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트렌드3

남자를 기쁘게 해주는 ‘여자들’

남성 섹스토이를 잘 만드는 여자 CEO와 디자이너들에 대한 이야기.

수키 던햄은 거의 10년 가까이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참가자들이 자신의 부스를 지나가며 보이는 반응을 관찰했다. 그는 지난 2006년, 남편과 함께 오마이바드(OhMiBod)라는 섹스토이 회사를 차리고 여러 전자기기 박람회에 참가했다. 주로 음악소리나 파트너의 목소리 등 주변의 소리에 반응해 진동하는 ‘클럽 바이브 3. 오 히어로’ 등 테크와 섹스를 결합시킨 전자제품을 전시했다. 던햄은 오마이바드의 부스를 향한 사람들의 곁눈질을 느꼈고 그들은 마치 “당신 여기서 뭐해? 여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잖아”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9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우리 부스를 일부러 찾아와요”라고 던햄는 말한다. 최근 특히나 남성이 지배적인 테크 업계에서, 던햄은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참가자들이 버트 플러그(애널용 딜도)나 쌍방향 남성용 자위기구(파트너의 바이브레이터와 함께 사용하면 바이브레이터의 진동이 남성용 기구의 흡입 패턴에 맞춰 변한다.)에 보이는 관심에 변화가 생겼음을 느끼게 되었다. 오마이바드는 대부분 여성과 음문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제품을 만들지만 남성 고객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로써 더 많은 여성 디자이너들이 남성을 위한 섹스 토이 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이 디자인하는 섹스토이들은 1인용이든 다양한 사람과 함께 공유하는 형태이든 남성이 느껴본 적 없는 전혀 다른 쾌감을 제시한다. 하지만 던햄과 같은 CEO들은 페니스나 전립선이 없기 때문에 연구 결과나 제품 테스트에 상당히 많이 의존하는 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페니스를 쥐어 짠다는 그 간단한 개념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었어요.”

주로 여성들을 위한 제품들이 위주였던 섹스토이 업계에서도 이제는 남성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의 온라인 섹스토이 회사 러브허니(Lovehoney)가 2016년 발표한 조사결과만 보더라도 미국 성인용품 소비자 중 남성이 거의 56%에 이른다. 프랑스에서는 섹스토이 구매자들 중 남성의 비율이 58% 이상이며 영국에서도 여성만큼이나 많은 남성들이 섹스토이를 구매한다.

오마이바드는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애널 섹스토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이 바이브레이터는 이성애자 남성에게 인기가 많다. 성인용품 제조사인 비-바이브(b-Vibe), 르 완드(Le Wand), 그리고 더 카우걸(The Cowgirl) 브랜드의 모회사인 COTR의 CEO 알리샤 신클레어는 비-바이브의 버트 플러그에 전립선을 자극시켜주는 기능을 추가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현재 비-바이브의 전립선 자극 기구 디자인에 총력을 다하고 있어요”

신클레어의 르 완드는 올해 페니스를 공략하는 제품을 출시하며 남성 섹스토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르 완드 바이브레이터의 머리에 씌울 수 있도록 실리콘으로 만든 더브드 룹(Dubbed Loop)은 페니스 바이브레이터나 자위용 슬리브로도 사용할 수 있다. 르 완드의 디자인은 주문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 기능과 질과 클리토리스 다양한 자극을 줄 수 있는 기능 등 세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비-바이브가 많은 관심을 받자 신클레어는 르 완드의 고객층도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남자들도 진동의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이브레이터를 그런 목적으로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아요. 페니스를 쥐어 짠다는 그 간단한 개념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하죠. 남성용 섹스토이 하면 흡입 동작은 생각하지만 진동을 떠올리지 않거든요.”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서로 대화 나누면서,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그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 매우 행복할 것 같아요”

섹스토이 제조사 닥 존슨(Doc Johnson)의 선임 디자이너, 안자니 시드할타는 점토로 시제품을 만들 때 남성 커뮤니티들을 참고 한다. 혼자 사용하기 위해 섹스토이를 구입하는 이성애자 남성이든 여럿이 함께 사용할 제품을 찾는 동성애자 남성이든, 시드할타는 더블 삽입기구와 트리플 삽입기구를 추천한다. 그들이 원하는 특별한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제품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게이 업계에서는 크기가 큰 제품이 작은 제품보다 효과적이에요”

영국의 섹스토이 브랜드 미스터리 바이브(Mystery Vibe)는 애초부터 특정 성별을 위한 섹스토이를 만들지 않았다. 그들이 처음 출시한 크레센도 바이브레이터는 자유롭게 구부려 사용할 수 있으며 여성의 지-스폿은 물론 남성 음경에도 진동 효과를 준다. 크레센도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미스터리 바이브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스테파니 알리스는 많은 남성 소비자들에게 “남성만을 위한 제품은 언제쯤 만들어 줄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미스터리 바이브는 페니스를 가진 사람 (혹은 스트랩 온 페니스를 찬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최근 선보였다. 테누토(Tenuto)는 음경의 끝 부분에 차는 진동 제품으로 페니스뿐 아니라 고환과 회음에 전율을 주는 남성용 바이브레이터다.

신체구조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알리스는 남성 섹스토이를 디자인할 때 여성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거의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여성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을 탐험해왔고 다양한 성감대를 발견해왔지만 남자들이 하는 자위는 단순할 뿐더러 한 두 가지 방법밖에 없었어요. 항상 페니스를 중심으로 마찰을 통해 하는 행위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에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특정 신체부위가 없는 알리스, 신클레어, 시드할타, 그리고 던햄은 남성용 섹스토이를 만들 때 특히 테스트 사용과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던햄은 시제품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그녀의 남편과 오마이바드의 모든 제품을 사용해본다고 한다. 우린 이른바 “’마스터베타 테스터’들이에요,”라면서 그녀는 웃었다. 시드할타는 아마존 리뷰와 제품 품평 글을 자주 읽어 통찰력을 키우려 노력한다. “이 제품은 느낌이 좋아요”, “이 자위기구는 구멍이 더 컸으면 좋겠어요”, “오래 사정을 참을 수 있게 도와주는 제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신클레어는 제품 개발 단계에서 남성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자주 묻는다. “다른 남자들에게 ‘저에겐 그 신체 부위가 없으니까 느낌이 어떤지 좀 말해줘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는 게 좀 우습기도 해요” 시제품이 나와서 시험 사용을 해봐야 할 시기가 되면 그녀는 우선 성 전문가와 성 교육자의 피드백을 받는다. 예를 들어 비-바이브의 경우 그녀는 전립선 자극이나 애널 섹스 분야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첫 피드백을 받고 난 후에는 성인 테스터들에게 제품을 나누어주어 사용하게 한 후 일반인들에게 제품을 판매한다. 남성용 제품의 경우에는 싱클레어가 기분이 좋을 거라 생각하는 제품의 기능이 정말 그러한지 확신하기 위해 한번 더 테스팅 과정을 거친다.

호주 멜버른에 자리한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교의 성 건강 및 산업 디자인 프로그램의 수장이자 디자인 교수인 주디스 글로버 박사는 자신의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몸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산업 디자인에서는 다른 성별을 위해 디자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과 다른 성별의 사람들을 위해 제품을 디자인할 때는 그들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거나 디자인팀 안에 그 성별의 사람을 두는 것이 중요하답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하지만 커플용 섹스토이 분야에서 여성들이 특출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고 글로버는 말한다. “남자들에게 섹스토이의 사용에 대해 질문하면 좋은 답변을 듣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요. 오히려 그들의 여성 파트너에게 물어보는 게 더 나을 수 있죠. 남성용 섹스토이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파트너의 두려움과 그걸 사용하게 된 계기 등에 대해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에요.”

“우리는 이성애자인 남성들이 본인의 성적 만족을 위해 전립선 자극기구나 버트 플러그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남성 섹스토이는 여성용처럼 기술 개발과 스타일 부분에서 급격한 성장을 해오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속 등장했던 미끈한 디자인의 레빗(the Rabbit) 바이브레이터를 떠올려 보도록) 여성 디자이너들은 시중에 나오는 페니스와 전립선 공략 제품들이 남성에게 효과적으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마케팅이 가능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상술적이고 조잡한, 여성 혐오적인 패키지를 만들지 않는 이유라고 신클레어는 말한다. “대체적으로, 페니스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섹스토이들은 포르노 수준의 사진이 부착되어 있거나 여성 혐오적 뉘앙스를 풍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제품들을 보면 기분이 아주 나쁘죠.”

섹스토이 업계에서는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제품에 대한 섬세한 손길은 무척 큰 반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던햄은 말한다. “제품의 미적인 부분과 마케팅, 그리고 패키지는 여성이 가장 크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요. 이런 것들이 소비자에게 이 제품이 사용할만한하고 정상적이며 건강한 성생활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여성이 모든 과정을 관장해야만 더 나은 디자인과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대상과 상관없이 섹스토이 시장은 성장 중이고 이전과 달리 사회적 고정관념이 사라지면서 더욱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예전에 대다수 사람은 남성용 섹스토이가 동성애자들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성애자 남성들이 본인의 성적 만족을 위해 전립선 자극기구나 버트 플러그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사회에서 건강한 성생활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공공연해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섹스토이 산업은 이제 모든 형태의 사람들에게 성적 만족감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서로 대화 나누면서,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그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 매우 행복할 것 같아요”라고 알리스는 이야기한다.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번역 이연정
  • Allie Volpe
  • 사진제공 sakkmesterke/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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