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플보

섹스 라이프 ‘초간단’ 정리법

"기쁨을 주지 않는 물건 혹은 사람은 모두 버려라."

때는 바야흐로 2019년. 아직도 2000년도에 산 히타치의 매직완드(섹스 토이)를 열심히 사용하며 술에 취한 밤, 대학교 동창 ‘남사친’에게 전화해 하룻밤을 보낼 궁리를 하고 있는 당신. 일본의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가 당신의 어수선한 섹스 라이프의 현장에 통통거리며 뛰어들어온다고 상상해보자. 그녀는 아마 깜짝 놀라면서 지금까지 본 것중 가장 엉망진창이라고 외칠 것이다.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당신의 섹스 라이프를 ‘곤도 마리에’화 할 것. 지금 당장, 무자비하게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곤도 마리에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공략해야 할 것이 옷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침대 위에 데이트용 의상과 속옷을 모두 쌓아 올리도록 하라.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 알기 위해서 한 눈에 모든 것을 봐야만 한다. 스판덱스가 개발되기 전부터 입었던 해진 검정 티셔츠와 청바지를 아직도 입고 있는가? 섹스, 그리고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몸매를 잘 드러내는 옷을 입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니 곤도 마리에라면 당신의 리바이스 501 청바지를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에 넣었을 것이다. 다채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타입이라면 데이트 의상 역시 그런 면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백화점의 퍼스널 스타일리스트에게 컨설팅을 받아 포인트가 될 수 있을만한 아이템을 서너 가지 정도 구비하거나 섹시한 스타일의 점원이 있는 빈티지샵에서 쇼핑을 해보도록 하라.

이와 더불어 섹시한 구석이라곤 없는 옷은 버리고 실크 슬립, 캐시미어 후디, 촉감이 좋은 티셔츠, 엉덩이 라인이 돋보이는 트레이닝 바지, 그리고 당신의 파트너가 당장 껴안고 싶을 럭셔리한 가운을 구입하자. 부탁하건대, 무릎까지 오는 헐렁한 반바지와 보풀이 일어난 네온 비키니는 올 여름이 오기 전 모두 버릴 것. 2000년대 초반 그 옷을 입고 나눴던 섹스가 있다면 그 추억에 감사하는 마음은 잊지 않고 말이다. 파트너가 미스 하비샴(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위대한 유산> 속 캐릭터)의 베일보다 더 회색이고 이미 다 늘어진 브래지어와 구멍 난 사각 팬티를 절대 발견하지 않길 바라나? 신축성도 다 사라진 팬티 따위는 중고마켓에서도 절대 안 팔릴 테니 그 동안 고마웠다고 인사한 후 기분 좋게 쓰레기통에 버려라.  

머리 속에 각각의 전화번호를 떠올리며 그 혹은 그녀에게 안 좋은 섹스를 통해 배움의 기회를 주어 감사하다 인사한 후 삭제 버튼을 누르자.

당신의 옷장에 쌓인 거미줄을 모두 제거했으니 이제는 주소록으로 넘어가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둘 중 하나에 속한다. 김병지 머리가 유행하던 시기 이후에 그렇다 할 괜찮은 데이트를 한 적이 없거나 커플 생활이 너무 익숙해져서 일상 중 섹스에 가장 가깝다고 꼽을 수 있는 순간이 파인트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먹으면서 둘의 스푼이 부딪쳤을 때이거나. 만약 당신이 싱글이라면, 아이클라우드(iCloud)를 열어 자료를 영구적으로 삭제하기 시작하라. “비어가든에서 만난 보스턴 출신 남자”와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 에이미???”라고 저장된 연락처가 있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괜찮은 사람이었지만 헤어진 옛 연인의 커플사진도 삭제하라. 당신을 눈물 나게 할 뿐이다. 술 취해 고등학교 동창 알레한드로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도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그는 애널 섹스를 선호하는데 당신은 앞으로만 하는 사람이니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입으면 온 몸이 간지러운 만 원짜리 싸구려 츄리닝처럼 어떻게 해도 어울릴 수 없기 마련이다. 머리 속에 각각의 전화번호를 떠올리며 그 혹은 그녀에게 안 좋은 섹스를 통해 배움의 기회를 주어 감사하다 인사한 후 삭제 버튼을 누르자.

데이트 앱에서 받은 편지함도 마찬가지다. 당신에게 온 메시지 중 어느 것이 설레게 하는지 찾아보자. 당신은 만난 적도 없고 만날 생각도 없고, 같이 섹스를 할 가능성도 없는 사람들과 음악과 정치 이야기를 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즐거운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만약 그렇다고 답했다면 이 글은 그만 읽고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보도록) 검증된 상류층만을 위한 미국의 데이트 어플인 ‘더 리그’도 별로 즐겁지 않다면 아예 삭제해버려라. 가끔은 어플 자체도 곤도 마리에 정리법에 의해 아예 지워버리는 게 나을 수 있다. 이 때도 순백의 무인양품 가디건을 입고 얼굴엔 미소를 유지해야 한다. 곤도 마리에도 그렇게 하길 바랄 것이다.

당신에게 온 메시지 중 어느 것이 설레게 하는지 찾아보자. 당신은 만난 적도 없고 만날 생각도 없고, 같이 섹스를 할 가능성도 없는 사람들과 음악과 정치 이야기를 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침대 옆 협탁 서랍을 열어볼 차례다. 혹은 침대 아래 둔 락앤락 통이거나. 커플이든 싱글이든, 섹스토이는 약해 빠진 다이아몬드보다 더 나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당신을 신음하게 만들 수 없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섹스토이를 침대 위에 올려 하나씩 살펴보자. 아무리 심심한 사람이라고 해도 다음 중 몇 가지는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매직 불렛(Magic Bullet), 텐가 에그(Tenga egg), 위 바이브(We Vibe), 히타치 요술봉(Hitachi Magic Wand), 플래시라이트(Fleshlight), 일종의 결박도구(대부분 결박 효과는 미비한 털 달린 수갑), 동네 섹스숍에서 구입한 후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 밧줄, 2010년에 샀던 윤활제, 그리고 미뢰라는 것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맛보고 싶어하지 않을 민트 초콜렛 맛 콘돔. 사용하지도 않는 이것들을 왜 짊어지고 있는 것인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윤활제에서부터 바이브레이터에 이르기까지, 그간 기술발달이 엄청나 제품들이 혁명적으로 발달했다. 위 바이브 버전 1.0만 해도 리모델링이 수 차례 된 상태다. 요즘에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진동 위치를 가진 바이브레이터와 멀티 스피드 콕링, 그리고 침대와 욕실 모든 곳에서 섹스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실리콘과 수성의 장점만을 살린 윤활제 제품들이 존재한다. 당신의 맥 컴퓨터는 OS X 1.0 상태로 절대 두지 않을 거면서 왜 섹스토이는 1999년의 것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나? 당신의 토이 컬렉션이 부끄럽거나 당신의 성 경험을 더 향상시키고 싶다면, 지금이야말로 케케묵은 옛 토이박스를 처분해야 할 때이다. 당신과 당신의 연인은 오늘날의 섹스토이들이 줄 수 있는 모든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다.

이 말을 끝으로 곤도 마리에식 정리법의 가장 중요한 항목을 짚어보도록 하자. 섹스만을 위한 만남이 아닌, 진짜 데이트가 존재하던 시절 이후에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는 망가지고 지쳐버린 당신의 몸을 돌아보며 그 동안 수고했다고 감사의 뜻을 전하라. 당신의 몸은 어색한 첫 데이트를 위해 당신을 데리고 술집으로 향했으며, 사랑 혹은 온기가 느껴지는 육체와 교류하고 싶어 월요일 밤 클럽으로 당신을 이끌었고 누군가를 침대에서 만족시키겠다는 명목 하에 열심히 일하기도 했다. 그런 당신이 몸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기계적인 섹스가 아닌 섹스로부터 오는 기분 좋은 자극과 즐거움, 만족감, 유대감, 그리고 편안함. 당신의 마음이 지금까지 당신의 불쌍한 몸을 스스로 파괴시키고 있었다면, 이제는 그런 행동을 인정하고 하나씩 그만두어야 할 때이다. 곤도 마리에라면 리스트를 만들고 그 물건들에게 좋지 않다는 경험을 알려주어 고맙다고 말한 후 리스트를 적은 종이를 기분 좋게 접어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말할 것이다.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Dakota Kim
  • 사진제공 Zenza Flarin/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