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들의 페티시

하지만, 페티시는 페티시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성 담론과 섹스 콘텐츠는 여전히 ‘성 소수자가 아닌 남성’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에 반해, 홈 파티를 여는 심정으로 주위에 있는 게이를 모아 페티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모인 대학생, 연구원, 교사, 군인, 에디터, 만화가, <허핑턴 포스트> 편집장 등 우리의 곁에서 일상을 꾸려가는 게이들의 페티시를 한데 모았다. 자, 받아라 원기옥!

게이들의 페티시

1 축구 쇼트와 그 밑으로 갈라진 하체 근육을 좋아한다. 축구할 때 쇼트 밑자락으로 허벅지 근육이 보이는 사람 최고! (익명, 25세)

2 눈이 예쁜 사람, 마른 몸. ‘사슴핏’을 좋아한다. (익명, 26세)

3 군복. 입혀놓고 하고 싶다. (충성, 45세)

4 손발이 깨끗한 사람. 남들이 잘 관리하지 않는 손발이 깨끗한 걸 보면 나도 모르게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까맣고 매끈한 피부가 좋다. (권 모씨, 29세)

5 제복은 다 좋다. 군복, 경찰복, 심지어 교복까지. 깃 위로 보이는 목젖과 바지 끝단이 스치는 발목이 특히 매력적이다. (익명, 25세)

6 청춘이 60살부터라면 남자는 90kg부터다. 통통하게 살찐 남자는 동글동글해서 보기에도 귀엽고, 만졌을 때도 말랑말랑하다. 껴안으면 푹신하고 양팔 가득 푸짐하게 안긴다. 마른 사람들은 안았을 때 딱딱한 뼈가 닿아서 별로다. 세상에 가늘고 딱딱한 인형은 없지 않나. 뚱남을 좋아하는 취향은 인류의 보편적 본능이다. (후리, 25세)

7 두 고리에 다리를 넣으면 오로지 페니스만 가려주는 속옷, 작스트랩(Jockstrap). 섹시하고 편하다. (뽀로로, 28세)

8 마른 연하가 좋다. 귀여우면 ‘작살’. (꺄르르, 25세)

9 키가 큰 사람을 침대에서 껴안으면 내 발이 무릎 언저리에 닿는다. 내가 이 사람 품에 온전히 안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그에게만 소속된 느낌. (익명, 23세)

10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훈훈한 외모의 아빠. 킬링 포인트는 상냥한 눈웃음과 짙은 눈썹, 살짝 큰 머리, 특히 기지개했을 때 살짝 보이는 배레나룻. 아쉽게도 이런 아저씨들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많이 보인다. (Jamie Park. 33세)

11 가슴. 큰 가슴, 작은 가슴, 단단한 가슴, 쳐진 가슴 모두 상관없다. 만지기, 안기기, 비틀기 역시 모두 좋아한다. (최지용, 31세)

12 근육! 근육은 근력과 매력과 정력에 모두 좋다. 내 마음을 끄는 중력. (익명, 26세)

13 교복 혹은 맨살에 셔츠를 입은 남자를 좋아한다. 그리고 내 통제권이 상대방에게 달려있을 때 흥분된다. 마음이 닿는 사이라면 속박, 안대, 욕설 모두 좋다. (익명, 22세)

14 ‘골든 앤 머드 언 워시드 언컷 피스팅’. 나 자신이 한없이 보잘것없게 느껴져 욕심 없이 살아가는 데에 힘과 깨우침을 준다. (이우인, 35세)

15 경험이 많아질수록 페티시도 다양해진다. 어릴 땐 클래식 슈트를 입은 건장한 형님들에게 편안히 안겨있는 게 좋았다. 지금은 의지할만한 사람이라면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동생이나 친구도 상관없다. 다만 체격이 큰 사람이 풍기는 포근함과 안정감만은 변함없이 좋다. 어릴 때 가족이 와해 돼서인지, 경쟁 사회에 살아서인지, 체격 좋고 깔끔하고 서글서글했던 첫애인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들과 함께한 순간이 행복했다는 것만 확실하다. (짱구, 38세)

16 게이 중에서도 BDSM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다. 주종관계에 대한 판타지가 있어서 ‘돔’(Domination의 약어. 지배자 역할), ‘섭’(Submission의 약어. 피지배자 역할) 모두 좋아한다. 사회의 자아를 버리고 성관계에만 몰두할 수 있어 본능에 충실한 짐승이 된 느낌이다. 물론 안전수칙 준수는 필수. (익명, 25세)

17 상대방이 내 몸에서 가장 낮은 부위인 발을 애무해주면 정복감이 든다. 격정적인 순간에 내가 발을 애무했을 때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상대방의 표정도 매력적이다. (익명, 27세)

18 군복. 그중에서도 한국 군복이 좋다. 모든 것이 지나칠 정도로 넘쳐나는 20대 초반에 2년 2개월이나 갇혀있다 보니, 홀로 감당해야 할 에너지가 군복 페티시로 치환된 것 같다. 그리고 군복을 입은 사람은 직업이나 성격 등의 사회적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육체’로만 기능한다. 제복을 향한 끝없는 페티시의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김도훈, 42세)

“이성애자처럼 게이 역시 사랑할 때 페티시만 쫓는 게 아니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페티시는 페티시일 뿐이다.” (짱구, 38세)

Credit

  • 에디터 한수연
  • 주동일
  • 사진제공 Svetlana Prikhnenko/Shutterstock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