아요.” 이놈의 ‘아무거나’. 이 정도 되면 때려죽이고 싶을 정도의 단어다. 첫 데이트부터 삼겹살은 왠지 격 없어 보이고 이탈리안 음식은 뻔하디뻔하고, 제대로 된 일식 코스는 어떨지 모르는 상대방에 대한 ‘기회비용’이 상당히 크다. 혹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다가 카페 갔어. 아, 일단 거기서부터 ‘극혐’. 진짜 뻔하지 않아?”라고 말하지만, 또 다른 이는 “요즘 ‘핫’한 셰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갔잖아. 진짜 센스있다니까?”라고 말하는 게 여성의 심리다. 물론, 남성의 취향이 드러나는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39명에게 물었다. 대체 첫 데이트 때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더불어 2차엔 뭐가 좋을까. 더는 ‘아무거나’에 골머리 쓰지 않기를 바라며!

Q1 당신의 연령대는?

소개팅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인 20대와 30대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Q2 당신의 성별은?

소위 ‘여자어(言)’ 중 ‘아무거나’에 취약한 남성이라면 눈여겨 봐야할 설문이다. 여성의 답변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 그만큼 여자는 무슨 음식을 먹고 싶은지 솔직하게 답했다.

Q3 첫 데이트하기 좋은 날

첫 데이트 음식을 고르기 전,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선호하는 첫 데이트 날짜를 물었다. 의외로 흥미로운 결과. 남성은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을 절대적으로 선호하는 반면, 여성은 모든 날을 골고루 선택했다. 이 중에서도 일요일보다 목요일의 비중이 꽤 높았는데 그 이유는 “목요일에 만나고 금요일에 ‘애프터’ 여부를 확인하고 주말에 만나기 위해서”라고. 꽤 지능적이다. 역시 금, 토요일은 모든 성별에게 “부담이 없다”는 이유로 공동 1위, 2위를 차지했다.

Q4 첫 데이트 1차, 무슨 음식이 좋을까요?

1 아시안 레스토랑(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음식)
2 아시안 레스토랑(태국,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 음식)
3 유럽피안 레스토랑(이탈리안, 프랑스, 스페인, 지중해 음식 등)
4 아메리칸 레스토랑(북미, 남미 음식)
5 고깃집(한돈, 한우 등 숯불구이)
6 패밀리 레스토랑
7 카페
8
9 펍(치맥, 피맥 등)
10 이자카야
11 포장마차
12 기타

첫 데이트 1차 음식에서 비교적 극명하게 갈린다. 남성은 동남아 음식과 이탈리안 음식, 고깃집, 카페, 바, 펍, 이자카야, 포장마차 단 8개의 메뉴를 선택했는데, 여성은 총 10개의 메뉴를 선택했다. ‘아무거나’는 정말 ‘아무거나’였다고 믿어도 됐던 셈이다. 그중에서도 공통으로 높았던 의견은 동남아 음식, 이탈리안 음식, 카페, 펍, 이자카야. 여성의 기타 의견으로는 “퀴진 타입은 상관없다. 하지만 고깃집은 추천하지 않는다. 굽느라 정신없다”였다. 뻔한 이탈리안 음식이 싫다면 색다른 동남아 음식을 시도해도 좋을 법하다. 물론,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듯 패밀리 레스토랑은 피할 것.

Q5 첫 데이트 2차, 무슨 음식이 좋을까요?

1 아시안 레스토랑(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음식)
2 아시안 레스토랑(태국,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 음식)
3 유럽피안 레스토랑(이탈리안, 프랑스, 스페인, 지중해 음식 등)
4 아메리칸 레스토랑(북미, 남미 음식)
5 고깃집(한돈, 한우 등 숯불구이)
6 패밀리 레스토랑
7 카페
8
9 펍(치맥, 피맥 등)
10 이자카야
11 포장마차
12 기타

역시 1차 음식으로 선택한 비율이 가장 높았던 음식은 2차 음식으로 제외됐다. 남성과 여성 모두 바, 펍, 이자카야를 높은 비율로 선택했고, 여성의 경우 카페를, 남성의 경우 포장마차를 좀 더 선택했다. 여성의 기타 의견으로는 루프톱이 있었으니 날이 좋다면 참고할 것. 앞선 데이터를 종합한다면 금요일과 토요일에 이탈리안 음식 혹은 동남아 음식을 먹은 후 바 또는 펍을 가는 게 무난하다.

Q6 첫 데이트 음식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더 많이 먹을 수 있었는데 돼지처럼 보일까 봐 조금 먹었다.” -20대 여성 A

“간단히 소주에 곁들일 수 있는 메뉴를 찾다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콩나물과 김치를 불판에 구워 먹는 걸 좋아했는데 당시 교정 중이라 고기밖에 먹을 수 없었다. 평소 ‘내숭파 공주’는 아니었지만 첫 만남부터 교정기에 붉은 고춧가루와 콩나물을 빨래 널 듯이 하는 걸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기억도 안 난다. 기억이 나는 건 ‘콩나물, 김치 맛있겠다.’ 이것뿐.’ -20대 여성 B

“익명이니까 말한다. 10년도 더 된 얘기다. 추억의 오므X토X토, 그곳에서 오므라이스를 먹으며 소개팅을 했다. 혹시 그 상태 아나? 코를 조금만 ‘흥’ 해도 코딱지가 나오는 그런 상태. 내가 그런 상태였던 것 같다. 밥을 먹으며 웃다가 ‘흥’ 했는데 내 코에서 뭔가가 ‘뾱’ 나와서 내 밥 위로 ‘뿅’. 그 친구는 잘 지낼까?” -20대 여성 C

“전날 친구들과 과음 후 다음 날 소개팅이었는데 상대 여성이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해장국만 먹고 집에 왔다.” -20대 남성 A

“테이블 매너 없는 사람과 얼굴 쳐다보며 밥 먹기 힘들다. 예를 들어 쩝쩝거리고 숟가락질과 젓가락질을 못 하고 손가락 빨고, 이런 사람 있지 않나. 그런 사람을 만난 적 있는데 침대 위에서도 내 손가락을 빨았다. 정말 싫다. 개인의 페티시는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그는 내 페티시와 맞지 않았다.” -30대 여성 D

“양꼬치 집에 갔었다. 첫 데이트치고 양꼬치를 태우지 않으려 애쓰는 남자를 보며 ‘하하. 귀엽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구운 양꼬치를 내 앞접시에 올려주더라. 센스있게 쯔란도 알아서 채워주길래 ‘누구 아들인지 참 잘 배웠다’ 싶었다.” -30대 여성 E

“난 첫 데이트 때 순댓국을 먹었다. 들깻가루 때문에 웃지 못했는데 지금은 잘 웃는다.” -20대 여성 F

“그날 우린 태국 음식을 먹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입술에서 고수 맛이 날 필요는 없었는데.” -20대 남성 B

“한, 중, 일 중에 고르라 해서 일식을 골랐더니 회가 코스로 나오는 곳에 데려갔다. 그때 내가 22살이었는데.” -20대 여성 G

“처음 먹는 음식인데 아는 척했다가 창피당한 적 있다.” -30대 남성 C

“내가 안 가본 레스토랑을 찾기 위해 SNS를 비롯한 내 행적을 탐색한 남자에게 감동한 적이 있다.” -30대 여성 H

“팥빙수는 안 먹는 게 좋은 것 같다. 이에 팥이 낀 줄 모르고 막 웃었던 기억이.” -30대 여성 I

“첫 데이트에 갔던 수제버거 집. 잘라 먹기도, 입으로 베어먹기도 모호한 크기. 결국 줄줄 흘러 민망한 첫 식사였다.” -30대 여성 J

“마음에 안 드는 여성이 나와 봉X스밥버거 간 적 있다.” -20대 남성 D

“첫 데이트에서 음식을 ‘쉐어’하자고 하는 상대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샐러드 하나와 파스타 하나만 시킨다든지, 쌀국수 하나 볶음밥 하나 시킨다든지. 처음 만난 사이에 침을 섞고 싶지 않다. 이것 역시 일종의 배려라고 본다.” -20대 여성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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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한수연
  • 사진제공 Boris Kuznets/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