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플보

빨리 끝나도 괜찮아

'퀵키'는 전희, 삽입, 절정 등 짜여진 각본 없이도 가능하다.

빨리 해치우는 섹스(일명 ‘퀵키’, Quickie)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이 말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리게 한다. 첫째, 평범한 커플이 ‘오후의 재미’를 위해 업무시간 잠깐 집에 들르는 상상을 하면서 깔깔거리는 것. 둘째, 육아에 지친 부부가 아기가 잠자는 동안 주스가 묻은 추리닝 바지를 입은 체 잠시 하는 것. 요약하자면, ‘퀵키’는 시간이 촉박한 어른을 위해 마케팅됐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짧은 섹스는 ‘제대로 된’ 섹스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됐다’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나마 5분이라도 하는 편이 아예 안 하는 편보다 나으니깐 말이다.

시간이 넉넉한, 제대로 하는 보통의 섹스는 각본을 따른다. 로리 민츠 박사의 책 <클리토리스에 알아가는 과정>에 의하면, 미국 컬처에서 섹스는 짜여진 각본대로 이루어진다. 1. 전희 (키스, 애무, 오럴 등) 2. 삽입섹스 3. 페니스를 가진 사람이 절정에 이른다 4. 섹스가 끝난다. 이 각본은 각자 느끼는 오르가슴의 차이를 당연하다고 여길뿐더러, 퀵키는 위의 각본이 짧은 시간에 압축된 라이트한 섹스라고 여긴다. 페니스를 가진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인체에 대해 이해가 높다면, 단 시간 내에 발기하고 유지하는 것은 지구 상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일임을 알 것이다) 온전히 그들의 만족에만 집중돼있다.

그렇다면 만약 발기를 하지 않으면 어떨까? 섹스하는 동안 여자만 오르가슴을 느끼면? 각본이 없었다면, 섹스는 어떻게 할까? 전 세계 베스트 셀러 섹스 토이인 ‘히타치 매직 완드’가 실제로는 여성의 목과 어깨를 위한 아이템이 아니듯이 각본을 그냥 무시해도 좋을까?

결론적으로 퀵키는 삽입하지 않아도 된다. 전희를 생략한 삽입은 마치 여성의 질이 어딘가에 쓸리는 것과 마찬가지다(윤활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퀵키는 손가락을 사용할 수도 있다. 10분이라면, 2분의 삽입과 8분의 클리토리스 자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혹은 파트너에게 섹스 토이를 사용하거나 뜨거운 애무, 오럴 섹스, 애널 섹스 등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퀵키에는 각본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한 사람만 오르가슴을 느낄 수도 있지만 둘 다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아무도 오르가슴을 못 느낄 수 있다. 우리의 몸은 매일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 될 것도 없다(두 명 모두 충분히 서로의 만족을 위해 전념했고,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가 부주의 때문이 아니라면). 이게 바로 섹스다.

우리는 삽입 섹스만 ‘의미 있는’ 섹스라고 생각하는 것, 이 밖의 섹슈얼한 경험은 모두 ‘제대로 된’ 섹스가 아니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여전히 나는 애널 섹스는 ‘진짜’ 섹스가 아니라고 비웃던 전 남자친구가 떠오르곤 한다) 상대방의 동의를 얻고 할머니 앞에서 할 수 없다면, 그게 바로 섹스다.

“만족스러운 섹스는 굳이 긴 시간을 동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면, 퀵키는 오히려 성욕이 강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파트너가 부담을 느끼지 않으며 준비시간이 길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퀵키는 오르가슴 도달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고, 성욕이 강한 파트너를 둔 이성애자 남성에게는 하늘에서 내려준 뜻밖의 선물같은 것이다. 이런 식의 일방적인 관계는 주로 망가진 관계이거나 금기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별다른 불응기 없이 언제든지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게끔 하는 신체 부위 클리토리스가 있다는 점에서, 외음부를 가진 사람에게 짧은 섹스가 더 좋다는 것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특히 성욕 강한 여성 파트너를 둔 커플은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한 명은 상대방 페이스에 맞추지 못해서 기분 좋지 않을 것이고(성욕이 적다고 해서 남성성이 떨어진다는 사회적 메시지나 정신 건강과 정신 질환이든 아니든 특정 약물 때문에 성욕에 영향이 간다는 그런 소리도 집어치우자), 상대방은 거절당했다는 생각 때문에 속상해할 수도 있다. 만족스러운 섹스가 굳이 2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동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퀵키는 오히려 성욕 강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파트너가 부담을 느끼지 않고, 준비 시간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대로 섹스를 위해 여유 시간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퀵키는 이미 왕성한 섹스 라이프를 한층 풍부하게 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성욕을 가진 두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퀵키가 당신의 현 상황에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제대로 된 섹스가 아닌 마지막 수단이라 여기지 말고 오히려 ‘황금 기회’라고 생각하자. 서로의 동의로 모두 즐겁고 편안했다면 분명 축하할 일이다. 당신은 지금 10분이든 10시간이든 만족스러운 섹스를 했다. 우리의 그곳은 주차요금 정산기가 아니다. 무슨 이유에서건 시간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

Credit

  • 에디터 김민지
  • Dana Hamilton
  • 사진제공 TAKAZAWA/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