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의 애인도 좋아

5명 중 1명은 논모노가미를 지향한다.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사람의 수는 훨씬 많다.

33살의 다니와 로버트는 14년간 연애하다 작년에 결별했다. 사람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어 온 둘이 자연스럽게 멀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다니는 꽤 오래전부터 여자에게 끌렸고 새로운 성적 경험을 하고 싶어졌다. 결국 5년 전부터 다니와 로버트는 개방형 결혼 생활을 하기로 했다.

그 첫 시작으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만난 사람은 신원이 불분명하므로 더 확실한 친구 집단에서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 다니는 지인과 데이트를 했고 둘은 다른 커플과도 어울렸다. 그러던 중 다니와 로버트가 함께 아는 친구가 둘의 집에 오래 머물게 되었다. 그는 약속한 기간보다 훨씬 오래 머물렀고, 결국엔 다니와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다. 로버트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로버트가 질투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남자들을 믿지 못한다고요”라고 다니는 말했다. “저는  폴리아모리(polyamory, 비독점 다자연애)라는 개념에 점점 더 마음을 뺏기고 있는데, 그가 제한시키는 느낌이 싫었어요.” 다니는 결국 집을 나왔다.

나는 회사에 떠도는 소문을 통해 그들의 이별에 대해 듣게 되었다. 다니와 나는 포틀랜드 오리건주에 있는 한 사무실을 공유하는 동료 사이다. 하루는 점심을 먹으며 그녀에게 직접 이별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난 그녀와 로버트가 일부일처제 부부였다가 헤어진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남편이 서로 합의하여 여러 명과 동시에 연애하는 폴리아모리였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몇 달 후, 당신의 예측대로 사무실 사람들과의 수다를 통해 알게 되었다.

동료들이나 이웃, 심지어 내게도 여러 사람과 동시에 성적 자유를 즐기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나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은, 내가 매거진 <뉴욕>에서 혼외 섹스 등 자유로운 섹스라이프를 다루는 ‘섹스 다이어리’ 섹션을 수백 편 편집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는 주로 사람 관계와 성적 행위를 근본적으로 건강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글을 쓰고 폴리아모리, 모노가미(한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결혼 제도)의 연애를 경험해봤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주제에 대해 점심을 먹으며 수다 떨기 딱 좋은 상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료나 이웃, 심지어 내게도 그녀의 논모노가미(non-monogamy, 그룹섹스, 폴리아모리, 일부다처제 혹은 단순한 쓰리썸 등 다양한 관계를 포함한다) 취향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 이름을 구글에 검색해보지 않는다면 당신도 나의 연애 히스토리에 대해 아는 게 없을 것이다. 아주 간단히 2019년식 ‘열린 관계(open relationship)’란 무엇인지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지만 스스로 떠벌리고 다니지는 않는 것.

<성과 부부 치료 저널 Journal of Sex & Marital Therapy>에 게재된 2016년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인 싱글 미국인 5명 중 1명은 논모노가미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로 봤을 때 연애 중인 사람 중 5%가 파트너와 동의를 받고 다른 사람과 만난다. 이는 몰래 바람피우는 경우는 제외한 수치다. 즉 당신이 아는 사람 중 적어도 한 명은 누군가와 사귀는 도중 그 사람의 허락을 받고 다수의 사람과 섹스한 적이 있다는 의미다. 많은 퀴어 그룹에서는 파트너의 동의를 받고 다른 사람과 데이트하는 것이 워낙 흔해져서 심지어 만나기도 전에 온라인 데이팅 앱 프로필에 이러한 성향을 미리 명시할 정도다.

5명 중 1명꼴로 논모노가미를 경험한다는 통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와 주류문화는 논모노가미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신 우연히 하게 된 쓰리썸으로 묘사한다. ‘X Mile 법칙’을 봐도 그렇다. “자기야, 여행하다가 원나잇은 허락하겠지만 집에 돌아오면 다시 나만 바라봐.”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좀 더 일반적으로 ‘예외가 있는 일부일처제 법칙’이다. “여보, 가끔 그 목욕탕에 가도 돼요. 혹은 그 도미나트릭스 클럽이나 BDSM 클럽 하지만 그것만 빼면 우린 일부일처제예요.” 가장 명확한 논모노가미 정체성은 어쩌면 섹스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전체 인구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이들은 그들의 파트너가 성적 욕망을 채울 수 있도록 다른 사람과의 섹스를 허락해준다.

논모노가미 형태에는 모노게미쉬(일부일처제 관계이지만 가끔 외도를 허락하는 것), 하이얼라키컬(2명의 연인과 사귀는 것), 폴리피델리티스(1명 이상의 파트너에게 충실한 것)이 포함된다. 이러한 형태는 살림, 육아, 집안일을 나눠서 하는 라이프스타일인지 섹스를 중심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인지에 따라 크게 구분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논모노가미가 유행이 되고 난 이후로, <플레이보이>에서 에즈라 밀러가 자신이 폴리아모리임을 밝혔고, 스칼렛 요한슨 역시 “일부일처제는 인간의 본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논모노가미적 라이프스타일은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아무런 체계가 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메리엄-웹스터 영어 사전에 의하면 폴리아모리라는 단어는 고작 27년 전에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그 행위의 역사는 1800년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추정된다.

노스웨스턴대학교의 박사학위 응시자인 리탈 파스칼은 미디어가 논모노가미를 어떻게 묘사하는지 연구한다. “미디어는 폴리아모리에 매료되었어요”라고 그녀는 내게 말했다. “폴리아모리를 소재로 다들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재미있어요. 매력적 백인 이성애자 커플이나 가족이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재미를 위해 폴리아모리적 행위를 한다는 줄거리죠. 하지만 실제로 폴리아모리 라이프스타일은 윤리적이고 파트너가 서로를 매우 존중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파스칼은 넷플릭스의 드라마 <이지>의 에피소드 중 올랜도 블룸과 말린 애커맨이 커플로 나오는 편을 예로 든다. 이 커플은 섹스 라이프에 좀 더 자극을 주기 위해 쓰리썸을 한다. “여기에서의 폴리아모리는 이 둘을 더욱 커플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에요” 다시 말해서 <이지>는 논모노가미를 더 나은 섹스를 할 수 있는 관계로 묘사하면서 우리의 구미에 맞는 것처럼 표현했다.

이와 비슷하게 폴리아모리는 <하우스 오브 카드>, <트랜스페어런트> <아이 러브 딕>, <더 매지션스>의 줄거리에 등장하기도 했다. <인시큐어>와 <당신보다 그것이 좋아>은 폴리아모리를 흑인의 시선에서 그렸다. TLC 방송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세이 예스 투 더 드레스>에서 최근 3명으로 이루어진 커플이 결혼 드레스를 찾는 에피소드를 방영했고 <더 베칠러>가 성공을 거둔 이유 역시 개방적인 관계를 무의식적으로 장려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폴리아모리라는 주제로 운영하는 팟캐스트만 해도 12개 이상은 된다. 2015년 폴리아모리를 위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인 ‘필드’가 생겨났고 1년 후에는 ‘OK큐피드’가 논모노가미를 위한 옵션을 추가했다(업계의 대표주자인 이성애자를 위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인 틴더와 범블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17년 <뉴욕타임스>에 “개방혼은 더 행복한 형태의 결혼일까?”라는 기사가 게재되었고, 2018년 12월에는 <쿼츠>에 “폴리아모리 섹스는 미국에서 가장 조용한 혁명적 정치 무기다”라는 제목의 긴 기사가 실렸다.

물론 위 기사의 제목은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과한 헤드라인을 붙인 이유는 폴리아모리가 상호 합의를 위해 철저한 대화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 합의는 오늘날 미디어의 법적, 사회적 환경을 개조하고 있다. 예전 미국에서는 특정 성행위나 특정 관계, 정상적이지 않은 형태의 결혼을 법률로써 제재했고, 그전에는 종교적 규정이나 임신과 관련해 허가를 받아야 하기도 했다. 현재의 법은 섹스를 합의를 거친 성인들이 하는 행위로 보호하고 있다. #MeToo 운동은 섹스에서 합의가 절대적이라는 개념을 대중들에게 심어주기도 했다. 상대가 소극적으로 동의하는 수준을 넘어 아주 좋아하는 정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문화는 합의와 관계에 대해 대화하는 것에 푹 빠져있다. 폴리아모리에서는 이 두 가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더욱 이목을 끌게 된 것이다. 하지만 보여지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왜 그렇게 개방적인 관계에 대해 호기심을 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들춰봐야 한다. 일부다처제의 역사는 매우 기구하다. 메리엄-웹스터 영어 사전에 의하면 폴리아모리라는 단어는 고작 27년 전에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그 행위의 역사는 1800년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추정된다.

논모노가미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책 <왜 결혼과 섹스는 충돌할까>에는 고대 부족사회에서 논모노가미의 사례가 빼곡히 수록돼 있다. 하지만 인류학자들은 해당 사례가 여성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소아성애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종교나 국가에 저항하는 그룹에서 논모노가미 사례가 나타났다. 모르몬교는 1830년대에 처음 생겼고,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자유연애 그룹들은 1800년대 중반에 번성했다. 하지만 모르몬교 외에는 특별히 이목을 끌만한 사건이 없었고 단순한 스캔들 정도로만 여겨졌다.

비슷한 시기에 서양 문화에서는 논모노가미가 인종차별적인 고정관념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동양의 첩, 이슬람교주가 거느린 여러 부인,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끝없는 성욕처럼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백인 여성과 중산층은 재미없고 꽉 막힌 사람들로 묘사됐다.  

그다음 세기에 논모노가미는 국제적인 사건들과 문화적 관습의 변화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다. 1920년대에는 섹슈얼리티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신여성들 사이에서 자유연애 운동이 활성화되었으나 대공황으로 인해 성적 표현이 시들해진다. 신문사들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죽음과 기아에 대한 기사를 싣기 시작하면서부터 성적 자유가 하찮은 것처럼 치부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미국은 여전히 성적 억압의 시대였다.

1960~1970년대에는 그룹섹스가 유행처럼 번져 1969년 나탈리 우드 주연의 영화 <파트너 체인지>의 주된 소재가 될 정도였다. 이 영화는 그해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작품이 되었다. 그룹섹스가 오늘날에는 다수의 커플이 즐기는 섹스파티로 여겨지지만 한때는 여성들이 성적으로 만족할 권리가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떠나도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서야 누릴 수 있는 엄청난 이벤트였다. “그룹섹스는 커플의 관계를 더 굳건히 하기 위한 것이었어요”라고 파스칼은 말한다. “남편과 아내가 다른 누군가와 섹스하지만 다른 인간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해주는 규칙이 있어요. 기존의 커플이 무너지지 않도록 여성들에게 딱 적당한 정도의 자유를 부여해주었어요.”

레이건 행정부는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강조했다. 대통령은 “미국의 모든 위대한 변화는 저녁 밥상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룹섹스는 1980년대 보수주의가 등장하자 사라졌다. 레이건 행정부는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강조했다. 대통령은 “미국의 모든 위대한 변화는 저녁 밥상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981년에는 미국 병원들이 위독한 게이 남성들에 대한 조사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하룻밤 사이에 논모노가미 관계가 거의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사람들은 에이즈가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들 때문에 발병했다고 탓하기 시작하면서 원래 있던 개방적 커뮤니티들은 지하세계로 숨어버렸다. 오늘날 우리는 좁은 범위에서 다자간 연애를 하는 사람들도 논모노가미인 사람들에 비해 성병 발병률이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시간대학교의 심리학과 부교수인 테리 콘리는 대부분 성병은 캐주얼한 관계에서가 아니라 가까운 관계의 사람과 성관계를 통해 감염된다고 밝혔다. 이는 캐주얼한 관계의 사람과 섹스할 때 피임을 더 철저히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찌 되었건 사회적으로 패닉 상태가 지속되자 논모노가미였던 사람들 중 다수는 일부일처제로 돌아서거나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새롭게 논모노가미를 지향하려는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취향의 사람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이런 이유에서 1980년대 논모노가미 문화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52세인 카를로스 페니란다는 당시 게이 커뮤니티의 반응에 대해 말했다. “난잡하다는 비난을 받거나 ‘야, 넌 아무하고 자고 다니니까 성병이나 에이즈에 걸릴 거야’라는 말을 듣기 일쑤여서 폴리아모이인 사람들은 쉽게 자신의 취향을 밝히지 않았어요.”

많은 섹스 연구가들은 모든 관심이 HIV와 에이즈, 남성 게이들의 성관계에 쏠리자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양성애자 남성 또한 그들의 부인들에게 HIV를 옮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이런 사회적 인식 속에서 게이 남성들의 연애 방식은 굉장히 변화하여 로맨스와 가족적 유대뿐 아니라 돌봄이라는 항목까지 동반하게 되었다.

그 사이 이성애자들의 논모노가미 행위는 주류 문화에서 거의 배제되었다. “조지 부시 행정부 때에는 전반적 섹슈얼리티 연구가 냉각기를 맞이했어요.”라고 교육 컨설턴트이자 폴리아모리 연구의 선구자로 주목받는 엘리 쉐프가 말했다. “정부에서는 기독교적 분야만 지원하고 나섰죠. 에이즈 연구 역시 후원을 받지 못했고 섹스 포지티브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물론 지금이 그때보다 상황이 나아졌다는 말은 아니다. 2011년 쉐프는 연구비를 지원받지 못해서 조지아 주립 대학교에서 종신 교수가 되지 못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그녀는 초빙 교수 자격으로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시카고 대학교의 사회학자들이 실시한 미국 성행위에 대한 대규모 설문에서 미국국립보건원의 지원 기대하며 개설됐다. 하지만 스탈와트 제스 헴스가 이끄는 미국 상원에서 재정적 지원을 거부했다. <뉴욕타임즈>에서 “올해의 주목할만한 책”으로 선정된 동명의 책은 여전히 무척 계몽적인 서적이다. 이 책은 종교적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만큼이나 많은 파트너와 섹스를 했으며, 보수적인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관습에 거스르는 욕구들을 갖고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인터넷 그룹이 생겨나면서 “일관성 있는 정체성과 어떻게 하면 개방적인 논모노가미 체제를 영위하는 방식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싹텄다.

이를 계기로 폴리아모리라는 말이 처음 사용되었다. 처음으로 이 말이 쓰인 곳은 어쩌면 1990년대에 발표된 모닝글로리 젤-레이븐하트의 에세이 <한 다발의 연인: 책임감 있는 개방형 관계를 위한 전략>일지 모른다. ‘수정. 폴리아모리’라고 불리는 온라인 포럼은 1992년에 등장했다. 이후 러빙 모어 학회와 같은 오프라인 만남이 생기면서 커뮤니티의 새로운 물결이 일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교류는 많아졌고 폴리아모리 역시 더욱 활성화되었다.

여러 사람과 배려하며 섹스하는 방법에 대한 책 <도덕적 다자간 연애자 The Ethical Slut>는 폴리아모리들의 지침서 같은 책이 되었다. 논모노가미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영국 오픈대학교의 심리학과 부교수, 메그-존 바커는 이런 책과 인터넷 커뮤니티가 생겨나면서 “더 섬세하고 세련되고 다양한 성적 행위를 다루며 논모노가미를 영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생겨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2008년에 발족한 단체 폴리아모리 리더십 네트워크는 문제행동 사례를 수집하는 ‘책임 모음’과 피해자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생존자 지원 모음’을 만들었다.

간략히 말해서 이런 커뮤니티들이 활동하면서 폴리아모리가 정식 어휘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지식인들은 다시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정당화하기 시작했고 2005년 유럽에서 논모노가미에 관한 첫 국제회의가 개최되기도 했다. 대학교에서도 이 분야의 재정적 지원을 다시 늘렸다. 콘리는 미시간대학교의 학부 면접관들에게 “연구비를 받기에는 힘든 분야이며, 만약 종신 교수가 되기 위해서 큰 금액의 연구비가 전제 조건이라면 그냥 우리 모두 집에 가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그녀를 고용했고 그녀는 오늘날 이 분야 최고 연구원 중 하나로 남을 수 있었다.

그녀는 여러 명의 파트너와 데이트하지만 혼자 살면서 스스로 재정을 관리하는 폴리 솔로가 되었다.  

로버트와 헤어진 후 다니는 집을 새로 얻고 <둘보다 더 많이: 도덕적 폴리아모리를 위한 실용서  More Than Two: A Practical Guide to Ethical Polyamory>라는 책을 읽었다. 새롭게 폴리아모리를 탐험해보려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책이다. 그녀는 이 책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게 후회스러웠다. 대부분의 폴리아모리 입문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준다. 하지만 다니는 자신의 정체성의 큰 변화에 더 당황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 로맨틱한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친구들과 좀 더 살을 맞대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가까이 앉거나 어깨에 팔을 두르거나 손을 잡거나 하는 것 같이 말이에요. 전 그냥 온기를 느끼고 싶었어요.”

다니는 폴리아모리가 섹스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책을 읽고 그녀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는 유동적이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된 그녀는 자신의 다른 인간관계에서의 경계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는 여러 명의 파트너와 데이트를 하지만 혼자 살면서 스스로 재정을 관리하는 폴리 솔로(poly solo)가 되었다. 그녀의 새 여자친구는 다니의 폴리아모리 취향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논모노가미 형태 중에는 일부일처제보다 확실히 긍정적인 면도 있다. 콘리의 연구를 보면 그룹 섹스와 폴리아모리 관계가 믿음, 만족도, 헌신, 오르가슴의 빈도가 일부일처제 관계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높다고 한다. 하지만 콘리가 대학원생들에게 모든 사람들이 합의에 의해 논모노가미를 행하는 것이 어떨 것 같은지 묻자 모두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들은 저의 연구 결과를 읽어본 이들이었죠.” 요약하자면 데이트와 섹스는 시간과 감정적 에너지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현대의 사회구조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사람과 연애하려고 하는 게 지극히 논리적이에요. 그렇게 사는 게 훨씬 간단하거든요.” 또 다른 단점에 대해 논하자면 폴리아모리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자아도취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질투가 난다.

다니는 경험을 통해 논모노가미의 복잡함에 대해 알게 되었다. 7달간 로버트와 따로 지내다가 다시 화해했다. 이제 그들은 각자의 집에서 폴리아모리의 삶을 살고 있다.

책 <모어 댄 투>에 의하면 요즘 대부분의 젊은 이성애자에게 가장 유명한 논모노가미 형태는 논하이얼라키컬 폴리아모리다. ‘오래된 첫 번째 파트너’가 주는 안정감도 있지만, 비계층적 폴리아모리는 평등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년간 파트너로 지냈다고 해도 새로운 연인보다 높은 지위를 갖지 못한다. 최초의 파트너가 다른 파트너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과는 정반대인 것이다.

게이 남자들은 보통 섹스 파트너와 연인을 구분한다. 페나란다와 그의 남편인 다니엘 레이바는 6년간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다가 개방형 관계로 전환했다. 레이바는 페나란다보다 17년 연하이고, 이번이 게이로서 첫 연애다. 언제나 한 사람만과 사귀어 온 페나란다는 개방형 연애를 하는 것이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부일처제 관계를 맺기로 했는데 바람피우는 상대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이 많아요. 이번에도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게 싫었어요. 하지만 다니엘은 아직 젊어서 다양한 경험을 원했죠.”

여기서 페나란다의 결정이 여러 사람과 섹스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연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라는 점을 기억하도록 하자. 다니와 로버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질투가 생겨나기도 한다.

“우리는 기본 규칙을 정했어요. 항상 서로에게 솔직해야 하고 상대를 먼저 생각해야 해요. 로맨틱한 데이트는 금지이고 우리는 서로가 항상 1순위여야 해요. 가끔 ‘내가 당신에게 1순위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아’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그럴 땐 되돌아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어요.”

페나란다와 레이바는 HIV에 의한 감염 위험을 낮춰주는 예방 약물(PrEP)인 트루바다(Truvada)를 처방 받았다. 이런 약품은 게이 남성들에게 가벼운 섹스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에이즈 저널>에 실린 2018년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PrEP를 복용하는 게이와 양성애자 남성은 그렇지 않은 게이, 양성애자 남성보다 성병에 걸릴 확률이 72% 더 높게 나왔다. 성병에는 섹스의 빈도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년에 5명의 섹스 파트너와 피임을 하지 않은 채 성관계를 하면 성병에 걸릴 확률을 상당히 높아진다.

다니와 로버트처럼, 페나란다와 레이바도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논모노가미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둘은 성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우리는 풀 파티에 초대받아요. 대놓고 섹스 파티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결국엔 섹스하게 되죠. 그런 곳에 가면 섹스할 공간이 항상 마련되어 있어요”라고 페나란다는 말한다. 개방형 연애 관계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점차 그들만의 규칙이 사라지게 된다. 페나란다가 레이바에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특정 섹스 행위도 하게 되었다. “이제 그는 자기가 원하는 모든 행위를 다 하고 있어요” 페나란다는 체념한 듯 말했다.

이성애자들이 논모노가미를 대하는 것처럼 게이 역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논모노가미를 행하는데도 불구하고 공공연한 비밀로 부친다. 2016년 게이 남성 보건 자선단체인 GMFA에서 실시한 영국의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1006명의 게이 중 40% 이상이 개방형 연애를 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지금도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때, ‘반가워요, 전 개방형 연애를 하고 있어요,’라 말하지는 않아요. 저는 다니엘과 제 삶을 보호하고 싶어요.”

이런 이유로 실상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아요. 그 결과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실제와는 다르게 되는 것이죠.

온타리오 HIV 치료 네트워크의 예방 연구 이사인 베리 아담은 꽤 많은 커플을 인터뷰해왔는데, 그들에게 다른 한 명 혹은 그 이상의 파트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커뮤니티 안에서도 다른 파트너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아요.” 그는 사회에서 게이 결혼을 수용한 것이 오히려 솔직한 대화를 방해한 것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성애자들의 결혼은 일부일처제라는 생각이 강하게 박혀 있기 때문에 게이 간의 결혼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단정 짓는 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실상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아요. 그 결과 겉으로 보이는 것이 실제와는 다르게 되는 것이죠.”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는데도 폴리아모리는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도덕적 조항을 이유로 폴리아모리를 해고할 수 있다. “공개적으로 논모노가미를 지향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법적 조항도 거의 없을뿐더러, 그런 관계를 인정받을 방법도 없어요.”라고 바커는 말한다. 본인이 폴리아모리는 아니지만 매거진 <오늘의 심리학>에 ‘옆집에 사는 폴리아모리’라는 칼럼을 기고하는 쉐프도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이유로 커리어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꽤 많은 사람이 제 연구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개인적으로 공격을 당하는 기분이 들었나봐요. 어쩌면 그들의 아버지가 엄마를 두고 바람을 피운 적이 있나 보죠? 아니면 지금 바람을 피우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화가 많이 난 상태이거나요.”

채프먼대학교의 조교수인 에이미 모어스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구글 검색어를 조사해왔다. 그녀는 2011년부터 폴리아모리에 대한 검색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한다. 국제적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논모노가미는 사회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해도 Z세대가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주된 생활방식으로 채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결혼을 미루는 것이 유행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데이트 신에서의 차세대로 불리는 알파 세대는 더 다양한 인간관계를 고려해볼지도 모른다.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일부일처제가 모두에게 맞는 것도, 항상 맞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합의를 통한 논모노가미가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수다를 떨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마침내 모두 함께 논모노가미에 대해 대화할 날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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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백가경
  • 번역 이연정
  • 일러스트 Tina Maria Elena
  • Arianne Cohen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