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보이 합본호 19

2019 올해의 키워드

뜨거웠던 한 해를 돌아보자.

올해의 오해, 밀레니얼이 섹스를 안 한다고?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면서 여러 매체에서 그들을 분석하는 통계가 많이 오르내렸다. 그중에서도 ‘밀레니얼은 섹스 불황을 맞았다’는 통계가 여러 사람들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종합사회조사기관(GSS)의 애뉴얼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인은 이전 세대보다 1/3 정도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것. 해당 결과는 일본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러한 변화 추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기사가 2019년 언급되었다. GSS의 자료에서 섹스에 대한 정의는 오로지 남녀 간의 삽입 섹스만으로 분류하여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 오럴 섹스, 자위, 논 삽입 섹스, 스킨십 등이 배제됐다. 밀레니얼 세대는 어느 세대보다 LGBTQ+의 비율이 많고 실험적인 섹스를 즐기며 더 나은 섹스를 위해 감정적 접촉 시간이 40시간 이상 많았다는 통계자료를 보면, 섹스 불황이라 단언할 수 없다.

올해의 명장면, ‘시계방향’
영화 <기생충>의 반향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해였다. 한 가족의 희비극을 그로테스크하게 연출한 봉준호 감독은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내년에는 아카데미(오스카) 시장식에서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천만 영화의 타이틀을 얻은 <기생충>에서 <플레이보이 코리아>가 선정한 베스트 장면은 ‘시계 방향’이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에로틱한 장면을 ‘웃프게’ 숨을 멎고 지켜봤을 것이다. 부잣집의 안주인 연교(조여정)과 동익(이선균)이 멀리서 캠핑하는 아들을 지켜보며 현실적 러브신을 시작한다. 그 와중에 연교가 동익에게 ‘시계방향’으로 애무할 것을 요구한다. 기택(송강호)의 식구들은 이 둘 몰래 저택에 들어와 기생충처럼 테이블 밑에 누워 있다. 관객들은 이들이 들킬까 봐 숨을 참고 연교와 동익의 애무 신을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복합적인 감정들이 마구 충돌한다. 올해의 그 어떤 장면보다 ‘자극적’이었던 이유다.

올해의 판결, 여성은 출산의 도구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낙태는 더 이상 범죄가 아니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66년간 유지해 온 법을 2020년을 끝으로 전면 폐지할 예정이다. 그간 낙태(인공임신중절)를 금지한 우리나라 형법이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공의 이익 아래 임신한 여성의 결정권을 침해했다는 것. 특히 산모가 불안전한 낙태 시술에 노출되는 일, 상대 남성으로부터 협박과 이별, 이혼 등 부작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됐다. 하지만 임신중절수술이 허용되는 주수 및 사유 선정 등 명확한 규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임신중절수술이 합법화되기까지는 논의되어야 할 것들이 많아 보인다. 오늘도 여전히 대한민국 여성은 목숨을 걸고 낙태를 선택한다.

올해의 능력, 성인지 감수성
‘일상에서 성 차별적 요소를 감지하는 민감성’을 의미한다. 2018년, 대법원은 민사 성희롱사건에서 “법원이 성폭행,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판결문에서 최초로 언급했다. 판결에서 피해자의 상황과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안희정 유죄 판결과 징역 6개월을 선고된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보다 깊게 인정한 셈이다.

올해의 커플, 하마와 촌므파탈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올해 지상파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던 이유는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커플인 동백(공효진)과 용식(강하늘) 때문이다. 이 둘은 여느 지상파 드라마에 나왔던 커플과는 다른 구도를 지닌다. 촌므파탈(촌티 나는 팜므파탈)의 소유자 용식은 싱글맘 동백에게 하마에 비유하며 그녀의 자립 의지와 넘치는 에너지를 응원한다. 동백은 순박한 청년 용식의 무한한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옹산’이란 지역에서 그 어떤 차별 없이 아들을 떳떳하게 키우고 용식과도 달달한 연애 전선을 이어간다. 이 드라마에서 악인은 존재하지 않지만 사건을 끌고 가는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마 ‘까불이’도 동백을 건드리지 못한다. 기존의 남녀 커플이 지녔던 고정 관념적 구도는 집어 던진, 동백과 용식을 올해의 커플로 선정한다.

올해의 단어, SHE와 HE 대신 ‘THEY’
미국의 권위 있는 어학 사전 메리엄 웹스터는 그들을 의미하는 ‘THEY’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성 정체성이 여성이나 남성으로 구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개인의 영역’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이분법으로 정의되지 않는 LGBTQ를 아우를 수 있는 이유도 존재한다. 앞서 뉴욕시의회는 F와 M 대신 제 3의 성인 ‘X’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물론 의사의 소견서가 없어도 자신의 생물학적 성을 변경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했다. 대체로 한 해를 장식한 정치적 이슈와 맞물린 단어를 많이 찾는 데 반해 ‘THEY’와 같은 일상적인 단어가 폭발적으로 검색된 이유는 변화하는 사회적 성 정체성과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들의 혼란 때문으로 파악된다. 올 한 해 메리엄 웹스터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에서 ‘THEY’가 검색된 횟수는 작년 대비 무려 313%나 증가했다.

올해의 섹스토이, 단순하거나 흡입하거나
한국은 섹스토이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나라 중 한 곳이다. 레드컨테이너, 텐가, 식스티원 등 20, 30대를 겨냥한 세련된 섹스토이 숍이 생기고 있어서인지 섹스토이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올해 가장 많이 사랑받았던 섹스토이는 무엇일까? 먼저 남성용품에서는 텐가 코리아에 따르면 2019년 판매량 기준 베스트셀러 1위는 오리지널 버큠 컵이었다. 반면 여성용품에서는 클리토리스를 흡입하여 즉각적으로 오르가슴에 이르게 하는 우머나이저가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다. 사용자가 힘들이지 않고도 효과가 강력하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스테디셀러가 된 우머나이저. 그중에서도 입문용으로 잘 알려진 스탈렛의 제품이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의 기술, 리얼돌 찬반논란
어느 때보다 성인용품 규제가 강력했던 한 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화두는 여성의 신체와 비슷하게 생긴 ’리얼돌’의 수입과 생산이었다. 여성 존엄 훼손과 남성의 사생활 존중 사이, 대법원은 인간의 기본권 존중을 이유로 통관을 허용했다. 현재까지 머리가 없는 제품만을 수입 허가하겠다고 밝혔지만,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을 본 따 만다는 맞춤 제작이 가능하고, 덩치가 작은 특히 아동을 연상케 하는 리얼돌 제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리얼돌이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될지, 그로 인해 어떤 문제가 야기될지 불 보듯 뻔하다. 확실히 문제 있어 보인다. 개인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람의 모습을 한 섹스 토이가 필요할까? 일각에서는 성욕 해소가 성폭력을 예방한다는 주장이 있다. 리얼돌이 시장에 유통되기 전, 여성을 향한 인식부터 바로 세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의 스캔들, 버닝썬 게이트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연예인 성폭력, 마약 복용, 상습 도박 등 묻힐 뻔한 사건이 줄줄이 터졌다. 연예인 정준영과 최종훈은 징역 7년과 5형을 구형받았다.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 성관계를 영상으로 불법 촬영한 혐의, 이를 지인에게 유포한 혐의다. 로이킴, 에디킴, 이종현과 용준형 역시 SNS 단체 방에서 음란물을 공유하고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대화 사실이 공개되며 연예 활동이 힘들어졌다. 배우 강지환은 함께 촬영한 여성 스텝을 강간한 혐의로 징역 6년 6월, 집행유예 3년 형을 받았으나 현재 항소 중이다. 최근 결혼 발표한 김건모 역시 그에게 성폭행당한 여성들이 등장했다. 현재까지 총 3명의 여성이 그를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김건모는 고소한 여성을 명예훼손과 무고죄로 고소한다고 맞섰다. 구하라는 전 남자친구에게 불법 촬영 피해를 보았고 힘든 시기를 보내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의 친환경, 섹스에도 비건
프라이드치킨으로 유명한 KFC는 올해 비건 버거를 내놓았으며 채식주의자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패션계와 화장품 업계에서는 동물 실험하지 않는 제품, 동물의 털을 이용하지 않는 제품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높았다. 이러한 전 세계적 추세는 섹스를 위한 제품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중 ‘인스팅터스’는 국내 최초로 비건을 인증한 ‘이브 콘돔’을 개발하여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는 사회적 벤처기업이다. 이들은 생리컵과 러브젤 등 다양한 섹슈얼 헬스케어 제품군을 다루고 있다. 최근 ‘바른생각’에서도 동물성 카세인 단백질을 들어있지 않은 식물성 제품 라인을 리뉴얼한 바 있다. 인간의 건강은 물론이고 자연을 해치지 않는 ‘착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이제 섹스의 영역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Credit

  • 에디터 김민지, 백가경
  • 사진제공 TungCheung, StepanPopov, ParamePrizma, Andrew Williams, Stephanie Kenner, DZeta, golubovystock, Hyejin Kang/Shutterstock, IMDb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