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읽는 남자

“햄프턴에서 보내는 주말 장면보다 지금 당장 테이블 위에서 하고 싶다는 말이 우릴 흥분시킬 수 있어요.”

지난 2012년 E.L. 제임스의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미국 엄마들의 야설”이라 불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당시 남자들은 에로틱 소설 장르의 소비자가 아닌 소설 속 가학적 주인공 크리스찬 그레이와 비교되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에로틱 소설을 써온 문학가이자 에디터인 한 나는 여성만큼이나 많은 남성들로부터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 성인 문학의 독자가 여성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취미로 에로틱 소설을 읽는 남자들을 인터뷰하며 어떤 이유로 ‘이 세계’에 빠져들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에로틱한 판타지를 맘껏 상상할 수 있다는 게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다.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64세 웨스 바론은 포르노보다 에로틱 소설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현실성’이라 답했다. “중요한 것은 등장인물 두 명이 대화를 나눌 때 진짜처럼 느껴진다는 거예요. 서점에서 책을 향해 손을 뻗다가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처럼요.”

이런 장면을 포르노 영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동영상은 보통 캘리포니아 어딘가에서 촬영해요. 배경에는 멋진 산과 나무들이 있고요.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 들어서 몰입 할 수 없어요. 제가 그런 장소에, 그렇게 완벽하게 조각 같은 몸매를 가진 여성과 함께 있을 가능성은 절대 없거든요.”

야한 동영상, 특히 온라인에 있는 ‘야동’은 양도 방대하고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오히려  매력이 떨어진다고 일부 남자들은 말한다. 플로리다 주에 거주하는 42세의 윌리엄 버게론은 성인 잡지를 거쳐 대학생 시절 <규방철학>과 같은 책을 읽다 에로틱 소설로 넘어온 케이스다. 포르노 영상물은 흔하고 사정하기도 너무 쉽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노력해야 하는 것이 하나도 없죠”

대신 그는 도전적인 것을 선호한다. 육체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자극하면 더 큰 성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에로틱 소설을 읽으면 더 단단하게 발기되고 오르가슴도 더 강렬해져요.” 그는 온라인 포르노보단 오프라인 인쇄물을 좋아한다. “책이 가진 묵직함과 옆으로 던져 놓아야 하는 그 행위까지, 책에는 무언가 로맨틱한 게 있어요.”

“책이 가진 묵직함과 옆으로 던져 놓아야 하는 그 행위까지, 책에는 무언가 로맨틱한 게 있어요.”

29세의 줄리오 잡 로페즈는 에로틱 소설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소매업 분야에서 일을 하던 21살 시절 에로틱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는 그 소설들이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했으나 나중에는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는 소설을 더 선호하는 등 그만의 독서취향까지 생겨났다. “좋아하는 타입의 캐릭터가 있어요. 판타지가 조금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도록 해주죠.”라고 그는 말한다.

지배적인 남성이 주인공인 BDSM(결박, 구속, 사디즘, 마조히즘을 합쳐서 부르는 단어) 소설, <마스터 오브 O>의 작가인 어니스트 그린은 에로틱 소설의 독자 중 남성의 비율은 고작 20퍼센트라고 한다. “여성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에로틱 소설에 대해 남성 독자들은 성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불평했어요.” 그린은 이메일을 통해 이야기했다. “그래서 저는 <마스터 오브 O>를 쓸 때 문 닫힌 침실 너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솔직하고 직접적으로 서술하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했답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드럭스토어에서부터 공항 서점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든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 최근 개봉한 영화 <북 클럽 Book Club>에서는 4명의 노년 여성이 책을 통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되찾기도 하지만, 그 인기가 남성의 성적 혁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버게론은 여성들이 에로틱 장르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지만 남성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남자들이 에로틱 소설을 공공장소에서 읽는 것은, 그의 말을 빌자면, “더러운 돼지”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특히나 불공평한 이중잣대라고 그는 말한다. 왜냐하면 에로틱 소설을 읽는 이유가 단순히 사정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어떤 것이 여성을 성적으로 흥분시키는지 배우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황홀한 흥분만을 느끼기 위해 에로틱 소설을 읽는 게 아니에요. 어떤 여성과 사랑에 빠졌을 때 그녀를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기 위함이기도 해요”라고 버게론은 설명한다. “남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렇게 해주고 싶거든요. 포르노나 제인 오스틴 소설을 보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에요.”

에로틱 소설이 예전에 동네 구멍가게에서 발견해 읽었던 성인 잡지와 음란서적들과 무엇이 다른지 묻자 “예전에는 책 속의 사진이 책의 내용과 전혀 맞지 않았어요”라고 그는 설명한다. “줄거리와 전혀 상관없는 두 페이지에 걸친 커다란 사진들이 실려 있었죠. 소설 내용상으로는 군복을 입고 있어야 하는데 갑자기 남자가 의사 가운을 벗는 사진이 나온다거나 했어요.”

이처럼 남성들 사이에서도 확실한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성을 위한 에로틱 소설 시장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 로페즈는 주로 본인에게 잘 맞는, 여성 독자를 타깃으로 하는 에로틱 소설을 읽는다고 한다. “제가 읽었던 대부분의 남성 타깃 에로틱 소설은 대부분 역겨운 내용을 담고 있고 글 솜씨도 별로인 경우가 많았어요”

바론과 마찬가지로, 버게론 또한 일상적이지 않은 장면들보다는 현실적인 장면들을 더 선호한다. (그가 싫어하는 또 다른 것들은 여성을 혐오하는 지배적인 남성 캐릭터가 증오에 차서 여자를 겁탈하는 장면과 너무 흔한 애널 섹스 장면들이다.) “삶의 일상적인 작은 것들이 오히려 섹시해요,”라고 그는 말한다. “햄프턴에서 보내는 주말 장면보다 지금 당장 테이블 위에서 하고 싶다는 말이 우릴 흥분시킬 수 있어요.”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번역 이연정
  • Rachel Kramer Bussel
  • 사진제공 Just dance /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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