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애널 섹스를?

가당치도 않다. 당신은 포르노를 '너무' 믿었다.

예전에 한 남성에게 페니스 크기를 물었을 때 그는 “얼마나 흥분했는지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18~23cm 사이”라고 답했다. 나는 “마치 A/S 기사가 도착 시간을 애매모호하게 알려주는 것 같다”고 대꾸한 적 있다. 남자들은 페니스 사이즈에 대해 거짓말하는 것만큼 스스로 ‘꽤 오래 버틴다’고 허풍을 떤다. 그중에서도 가장 잦은 거짓말은 “후배위로 하다가 실수로 엉덩이에 삽입했는데, 그냥 계속 이어나갔다”는 후일담이 아닐까?

실제로 ‘파워 엉덩이’, ‘애널 몬스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애널 섹스 애호가인 나는 인류가 태어난 곳에서부터 모든 고등학교 남성 탈의실에서까지 대를 이어온 이 ‘거짓말’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포르노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위험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포르노 속 섹스는 진짜가 아니다. 올림픽에서의 레슬링이 ‘진짜’라고 가정했을 때, 포르노는 WWE(미국 프로레슬링 단체)에서나 볼 법한 게임이다. 다시 말해서 전자는 육체적 스킬을 활용하는 스포츠이고 후자는 오로지 재미를 위한 게임인 것이다. 포르노는 여성이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전희 과정도 없이 12분 만에 오르가슴을 느끼는 비현실적 장면 외에도 마치 브래지어를 벗는 것처럼 ‘쉽게’ 애널 섹스를 할 수 있는 것처럼 표현한다(여성이 전희 과정 없이 오르가슴에 도달하려면 훨씬 오래 걸릴 뿐더러 삽입만으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포르노에서는 남성 배우를 흥분 상태가 되도록 해주는 사람인 ‘플러퍼’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여성 배우가 애널 섹스를 준비하는 과정 또한 찾아볼 수 없다. 항문에 페니스를 삽입할 때에는 많은 양의 실리콘 윤활제가 필요하고 매우 느리게 진행해야 한다. 파트너와 애널 섹스를 하고 싶다면 1인치(약 2.5cm) 삽입한 후 멈추고 그가 숨을 고를 수 있게 배려해주어야 한다. 파트너의 항문 속에 페니스가 완전히 삽입될 때까지, 이 과정은 가능한 많이 반복해야 한다. 가장 처음 넣었을 때의 고통을 많이 완화시키기 때문이다.

포르노에서는 대체로 애널 섹스할 때의 첫 삽입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삽입 장면을 보여준다고 해도 이미 페니스가 들어간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여성이 남성의 페니스를 편안하게 받아드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애널 섹스를 즐기는 사람들은 마음을 이완시키기 위해 특정 물질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LGBT 커뮤니티에서 주로 흡입 형태의 기분전환용 약물인 아질산알킬을 사용한다. 자주 하는 사람들도 그 과정이 쉽지는 않다는 걸 증명해준다. 애널 섹스가 매번 어려운 이유는 섹스를 마친 후에도 괄약근은 변형되지 않고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파트너가 본인의 배변 활동을 모두 기록하고 공유하지 않는 한 애널 섹스는 절대로 파트너의 동의 없이 해선 안 된다.

“포르노 속 여자의 항문은 크게 벌어져 있었어요!”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당신의 말이 맞다. 하지만 섹스토이나 페니스가 이미 오랫동안 삽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던 거다. 앞에서 말했듯이 포르노의 준비 과정은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다.

당신의 파트너가 갑자기 엑스맨처럼 몰랐던 능력을 발휘하여 원뿔형 트래픽콘에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페니스를 여성의 항문에 “슬쩍 밀어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파트너에게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면 당신의 페니스는 초콜릿에 푹 찍은 아이스크림의 꼴이 돼버릴 것이다. 파트너가 본인의 배변 활동을 모두 기록하고 공유하지 않는 한 애널 섹스는 절대로 파트너의 동의 없이 해선 안 된다. 배설물을 밖으로 배출하는 항문의 원초적 기능을 무시한 채 섹스를 즐기는 기관으로 착각한다면 당신에게 조만간 큰 불행이 닥칠 것이다. 만약 파트너가 그날 아침에 배변을 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몇몇 여성은 애널 섹스를 위해 관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애널 섹스를 ‘슬쩍’ 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질과는 달리 항문에서는 천연 윤활제가 분비되지 않는다. 따라서 윤활제 없는 애널 섹스는 마치 영화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척박한 땅에서 썰매를 타고 싶은 심보라고 보면 된다. 즉 절대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며 파트너가 상처를 입게 될 거라는 말이다.  

실수인 척 애널 섹스를 시도하려고 했다면(아마 찔리는 사람이 여럿 있을 것이다) 절대로, 다시는 그러지 말라. 명백한 성폭력이다.

한번은 페깅(여성이 기구를 이용해 남성에게 삽입하는 항문 성교)을 좋아한다고 말한 파트너와 원나잇을 한 적이 있었다. 섹스를 하던 도중 나는 애널 섹스에 동의했는데, 그는 두 가지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 하나는 윤활제 대신 침을 사용했다는 점, 다른 하나는 항문에 삽입하기 전에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 빽 소리를 지르며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동의했으면서 대체 왜 그러냐”는 그에게 페깅 경험도 있는 사람이 왜 그러냐며 윤활제 없이 삽입한 파트너가 있냐고 물었다. 그는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또 ‘언제 삽입하기 시작할지 말해주지 않거나 언제, 어느 정도, 얼마나 천천히 삽입할지 예고하지 못하게 막았던 파트너는 있었는지도 물었다.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내 몸은 당신의 몸과 다를 거라 생각하는 거예요?”라고 따졌다. 그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실수로 애널 섹스를 했다는 말은 전부 미신일 뿐이다. 실수인 척 애널 섹스를 시도하려고 했다면(아마 찔리는 사람이 여럿 있을 것이다) 절대로 다시는 그러지 말라. 명백한 성폭력이다. 파트너의 항문에 삽입하는 것은 ‘확실한 동의’ 필요하다. “글쎄?”, “어쩌면” 같은 불확실한 반응은 절대로 동의의 표현이 아니다. 더불어 각자 어디까지가 한계점인지도 이야기해야 한다. 여성에게 애널 섹스는 단번에 동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고민 끝에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이다. 당신과 파트너는 아마도 첫 시도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고 어쩌면 그만하라고 외칠지도 모른다. 서로에 대한 충분한 믿음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애널 섹스를 원하는 여성도 분명히 있기는 하다. 안타깝게도 포르노가 낳은 오해 중 하나는 애널 섹스가 성적 만족감을 준다는 사실이다. 여성은 전립선이 없으므로 대체로 애널 섹스만으로는 성적 흥분을 느낄 수 없다. 동시에 클리토리스를 자극해야만 쾌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자세가 매우 제한적이라 섹스 토이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파트너가 섹스 토이를 가진 게 없다면 불렛 바이브레이터(총알 모양의 여성 자위기구)를 추천한다. 앞으로는 즉흥적으로 애널 섹스를 하려고 들지 말고 미리 충분한 계획을 세우기를 바란다.

*기사 ‘애널 섹스를 위한 완벽한 가이드’를 읽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번역 이연정
  • Dana Hamilton
  • 사진제공 wtf_design / Shutterstock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