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의 ‘응응쇼’

도시의 명물 '까사 로쏘'에 대한 이야기다.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조명은 붉기만 하지 않다. 아흐테르부르흐발 운하 중간 구역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까사 로쏘(Casa Rosso)’가 서있다. 핑크빛 코끼리의 코에서 하트가 나오는 네온사인이 걸려있는 그곳.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오래된 라이브 섹스 쇼 극장이자 올해 50주년을 맞은 도시의 명물이다.

홍등가를 뜻하는 ‘더 발런(De Wallen)’의 역사는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더 발런은 성매매업이 합법화된 1811년, 운하 뒷골목에서 유흥을 즐기던 프랑스 점령군을 위한 것이었다. 각종 혁명이 일어난 1968년이 지나서야 이곳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마침 포르노와 에로틱 영화가 꽃을 피우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하지만 까사 로쏘의 창립자 마우리츠 더 브리스는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포르노 극장을 여는 대신, 차원이 다른 도전을 시도했다.

“극장에서 섹스 쇼를 보여주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었어요”. 현 까사 로쏘의 사장 잔 오텐은 관객이 빠져나간 극장에 앉아 이야기했다. 43년 전 이곳 문지기로 일을 시작했으며, 이후 승진을 거듭해 매니저가 됐다고 한다. 그리고 1997년에는 이곳을 인수하기에 이르렀다고.

“처음 문 열었을 당시 여기 홍등가에는 그저 여성들이 창문에 앉아있을 뿐이었어요. 이후 술집이 생기고 여성들이 스트립쇼를 했죠. 하지만 섹스 쇼는 아니었어요.” 당시 소유하고 있던 건물을 작은 극장으로 개조하면서 섹스 쇼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쇼가 시작될 즈음 극장은 은밀하고 프라이빗한 장소로 바뀌었습니다. 술집에 적용됐던 법이 이곳에 적용되지 않았죠.” 2016년에 재단장한 까사 로쏘는 레드 벨벳의 좌석과 상하 이동과 360도 회전이 가능한 무대, 자체 발광하는 유리 폴 그리고 누드 조각상으로 꾸며졌다.

지난 50년간 까사 로쏘는 이 도시 홍등가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암스테르담이 ‘에로틱 도시’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물론 이곳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현재 오텐 그룹은 익히 알려진 바나넨 바, 호스피탈 바, 에로틱 뮤지엄 그리고 까사 로쏘 브랜드 숍을 소유하고 있다.

주인장 잔 오텐은 “이 공연은 모두가 즐길 수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을 가진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섭외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스트립 쇼, 여성과 남성 혹은 여성과 여성이 출연하는 라이브 섹스 쇼도 있죠.” 공연은 저녁 7시에 시작해 주중에는 오전 2시, 주말에는 오전 3시까지 한다. 총 6분 정도로 10개의 파트로 나눠져 있는데, 하루에 6번씩 공연을 한다.

“쇼에 등장한 커플이 다양한 체위를 보여주는 동안,
360도 회
전 무대는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관객들에게 최적의 관람 위치를 제공한다“

그는 라이브 섹스 쇼를 ‘집에서 하는 일반적인 섹스’라고 이야기하지만, 쇼에는 아티스트와 실제 커플이 출연한다. 25년간 근무 중인 매니저는 매달 30명 정도의 아티스트를 선발하는 일을 하는데, 지원자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메일 주소와 사진을 첨부해 지원하거나 매년 스페인 이비자에서 열리는 오디션에 직접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커플 지원자는 공연과 공연 사이 중간 시간에 오디션을 봐야 해요. 그들이 어떤 무대를 보여주는지에 따라 판단해요. 관객이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그들만의 쇼를 보여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남성에게는 조금 어려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3주의 적응 기간을 줘요. 3주 후에는 관객들 앞에서 완벽한 공연을 펼쳐야 합니다.”

그는 이어서 “대부분의 커플은 영화나 공연이든 이 업계 혹은 비슷한 업종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일터를 전전하지 않아도 되고 정해진 스케줄만 소화하면 되니까 까사 로쏘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죠.”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우디와 에리카는 현재 이 곳에서 공연하는 유일한 네덜란드인 커플이다. 모델 에이전시를 통해 극장 관계자의 눈에 띄게 됐는데, 이곳에서 16년 동안 일하고 있다. 우디는 가수이기 때문에  무대에 서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반면 부끄러움이 많은 에리카는 한 번도 공연을 펼쳐본 적 없었다. “첫 경험을 기억하세요?”라고 그녀가 물었다. “이곳에서의 첫날이 그랬어요. 하지만 함께 일하는 것이 매우 좋고, 여전히 서로를 사랑해요.”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마리아처럼 대부분의 스트립쇼 아티스트들은 스페인 출신이다. 그는 이비자에서 일하던 중 까사 로쏘의 오디션 소식을 듣게됐다고 한다. 그녀는 오디션에 탈락했지만 매니저에게 기회를 달라고 설득했고, 마침내 기회를 얻게 됐다. 그렇게 6개월로 계획됐던 일은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저는 이 곳만을 위한 특별한 공연을 준비했어요.”라고 그가 이야기한다. “기존 공연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기존의 것과 다른 나만의 것을 보여줄 지 항상 고민했죠. 그래서 결국 저만이 할 수 있는 공연을 펼쳤고 모두가 좋아하고 있어요. 공연할 때 관객이 박수치고 웃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해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껴요.”

“암스테르담에서는 홍등가가 필요하고, 홍등가에서는 까사 로쏘가 필요해요”

그날 저녁, 나는 극장 맨 앞줄에 앉았다. 마리아 공연의 특별한 점을 알고 싶었고 어떤 점이 까사 로쏘를 특별하게 만드는지 알고 싶었다. 커튼이 걷히고 음악이 나오며 첫 커플이 등장했다. 몸매가 아주 훌륭하고 문신이 많은 남성과 란제리를 입은 여성 커플이 약간의 전희를 즐긴 후, 다양한 체위를 보여줬다. 그러는 동안 회전 무대는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관객들에게 최적의 관람 위치를 제공한다. 이 라이브 섹스 쇼는 스트립쇼부터 여성이 잠자리를 지배하는 ‘도미나트릭스’, 유쾌한 분위기 속 자신의 성기를 한 편의 공연처럼 보여주는 쇼로 이어진다.

“이 공연은 남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라고 마리아가 덧붙인다. “여성들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성보다 더요!” 극장을 둘러봤을 때 여성보다는 남성의 숫자가 확실히 많았다. 그래도 많은 수의 커플이 있었고 다양한 연령대와 국적의 사람들이 있었다. 총각파티를 위한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관객의 숫자와 행동을 제한하고 있었다. 홍등가에서도 인기가 많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관객이다. “이전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했어요. 지금은 중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보이네요.”라고 주인장 오튼이 이야기했다.

“중국인들에게 암스테르담은 자유의 도시에요.”라고 까사 로쏘의 중국 담당자 리 지에가 말을 이어갔다. “홍등가는 현실 속 실제하는 곳이에요. 그들은 창문 앞에 서있는 여성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비슷한 분위기의 태국도 많이들 방문하기 때문에 스트립쇼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죠. 대신 라이브 섹스 극장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죠. 처음 몇 분간은 극장에 앉아있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내 공연을 즐기기 시작해요. 공연이 끝나면 덥다고 말할 정도에요!”                                                                                                 

물론 호시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83년 12월, 해고된 청소부가 극장에 불을 질러 13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이후 극장은 5개월 뒤 바로 옆 장소에 다시 오픈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홍등가가 필요하고, 홍등가에서는 까사 로쏘가 필요해요.” 오튼은 이야기한다. 이 지역으로 전세계 사람이 몰리는 만큼 까사 로쏘는 안전하고 매력적인 장소로 거듭나고 또 명성을 이어나가길 원한다. 직원 외에도 12명의 보안 요원을 확충해 안전과 평화를 유지하고 있으며, 운하 청소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까사 로쏘는 지역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외국 출신의 직원들에게 꿈을 이룰 발판이 돼주고 있다.

“이곳의 일은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라고 마리아는 말한다. “석사학위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고, 뷰티 브랜드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해줬죠.” “그리고 우리는 가족 같아요.” 오튼, 마리아, 에리카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한다. 일반적인 가족은 아니지만 유대감도 상당히 깊은 편이다.

까사 로쏘의 미래는 어떨까? “지금과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라고 주인장 오튼은 곰곰이 생각한다. “미래에도 섹스는 똑같을 거예요. 로봇이어도 마찬가지죠.” 새롭게 단장한 극장과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코스튬 그리고 중독성 강한 음악이 까사 로쏘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언젠간 로봇이 무대에 자리할 날이 올 수도 있지만, 오튼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까사 로쏘’는 언제나 기분 좋은 곳이어야 한다.

Credit

  • 에디터 김민지
  • Lily Heise
  • 사진제공 Casa Rosso 공식 페이스북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