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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에게 ‘슈퍼 라이크(Super Like)’를 보냈어

데이팅 앱 ‘틴더’로 만난 남자와 보낸 저녁.

때는 약 3주 전, 12시간 데이트 후 난 남자친구에게 차였다. 이유도 없었다. 그냥 “내 마음이 너와 같지 않아”라는 말 같지도 않은 말뿐이었다. 점심시간 김치찌개를 먹으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나에게 모 에디터는 데이팅 앱 ‘틴더’를 추천했다. 뭐, 생각해보니 심심함을 달래기에는 괜찮은 것 같기도 했고.

사진 속 인물과 무관합니다.

사골처럼 우려먹는 제일 예쁜 사진 3장과 간단한 프로필을 등록하자 내 휴대폰 화면에는 웬 남성들의 사진이 뜨기 시작했고, 사진을 보고 ‘Nope’이면 왼쪽으로, ‘Yes’면 오른쪽으로 신명 나게 넘겼다. 상대방이 ‘현질’해서 날 ‘슈퍼 라이크(Super Like)’를 한다면 그의 사진에 파란 아우라가 뜨는데, 유난히 파란 아우라가 강렬하던 그는 얼굴, 키, 직업, 나이 다 괜찮았다. 평소 “나 눈 되게 낮아”라고 소리치며 다녔지만 따질 수 있는 건 대놓고 다 따졌다. 이미 그를 대하는 나의 자세는 ‘비치(Bitch)’였을지도 모른다.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약속을 두 번 미룬 끝에 어렵게 만났고, 강남역 11번 출구 앞 많은 남성 중 186cm의 그를 알아보긴 쉬웠다. ‘대체 무슨 말을 하지’, ‘얘가 사진과 다르듯 나도 마찬가지겠지’, ‘뭘 먹지’ 많은 고민을 하던 중 그가 말했다. “알아본 데가 있는데 괜찮은 것 같아요. 파스타, 피자 파는 곳인데.” 아 제발, 가장 피하고 싶은 메뉴였다. 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치킨에 맥주 한 잔을 좋아하는데. 그래도 뭐든 잘 먹는 나를 믿고 따랐다. 숟가락 위에 파스타를 돌돌 말아먹는 품격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 대기업에서 가전제품을 디자인하는 제품 디자이너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시간이 날 때마다 도예, 가죽공예,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혼자 여행 가는 것도 좋아하고. 듣다 보니 ‘뭐야, 틴더는 왜 한 거야? 혼자 겁나 잘 사네. 이래서 솔로인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를 보며 난 혼자 노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나와 전공이 비슷해서인지 그는 어느새 이성이 아닌 ‘멘토’였다. 그렇게 그와의 저녁은 끝났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알 수 없다. 대화는 분명 끊이지 않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 대화였다. 서로 간 보느라 박진감 넘치는 피곤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근데 멘토와 멘티라니. 쉽게 말해 ‘이성적 끌림’이 아니었다.

회사 선배 말대로 “무슨 파스타예요. 우리 삼겹살에 소주나 마실래요?”라고 당차게 제안했다면 함께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어쩌면 ‘틴더에서 만나봤자 얼마나 대단한 남자겠어’라고 저 깊이 숨겨져 있던 내 알량한 의구심에서 비롯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럼 그렇지.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아침부터 7cm 힐과 짝 맞춘 언더웨어에 담은 기대감과 달리(숙박 어매니티에 포함된 칫솔은 일부러 안 챙겼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 아쉬웠던 저녁. 그래도 심심하니까, 내 휴대폰은 끊임없이 ‘카톡!’이 울렸으면 하니까 틴더 라이프를 이어갈 거다. 설마 평생 독신은 아니겠지.

Credit

  • 에디터 한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