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트렌드3

비자발적 독신주의자 인셀

모두가 섹스를 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사랑과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을 경험하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버린 남성들이 있다. 첫 키스, 데이트, 섹스, 풋풋한 연애, 캠퍼스 로맨스까지 아무것도 없다. 끝없는 ‘거절’만 있을 뿐이다.

이런 남성들을 대중은 ‘인셀’이라고 부른다. 비자발적 독신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약자이자 ‘여성 혐오자’라는 뜻의 부류. 그들은 미국의 포챈, 레딧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진영을 이루고, ‘incels.me(현재 사이트는 폐쇄)’와 같은 포럼을 진행한다. 그리고 테러로 가장 유명하다. 2014년 미국 이슬라 비스타에서 22살 엘리엇 로저가 ‘복수의 날’이라며 총기를 난사해 6명이 사망한 사건. 2018년 캐나 토론토에서 25살 알렉 미나시안이 렌트한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10명을 죽인 사건이다. 미나시안은 사건 직전 페이스북에 “인셀의 반란이 이미 시작됐다! 최고의 신사 엘리엇 로저 만세!”라는 글을 남겼다.

로저와 미나시안은 극단적인 인셀이었지만 대부분은 폭력성이 낮고 흔히 ‘루저’로 알려져 있다. 남성뿐만이 아니라 남녀 모두가 해당한다. 실제로 ‘인셀’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든 사람도 캐나다 출신의 여대생이었다. 그녀는 ‘Alana’s Involuntary Celibacy Project’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소외되고 혹은 정신질환을 앓거나 성경험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도 인셀은 존재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각, 커피숍 건너편에도 몇몇 보인다. 그들은 조금 특이한 남성으로, 사이즈가 엉망인 셔츠와 해골 모양의 목걸이를 착용하고 몸을 배배 꼬고 있다. 신나게 수다를 떨다가도 여자가 지나가면 갑자기 조용해지는 그들이다. 그리고 나도 한때는 그들과 같았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섹스는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더 많은 여성을 만나는 남성이 있고, 반대로 항상 더 많은 남성을 만나는 여성이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더 나은 사람이기 때문에’ 같은 이유도 아니다.”

나는 사춘기 시절 당시 인셀이었다. 친구들은 모두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다니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도 전에 성 경험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경험을 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중학교 2학년 때 제일 친한 친구가 그 전날 경험한 애널 섹스에 관해 이야기한 것이 생각난다. 나는 번번이 여자한테 차여 놀림을 당하곤 했다. 짝사랑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해도 ‘네가 이상하다’, ‘우린 그냥 친구다’, ‘내 친구를 더 좋아한다’ 등의 답을 듣기 일쑤였다.

그 당시에 나는 남성 커뮤니티(그 당시 막 형성된)에서 위안을 얻곤 했다. 그때 봤던 글에 의하면, 세상은 ‘채드(잘생기고 여성과 잘 사귀는 남성을 이르는 은어)’와 나 같은 인셀로 나뉜다고 했다. 인셀은 여성의 키, 몸, 인종, 턱선 정도만 따진다고 판단했다. 이제 와 돌아보면, 나를 ‘인셀의 세계’에 빠지게 하는 요소의 집합체였다. 나는 평소 자존감이 낮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며, 어색하게 포옹하고 항상 사과만 하는 학생이었다. 게다가 오하이오 주에서 자란 아시아계 미국인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에 크게 신경 썼다. 이유가 무엇이었던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스스로 극복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인기가 가장 많던 여자아이가 내 사물함 앞에 가방을 떨어트린 적이 있었다. 여학생은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는 나에게 아시아계 배우와 닮았다고 했다. 그렇게 내 첫 키스의 상대였다. 그 이후로 내 속에는 그녀의 모습이 불현듯 나타나고는 한다. 대학 시절에는 첫사랑이 있었다. 그는 나의 미숙함을 이해해줬고,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사랑을 잃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준 사람이다.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여성이 있었다. 내가 이별에 관해 쓴 글을 보고 메일을 보내어 일주일간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 일주일 동안 그와 원조교제를 하던 남성의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이들과 만나면서 나의 날카로운 성향이 점점 사라졌다. 더 이상 누군가가 나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당당하고 또 행복했다. 하지만 죄책감을 느꼈다. 나는 결국 인셀이 꿈꾸는 대로 자랐다. 큰 키, 넓은 어깨, 날렵한 턱선 그리고 준수한 외모. 만약 내가 이렇게 성장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됐을까?

모든 인셀의 길은 나뉘게 되어있다. 벗어나지 못한 자는 남성의 세계 여기저기로 보내진다. 블루 등급 인셀은 줏대 없이 이성에게 들이대지만 결과가 좋지 못해 또 다시 좌절하고 여성들은 자기 같은 ‘착한 남자’를 좋아해 주지 않는다며 복수심을 품게 된다. 레드 등급의 인셀은 순전히 ‘착한 남자’가 되려 하지 않고 ‘알파’가 되려고 노력하며 데이트 기술을 연마하고 외모를 가꾸는 등의 노력을 한다. 그리고 MGTOW (men going on their way) 부류가 있다. 이 부류는 이성 관계의 장단점을 파악할 여지조차 없으며, 여자 없는 인생을 살아가기로 결심한 사람들이다.

”인셀은 한 가지 이유로 거절당하는 것이 아니다. 존재 자체를 거절당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거절은 그저 웃어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악당으로 만들 수 있는 정도의 트라우마다.”

다양한 형태의 인셀이 존재한다. 짐셀(Gymcel)의 관심은 오로지 운동이다. 친셀(Chincel)은 턱뼈가 아주 조금 더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커리셀(Currycell)과 라이스셀(Ricecel)은 자신의 인종을 탓하는 아시아인. 멘탈셀(Mentalcel)은 자신의 정신질환을 탓한다. 리스트셀(Wristcel)은 자신의 얇은 손목을 탓하는 인셀. 그리고 페이크셀(Fakescel)이 있다. 보통의 인셀들은 나의 고통이 비교적 짧았기 때문에 나를 페이크셀로 볼 것이다.

블랙 등급 인셀이 있다. 그들은 문에 붙어서 자라는 곰팡이 같은 존재다. 아무리 자기 자신을 가꿔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며, 모든 여성은 키 큰 백인만 좋아하리라 생각한다. 이 잔인한 등급에 속하는 사람이 엘리엇 로저와 알렉 미나시안 같은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블랙 등급의 인셀은 한 명도 모르고 또 알고 싶지도 않지만, 25살이 넘었지만 키스를 못 해본 인셀 몇 명은 알고 있다. 대부분 남성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아시아인들이다. 그래서 더 동정심이 발동한다. 어떤 친구는 레드 등급의 길을 가기도 한다. 한 친구는 픽업 아티스트 부트 캠프, 훈련 코스, 여행, 클럽, 화장품, 패션에 15,000달러나 지출했다. 일 년이 지나도 잠자리를 갖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진전은 있었다. 여자 친구가 생기고 첫 키스도 경험했다. 반면, 다른 친구는 완전히 포기한 상태다. 그저 독서, 포르노, 여성과 사회에 대한 험담만 늘어놓을 뿐이다.

조금 특이한 특징을 가진 친구도 있다. 그는 똑똑하고 충분히 호감형이며 수백만 달러 가치가 있는 스타트업 회사의 공동창업자다. 애인이 있었던 적도 있지만, 그는 스스로 인셀이라 여긴다. 한번은 자기가 ‘짐셀’이라며 헬스장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인셀’이란 그저 섹스를 못 하는 사람과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내가 섹스하고 싶은 상대와 섹스할 수 없는 사람이 ‘인셀’이라고 생각해. 나는 성관계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루저도 아니야. 아마 지금 틴더를 설치해서 누군가를 찾으면 꽤 괜찮은 사람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것과 얻을 수 있는 것이 맞지 않아.”

나는 왜 좋아하는 여자와 사귈 수 없을 것 같은지 질문했다. 그는 키, 외모, 백인이 아니라는 점이 그의 ‘시장 가치’를 떨어트린다고 했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육체적인 부분과 인종이 중요해.”라고 한다. “나는 ‘채드’도 아니고 키 큰 백인도 아니야. 그런데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들여야 하는 노력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 되지 않아.”

그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 분명히 존재한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섹스는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더 많은 여자를 만나는 남성이 있고, 반대로 항상 더 많은 남성을 만나는 여성이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더 나은 사람이기 때문이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들의 외모와 그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 때문인 것이다.

”성별이 무엇이든 모든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고 다양한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 모두가 섹스를 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사랑과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인셀이 섹스를 못 한다는 인식은 우리가 아시아계 남성이나 흑인 여성이 성적 매력이 덜한 것에 대해 동정심을 느낄 때 사라진다. 인셀은 키, 턱선 등에 대한 중요성을 부풀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상관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자신답게 행동하라’, ‘성별로 자신의 가치를 매기지 말라’는 흔한 말은 좋게 말해 센스가 없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지나치게 건방진 대답이다.

인셀에 대한 연민을 느낄 필요가 있다. 작가가 되고 싶어도 기고한 모든 곳에서 거절 당한다면, ‘좋은 작가’가 아니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인셀은 한가지 이유 때문에 거절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존재 자체를 거절당하는 그들이다. 그리고 그 거절은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악당으로 만들 수 있는 정도의 트라우마를 안겨준다.

사랑은 꽃을 피우는 햇빛과도 같다. 친구 혹은 연인으로 내 인생에 들어왔던 여성들은 나를 한층세심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우리 사회도 가장 소외당하는 집단의 사람이 관심을 받는다면 더 좋아질 것이다. 모든 사람이 수천 명과 잠자리를 가져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찾는다면 모든 것이 가치 있는 것이다.

인셀에게도 희망이 있다. 진화 심리학자에 의하면 남성은 외모를 더 선호하는 반면 여성은 야망과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오르려 하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여성은 외모로 평가를 받지만, 남성은 성격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그리고 외모와 달리 성격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즉 남성은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를 만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어떻게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피상적이다. 남성 인셀은 여성을 1부터 10까지 점수를 매긴다. 반대로 여성은 잠재력과 능력을 중요시한다. 물론 키와 외모는 중요하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있으면 삶이 즐겁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리고 섹스만을 원하고 섹스를 하지 못했다고 악랄해지는 남성이 판치는 세상에서 한결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어느 날 밤, 그 당시 인셀의 단어를 만든, 알라나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알아봤다. 그는 올해 4월에 ‘분노 말고 사랑’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프로젝트는 ‘외로운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기 보다 존중받을 수 있는 사랑을 찾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읽는 순간 감동 받았다. 인셀이었던 내가 느낀 점이 그대로 요약돼있었다.

“성별이 무엇이든 모든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고, 다양한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 모두가 섹스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사랑과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분노, 폭력으로 이어지기보다 서로 도우면서 행복을 찾을 수 없을까?”

Credit

  • 에디터 김민지
  • 번역 김윤진
  • Zachary Schwartz
  • 사진제공 M-SUR/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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