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애자의 특권

"처음으로 여자와 잔 날, 섹스에서도 얼마든지 주도권이 바뀔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양성애자의 특권

23살의 데본 모레티가 ‘양성애자’라고 커밍아웃(coming-out, 소수 성애자임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일)하기 전까지 그는 여성과 남성 모두와 연애하고 싶은 욕망을 부끄러워했다. 침대에서도 자신감만이 최고라 여기는 소위 ‘인스타그램 시대’, 모레티는 자신의 이성애적 섹스라이프를 ‘전통적’이라 묘사하며 언제나 순종적인 역할만 맡아왔다고 플레이보이에게 전했다. “저는 정상적으로 보이기 위해 ‘사회화’ 됐어요. 제가 맡은 순종적 역할에 대해선 한번도 의문을 가진 적 없었죠.”

모레티는 그룹 섹스에서 처음으로 여자와 잤다. 그는 폴리아모리(polyamory, 두 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다자간의 연애를 추구하는 사람)로서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와 함께 그룹 섹스에 동참했고, 이후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며 운을 뗐다. “제가 양성애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한 계기였어요. 동시에 섹스에서도 얼마든지 주도권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모레티가 새롭게 깨달은 양성애적 성향은 그녀의 신념과 육체를 새롭게 연결해주었다. 그에게 요즘의 섹스라이프에 관해 물었을 때 주저하지 않고 짧게 대답했다. “흥분과 호기심”이라 명쾌하게 말하며 “여자와 함께 더 많은 것을 모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당신이 성별과 무관하게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다면, 다양한 젠더의 매력을 탐구하거나 받아들일 때 그 관계의 양상은 훨씬 더 진화한다(양성애자인 남성도 이처럼 말했다). 이성애자인 사람이라면 특히 태어날 때부터 주입된 이성애적 세계와 전통적인 제도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켜보는 것도 좋다. 침대 위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처럼 일종의 ‘관습’으로부터 벗어나면  성(性)을 좀더 자유롭게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성적 성향을 ‘받아들인다’ 해도 행동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그러한 행동에 대한 감정은 쉽게 개선될 것이다.”

포르노가 지구상의 거의 모든 여자는 양성애적 경험이 없다고 말하는 동안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2016년 기준 미국 여성 중 5.5%가 양성애자라고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1/3의 여성이 커밍아웃을 했다. 상당 수의 양성애자 여성들은 시스젠더(cisgender, 선천적인 신체적 성별 ‘sex’와 후천적으로 정체화된 성별 ‘gender’가 동일하다고 느끼는 사람을 뜻함)인 이성애자 남성과 결혼해서 정착하는 삶에 만족하지만, 아직도 많은 양성애자 여성들은 더 갈망하고 있다. 

미국의 ‘커밍아웃의 날(National Coming Out Day, NCOD)’을 기념하기 위해 몇 명의 양성애자 여성과 인터뷰를 한 적 있다. 이들은 파트너와 함께 침대에서 새로운 역할을 시도해보면서 전통적인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된다고 밝혔다. 물론 남성과의 섹스와 여성과의 섹스가 다른 점은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신체 크기, 자세, 성별에 따른 특징적인 부위 등은 새로운 성적 경험으로 향하는 수백 가지 문을 열어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회는 관습적 섹스만을 권장한다. 즉, 남성은 대체로 지배적인 태도이며 여성은 순종적인 역할만 맡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남성들은 (여성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여성이 상황을 통제하고 자신을 눕힌 뒤 카우보이 자세를 취하는 걸 섹시하게 느낀다. 이는 원나잇 스탠드에서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양성애자로서 가장 좋은 점은 자신을 여러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는 거죠.”

성교육자 캐디스 레이의 말이다. “남성과 함께 일할 때 저는 동등하거나 좀더 순종적으로 일하는 게 편해요. 반대로 여성과 함께 일할 때는 남성적 에너지를 갖고 높은 위치에서 일하는 게 좋죠. 그게 저를 더 강하게, 확신에 차게 만들어요. 이러한 느낌은 삶과 직장 대인 관계에도 큰 영향을 주죠. 예를 들면 저는 주장을 강하게 표출하고 매사에 에너지가 넘쳐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스타일이에요. 일하는 데 있어서도 동기부여가 되고 가끔은 여자 친구들에게 선물을 사주고 싶을 때도 있죠.”

헬스 강사로 일하는 데본 역시 파트너의 성별에 따라 자신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남성과 함께 일할 때 저는 전적으로 순종적인 태도예요. 여자와 함께 일할 때는 역할을 바꾸고 지배적인 성향을 드러내기도 해요.” 또한 그는 파트너의 성별이나 성적 성향에 있어서 대체로 순종적인 것이 여성이나 양성애자로 인식되는 것에도 의문이 품었다. 오히려 그는 파트너의 에너지에 따라 섹스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적인 상황에 마주칠 때 지배적 에너지를 지닌 사람이 주도권을 잡게 됩니다. 매우 지배적인 성향의 시스젠더 여성과 함께 있을 때 저는 오히려 쉽게 순종적인 역할에 빠져들었죠. 다른 여성들과 함께할 땐 상황이 바뀌었어요. 양성애적 성향의 사람이라고 해서 단순히 파트너의 젠더 성향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결정 하진 않아요.” 오히려 그의 역할은 파트너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편이라고 했다.

정신생리학 분야의 니콜 프로즈 박사는 양성애자라고 해서 성적인 행동이 바뀌지 않는다는 주장을 지지한다. 프로즈 박사는 뇌와 신체가 성적 반응을 생성하기 위해 함께 작용하는 방식을 연구 중이다. “여성이 성적 성향을 양성애나 다른 방향으로 바꾼다고 해도 변하는 것은 거의 없어요. 하지만 커밍아웃한 후에 부끄러움, 스트레스, 불안감 등이 전반적으로 감소한다는 연구가 있죠. 자유로운 성적 성향을 ‘받아들인다’ 해도 행동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그러한 행동에 대한 감정은 많이 개선될 거예요.”

좀 더 나은 감정은 침대 위에서 주체적으로 역할을 바꿔보고 탐험할 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커밍아웃의 날처럼 국가에서 주도하는 LGBTQ(성소수자 중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를 합쳐서 부르는 단어)에 관한 경험은 퀴어와 관련한 커뮤니티에게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성적 취향을 받아들이고 드러낸다는 것은 다양한 지배구조를 경험할 수 있고 다른 젠더를 대할 때 느끼는 부끄러움, 혼란, 후회를 덜어준다.

“양성애자 여성이라는 것은 일종의 특권이고 정말로 멋진 일이죠.”라고 캔디스는 말한다. “저의 성적 취향을 받아들이는 힘, 발견, 방향성, 자기애 그리고 제가 경험했던 것 중 가장 높았던 정신적 원천이었어요. 제가 배운 것들은 다양한 젠더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깨달은 것들이죠.”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Zachary Zane
  • 사진제공 BR Photo Addicted/Shutterstock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