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보이 합본호

당신의 집이 연애를 망칠 수 있다

완벽하게 집을 꾸밀 필요는 없지만 몇 가지 위험신호는 제거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MTV는 저질스러운 리얼리티 데이트 프로그램을 엄청나게 많이 방영했다. 가장 악명 높았던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룸 레이더스 Room Raiders>에서는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을 가짜로 납치해 봉고차에 모두 몰아넣은 후 실시간으로 각자 ‘썸’ 타는 상대가 자신의 방을 뒤지는 영상을 보게 했다. 각 에피소드의 마지막에는 가장 봐줄 만한 방의 주인을 고르는 것으로 프로그램은 끝났다. 이 쇼가 방영된 두 시즌 동안 수많은 참가자의 헛구역질이 이어졌다. 자외선 조사 등으로 검토한 침대 시트는 마치 세균 배양접시라도 되는 듯 여러 명의 DNA가 발견되었고, 컴퓨터에는 무단으로 복제한 포르노가 널브러져 있는 등 놀랄 것투성이였던 것.

수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틴더를 통해 만난 누군가와 데이트하거나 친구가 매력적인 남자의 집에 갔는데 침대 옆 탁자에 말콤 글래드웰 저서가 마치 세팅된 것처럼 놓여있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된다. 억지로 해 놓은 것처럼 보일 만큼 극단적일 필요는 없지만, 침실에 들어갔을 때 살펴봐야 할 몇 가지 적신호는 분명히 있다.

결혼 중매 서비스 업체인 링스데이팅의 설립자이자 CEO인 에이미 앤더슨에 의하면, 침실은 사적인 안식처로서 당신의 성격을 반드시 반영할 필요는 없다. 그녀는 개인의 특정 직업이나 관심사와 상관없이 침실은 일반적으로 무채색 계열로 꾸미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앤더슨이 말하는 최악의 침실 인테리어는 마치 본인이 자제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듯 튀는 색, 너무 많은 베개, 유치하고 요란한 예술품 등이 있다. 더불어 침대 시트, 매트리스, 러그가 더럽지 않도록 항상 깔끔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반면 남자들을 위한 데이팅 코치인 코라 보이드는 “당신과 연인 사이로 발전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면 인테리어 전문 잡지 <아키텍츄얼 다이제스트>에 나올 법한 정도로 집을 꾸밀 필요는 없더라도 손님을 편하고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어느 정도 노력은 해야죠”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위험 신호로는 “침대 근처에 종교적인 상징물이나 가족사진을 두는 것”과 “같이 놀러 온 상대를 어색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해당한다.  

마리아나는 남자가 마치 “사교클럽에 뻔질나게 다니는 독신남”처럼 살고 있었으며 방 곳곳에는 술병이 트로피처럼 널려 있었다.

앤더슨과 보이드 같은 전문 데이트 코치들은 고객들에게 스스로 최고의 모습이 되는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몇 년 후, 심지어는 데이트하며 몇 달만 지나도 대부분의 사람은 로맨틱한 상대 역시 완벽한 사람일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결국 우리는 별난 것에 좀 더 익숙해지고 서로의 개인적 취향을 이해하게 된다. 물론 앤더슨과 보이드도 최소한의 깔끔함은 유지하라고 추천하지만 완전히 감각적으로 꾸민 공간에서도 허점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팝업 부티크 카페인 포갓(Forgot)의 공동 설립자인 비타 하스의 경우를 들어보도록 하자. 그녀도 그동안 데이트를 하면서 충분히 많은 실패를 경험해봤다. 특히나 끔찍했던 데이트를 하나 꼽자면, 침대 위에 영화 <스카페이스>의 포스터가 붙어있던 남자와 섹스를 한 것. “마치 첫 경험을 다시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라고 하스는 말했다. 또 다른 데이트에서 그녀는 같이 집에 간 남자의 방에 다른 여자의 브래지어가 아무렇지 않게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할 남자라는 신호였다. 하스 자신도 깔끔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남자의 방이 조금 더러운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데이트 상대가 자신의 방을 어떻게 생각할지 관심조차 없는 듯 느끼게 만들면 안 되겠죠.”

물론 영화 포스터보다 훨씬 위험한 신호도 있다. ‘We TV’의 셀레브리티인 니키 얼루어는 <플레이보이>에게 데이트 상대의 침실에서 이미 사용한 콘돔을 발견했던 악몽 같은 밤에 대해 이야기 했다. “예의라고는 전혀 없는 모습에 정이 떨어졌어요” 얼루어는 그걸 본 후 그와 성적인 접촉을 피하기 위해 갑자기 배가 아픈 척했다고 한다.

조 말슨은 섹스하던 도중 자신의 주인이 공격받고 있다고 착각한 여자의 애완견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뷰티키친’의 CEO이자 브라보 채널의 리얼리티 쇼 <투어그룹>의 주인공인 헤더 마리아나도 데이트 상대의 침실을 보고 역겨웠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대 남자와 진심으로 통했다고 느꼈고 데이트도 아주 잘 흘러간 듯하지만 그의 침실에 들어서자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그녀는 기억한다. 마리아나는 남자가 마치 “사교클럽에 뻔질나게 다니는 독신남”처럼 살고 있었으며 방 곳곳에는 술병이 트로피처럼 널려 있었다.

데이트할 때의 스릴감과 불안감은 모두 예상치 못한 상황 때문에 벌어진다. 풍수 전문가를 고용하고 당신의 방에 사용했던 콘돔이나 빈 술병이 없도록 정리한다 해도, 별것 아닌 것도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심각한 적색 신호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애견인은 침실에 강아지를 들이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새로운 파트너에게는 엄청난 참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싱어송라이터인 조 말슨은 섹스하던 도중 자신의 주인이 공격받고 있다고 착각한 여자의 애완견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피하고 싶다면, 침실을 애완견 금지 지역으로 만들라고 보이드는 조언한다. “렘수면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머리 위에 앉아 흥분한 고양이 때문에 깨고 싶진 않을 거예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하지만 이런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예방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영화 제작자인 에즈라 이웬은 화학 향료로 만든 방향제를 무척 싫어한다. 인공 향 근처에는 갈 수조차 없었던 천식 환자 어머니를 뒀던 그는,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냄새에 예민했다. 그는 <플레이보이>에게 섹스하던 도중 데이트 상대가 방에 뿌린 화학 방향제와 그녀가 감추려 했던 고양이 화장실 냄새를 동시에 맡는 순간 발기가 죽어버렸다고 말한다. 과연 이웬의 데이트 상대가 그의 예민한 후각에 대해 미리 알 수 있었을까? 앞으로는 틴더 프로필에 우리가 싫어하는 사소한 모든 것까지 전부 적어야 하는 걸까?

모험 끝에 칼라 퍼레즈-갈라르도는 상대와 선상 가옥에 가게 되었는데, 가로 122cm, 세로 91cm 되는 삼각형 모양 침대, 더러운 시트 그리고 전반적으로 엉망이었던 암울한 분위기와 마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공간이라도 둘 사이에 ‘케미’가 존재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릴 뎁스 오아시스’의 셰프이자 공동 오너인 칼라 퍼레즈-갈라르도는 꿈처럼 로맨틱했던 “외딴 섬에서의 수영 데이트”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모험 끝에 그녀는 상대와 선상 가옥에 가게 되었는데, 가로 122cm, 세로 91cm 되는 삼각형 모양 침대, 더러운 시트 그리고 전반적으로 엉망이었던 암울한 분위기와 마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데이트 상대가 엄청나게 매력적이고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다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의 지저분함도 사랑하게 될 수 있다. 사실은 적색 신호라고 하는 것도 꽤 주관적이다. 데이트 상대의 비밀스러운 지점을 미리 알기란 어렵다. 누군가 끔찍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 상대와 연결고리가 될 만한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하스가 만약 알 파치노 페티시를 가지고 있었다면 앞서 말한 <스카페이스> 포스터를 보고 그 남자에게 푹 빠졌을 수도 있다. 데이트하기 전까지 당신의 존재를 어떻게 부각할지에 대해 집착하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데이트 장소로 가기 위해 우버를 탄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신의 공간을 꾸미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해야 한다는 건 너무나 뻔한 말이다. 당신의 공간에서 손님을 기분 좋게 맞이할 수 있도록 만들고 나머지는 흘러가는 대로 두도록 하라. 새로운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는 반드시 또 온다.

에즈라 이웬은 섹스하던 도중 데이트 상대가 방에 뿌린 화학 방향제와 그녀가 감추려 했던 고양이 화장실 냄새를 동시에 맡는 순간 발기가 죽어버렸다고 말한다.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번역 이연정
  • Daniel Spielberger
  • 사진제공 플레이보이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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