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피리언스데이 모터트렌드

VR 포르노의 미래

고글을 쓰고 낯선 파트너와 만나는 건 '바람' 피우는 걸까?

어딘지 모를 방 안, 내 것이 아닌 침대에 앉아있다. 재빨리 몸통 쪽을 내려다보는데 불현듯 보이는 페니스. 내 몸에 갑자기 페니스가 생길 리 만무하니 내 몸이 아니다. 바로 앞에는 눈을 지긋이 바라보는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 그녀는 점점 내게 다가와 키스를 하고 내 두 손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쥔다. 그녀는 내 귀에 유혹적인 말을 속삭인다. 다시 말하지만 이 두 손도 내 것이 아니다. 현실 속에 나는 세 명의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 주변 사람들은 낄낄거리며 웃고 있는데 나만 혼자 놀라서 입을 떡 벌린 채 영문도 모르는 이곳에 덩그러니 앉아 있다. 이것이 얼굴을 달아오르게 만든 생애 첫 PVR 아이리스, 포르노 체험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가상현실 헤드셋 체험기였다.

오늘 내가 만난 사람은 사만다 맥(Samantha Mack)으로 2D와 VR 세계에서 성인 연기자로 활동하는 중이다. 그녀는 성인 비디오 뉴스 영화제(Adult Video News Awards)에서 VR 포르노 최우수 감독상 후보에 오른 첫 여성 감독 안나 리(Anna Lee)와 퇴폐적으로 꾸며진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있다. 이들은 방금 내가 체험했던 PVR K1 프로를 사용해 포르노 제작에 최적화된 영상을 만드는 중이다.

PVR K1 프로는 작은 로봇의 머리처럼 생겼다. 눈의 역할을 하는 렌즈가 두 개 달려 있고 녹음을 위한 탈착식 귀도 달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스튜디오에서는 가장 평범한 물건이다. 스튜디오 한 가운데에는 매트리스를 여러 겹 쌓아 과하게 호화로워 보이는 침대가 있고 그 위쪽에는 화려하게 장식한 금빛의 헤드보드가 세워져 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사과박스로 고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벨벳 소파와 수없이 많은 종류의 채찍, 체인 그리고 도금된 딜도(남성 페니스 모양의 성인용 섹스 토이) 또한 조명 아래 빛을 발하고 있다.

한 장면을 위해 동작을 철저히 계산하고 준비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연기자들은 감독이 “커트”를 외치기 전까지 카메라에 키스를 하는 등 자유로운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성인용 가상현실 산업은 거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PVR 아이리스와 K1 프로 PVR를 만든 기업인 PVR의 최고마케팅경영자, 엘라 달링(Ela Darling)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녀는 지금껏 VR과 포르노그래피가 점점 더 밀접해지는 것을 지켜본 인물이다. 5년 전만 해도 달링은 12대의 고프로 카메라를 초강력 접착테이프로 한데 묶어 촬영했다. 하지만 지금은 PVR에서 자체 제작한 카메라로 스테레오스코픽 6K(입체적 효과를 내는 촬영법으로 보다 심도 깊은 영상으로 사실적 경험을 살려준다)로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장면을 위해 동작을 철저히 계산하고 준비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연기자들은 감독이 “커트”를 외치기 전까지 카메라에 키스를 하는 등 자유로운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촬영 후 10분간의 렌더링 과정만 거치면 환상적인 VR 콘텐츠가 완성된다.

“화면 가득 입을 벌리고 있는 영상이 인기 있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가까이에서 여자와 키스하고 눈을 맞추는 등의 행위가 VR 포르노에서 셀링 포인트에요.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포르노에서는 체험할 수 없거든요” VR 포르노 콘텐츠의 선구자이자 제작사 ‘홀로걸스VR’의 책임자인 안나 리가 경험에서 비롯된 조언을 했다.

달링의 말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포르노에 VR을 접목하면 극단적인 내용만 성행할 거라고 예측한 바 있다. “사람들은 VR 포르노가 쾌락주의적이고 난잡한 섹스 파티만 보여주게 될 거라 생각했죠. 어디를 쳐다보든 섹스하는 장면만 보일 거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이런 회의론자들의 예상과 달리 가상현실은 개연성이 있는 ‘진짜 같은 섹스’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사방에 성기가 난무하는 장면이 섹시하지 않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이 충분히 상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실제로 그 상황 속에 있다고 느끼면서 아름답고 섹시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요즘 사람들은 대체로 외로워요. 항상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른 사람들과 마주 보고 대화하는 일이 적죠. 감정에 목말라 있는 거예요.

“이제 사람들은 충격 요법식의 포르노보다 친밀함을 욕망해요” 맥은 촬영을 하다가 쉬는 시간이 되자 이렇게 말했다. “충격적인 포르노물은 1970~90년대에나 인기가 있었죠. 요즘 사람들은 대체로 외로워요. 항상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른 사람들과 마주 보고 대화하는 일이 적죠. 감정에 목말라 있는 거예요.” 사람들을 더욱 고립시키는 테크 제품의 홍수 속에서 VR은 모두가 찾고 있는 해결책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새로운 제작 방식은 배우들의 자질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자신의 진짜 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가식적으로 연기하면 금방 눈에 띄거든요.” 다시 말해서 몸을 과하게 흔들어대면서 비명을 지르는 오르가슴은 2D 영상에서 자극적일 수 있으나 VR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 기대해선 안 된다. “돈을 벌기 위해 ‘역할’만 하는 배우라면 2D 영화계에서는 잘 나갈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가상현실 세계에서는 섹스를 올림픽처럼 하지 않아요. 파트너가 애정을 듬뿍 쏟는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연기해야 하죠. 그게 제일 중요해요.” 요즘은 VR 전용 헤드셋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더 많은 소비자가 이런 경험에 쉽게 빠져들게 될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역할’만 하는 배우라면 2D 영화계에서는 잘 나갈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가상현실 세계에서는 섹스를 올림픽처럼 하지 않아요. 파트너가 애정을 듬뿍 쏟는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연기해야 하죠. 그게 제일 중요해요.

안나 리가 VR 포르노를 위한 극본을 쓰고 감독할 때는 마치 연극을 하는 상황과 비슷해진다. “벽이 3개뿐이고 나머지 한 개의 벽은 없는 것과 같아요.” 바로 네 번째 벽은 시청자가 있는 곳으로 그 방의 능동적 참가자가 되는 것이다. 리와 맥은 촬영장에서 커뮤니케이션 할 때 카메라를 “감정이입 기계”라 부른다. 그들은 장면을 설정할 때 카메라에도 캐릭터를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친밀감을 어느 정도로 표현해야 하는지 묻자 달링은 “제가 카메라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해줬어요. 2D 영상을 촬영할 때는 정말 괴로웠어요. 마치 우리에 갇힌 동물이 된 것 같았거든요. 사람들은 화면 속 제 모습을 보지만 진정으로 빠져들거나 소통하지 않아요. 하지만 가상현실에서는 관객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어요. 저를 보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일하는 척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몰래 보지 않죠. 제게만 집중한답니다.” 또한 그녀는 2D의 세계에서와 달리 인터넷 트롤(악플러)를 만나는 경우도 적다고 얘기한다. 이뿐만 아니라 물리적이든 감정적이든 일종의 두려움 없이 연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D 영상을 촬영할 때는 정말 괴로웠어요. 마치 우리에 갇힌 동물이 된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가상현실에서는 관객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어요. 제게만 집중한답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포르노보다 훨씬 더 친밀한 VR 포르노를 보는 것은 바람피우는 범주에 속할까? 나는 헤드셋을 쓰고 VR 배우의 가슴을 만졌다. 만약 당신의 애인이 그렇다면 괜찮겠는가? “가장 바람직한 것은 어차피 한 번쯤 나누어야 할 이야기를 VR 포르노를 계기로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겠죠.”라고 달링은 말한다. VR 포르노는 앞으로 눈부시게 발전할 예정이니 애인과 하루빨리 이 주제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 기업들은 최근 VR 속에서 실제 동작을 반영해주는 자위용 커버, 실시간 감지기를 장착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웹캠 모델로부터 오럴 섹스를 받을 수 있는 기구까지 여러 툴을 제작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기술의 한계란 없다. 이런 가상현실 포르노가 겉보기엔 긍정적으로만 보일지라도 기술발전을 통해 진짜 사람과 교류할 필요성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주의할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번역 이연정
  • Laura Bell
  • 사진제공 Roman Pyshchyk/Shutterstock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