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트렌드 7월 2

왜 슈프림에 열광하는가?

3박 4일 줄 서서 신상을 기다리는 이유가 있었다.

현재 시각 목요일 아침 8시다. 에드가 곤잘레스와 페르난도 루라스는 로스앤젤레스 페어팩스에비뉴에 위치한 래퍼 타일러의 ‘크리에이터의 가게, 골프왕’ 밖에서 접이식 의자에 앉아있다. 두 명의 18살 친구는 전날 밤 11시부터 진을 치고 기다렸는데도 대기 번호 1번이 아니었다. 그들 뒤에는 적어도 50명이 있었고, 곤잘레스와 루라스는 컨버스 골프 르 플레르 신상을 구하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다. 아직 오픈 시간이 3시간이나 남았는데도 그 둘은 기분이 매우 좋아 보인다.

루라스는 친한 친구들 모임 같다고 말한다. “줄을 서는 동안 쿨한 사람들은 많이 만나요.” 그동안에 1마일 떨어진 멜로즈 에비뉴에서 21살 배우 제이슨 린은 남성 중고샵 ‘라운드 투’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그는 전날 가게 인스타그램에 포스팅된 900달러짜리 샤넬 운동화를 사려고 한다. 다른 사람이 먼저 낚아채 가지 않았기를 바라고 있다. 라운드 투도 골프왕처럼 아침 11시에 오픈한다.

하지만 이 정도는 오래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그가 16살 땐 ‘나이키 폼포짓 갤럭시’를 사려고 ‘풋라커’(미국의 운동화 가게)앞에서 3일 동안 밖에서 잔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때는 정말 열정적인 ‘하입비스트’였어요. 하지만 결국 그 신발을 구하지는 못했죠.“ 이 세 사람은 스트리트 웨어에 대한 열정을 공유한다. 스트리트 웨어는 스케이트보드 문화에서 파생된 문화로, 힙합 신에서 하이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펑크나 힙합처럼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먼저 시작했다고 우기는 분야이긴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바로 스트리트웨어는 티셔츠, 후드, 운동화, 캡 모자와 같은 아이템으로 도시 경험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패션이라는 것이다. 스트리트웨어는 더 이상 특별히 눈에 띄는 스타일이 아니다. 신상품 출시 방법의 혁신을 일으키고 디자이너 브랜드에 영감을 주면서 중고 물건을 되파는 리셀 마켓도 규모가 상당하다.

버지니아에 위치한 라운드 투(Round Two)는 빠른 속도로 스트리트웨어 마니아들의 목적지가 되었다. 공동창업자 션 워더스푼, 크리스 루쏘, 루크 프레이처는 2013년 6월에 가게를 처음 열었고 나중에 로스앤젤레스, 뉴욕으로 확장했으며 마이애미에도 새로운 숍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 인기가 높아지면서 (현재 구독자 수 146,056명) 스트리트웨어 신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 되었다. “저는 11살, 12살 때부터 운동화, 옷 이런 것들에 관심이 아주 많았어요. 운동화 숍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조던이나 에어포스원을 다 접할 수 있었죠.”

프레이처가 사업을 시작한 후 몇 년 사이 그는 스트리트웨어 업계가 급격히 변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제임스 제비아가 맨하튼에서 시작한 스케이트 브랜드 ‘슈프림’은 한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였지만 현재 사모펀드 회사 칼라일 그룹에 지분의 절반을 5억 달러에 팔았을 정도로 컸다. 이제는 스트리트웨어가 언더그라운드 문화에서 벗어나 패션계를 정복할 수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스트리트웨어는 특정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지위의 상징이 되었고, 패션계에서는 스트리트웨어를 따라 하기 시작했죠. 물론 스트리트웨어가 새로운 하이패션으로 거듭났지만, 하이패션 역시 새로운 스트릿웨어로 거듭났어요. 이 둘의 경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슈프림 박스 로고 후드가 168달러지만 실제로는 1000달러의 가치를 갖고 있죠.”

매주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시스템은 슈프림 수집가들이 돈을 펑펑 쓰도록 만든다. 일부러 적은 양만 한정 출시하여 구매 욕구를 끌어올리는 방법도 쓴다. 소비자가 상품을 살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이용하는 것이다. “슈프림의 새로운 출시는 희소성이 높은 방식으로 해요. 많은 브랜드들이 이 방법이 먹힌다는 걸 느꼈으니 계속 반복할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더 많은 옷을 팔고 싶다면, 거짓으로라도 희소성을 만드는 식이죠.”

<하이스노바이어티 HIGHSNOBIETY>의 편집장 지안 드리온은 매주 출시되는 스트리트웨어 트렌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드리온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의 출현이 이 판도를 많이 바꿨다고 말한다. “SNS 플랫폼은 트렌드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악화시키죠. 인스타그램이 없다면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요?” 어렵게 구입한 슈프림의 사진을 포스팅할 수 있는 기회는 수집가들이 추운 날씨에 밖에서 몇 시간 내지는 몇 일 동안 기다릴 수 있게끔 동기부여 하게 된다. 그런데 드리온은 소비자의 시점에서 조금 떨어진 이유도 발견했다. “줄 서는 것 자체가 일종의 커뮤니티가 됐어요. 새로운 출시 자체가 그에 따른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했어요. 사람들은 같은 제품을 사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경험을 공유하면서 유대감을 형성해요.”

그러나 많은 스트리트웨어 ‘덕후’들은 좋지 않은 변화가 생기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 있는 슈프림 매장은 최근에 인근 주민들의 빗발친 항의로 인해 대기 시스템을 변경했다. 보통 목요일에 출시하면 사람들은 그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하여 인파가 몰린다 (가끔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이러한 압박 속에서 슈프림은 길게 늘어진 줄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라인 복권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금까지는 잘 운영됐지만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슈프림의 새로운 시스템이 오랜 팬들과 멀어져 스트리트웨어 커뮤니티를 와해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루라스와 곤잘레스는 한 달에 2번 새로운 출시가 있을 때마다 밖에서 줄 서서 기다리지만 예전이 그립다고 한다. “확실히 변했어요. 예전에는 사람들끼리 가깝게 지냈거든요. 새 시스템이 도입된 후부터는 아무도 줄을 서지 않아서 그다지 친하지 않아요. 이제 모든 게 온라인으로 진행돼요.”

운동화 ‘덕후’인 크리스챤 바움은 조금 더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 “물론 사람들은 예전처럼 줄을 서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지는 않지만 스트리트웨어 커뮤니티가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그 자체가 커뮤니티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프레이처는 커뮤니티 위주의 수집가들이 이 새로운 시스템에 가장 관심 없어 하는 부류라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딱히 하는 일 없이 항상 줄만 서서 리셀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물건을 먼저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서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리셀링이 주 수입원이었던 사람들에게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옷을 입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리셀링 가격으로 구입할 수밖에 없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스트릿웨어는 한때 저가 브랜드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높은 가격에 팔린다. 프레이처가 관찰한 것처럼 출시 되었을 때 구입하지 못하면, 어디선가 리셀러가 확보한 물건을 고가의 가격으로 책정한다. 이렇게 과격하고 엄청난 브랜드 충성도가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이제는 슈프림 같은 브랜드들이 업계를 선도한다.

그러나 드리온은 현재의 상황에서 저항하는 태도로 자주성을 유지하는 브랜드가 항상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잭 오스틴 클락이 만든 브랜드인 “FTP(FuckThePopulation)”은 애초에 스트리트웨어 현상이 주목받은 것에 대한 저항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요. 잭 오스틴 클락은 굳이 도버 스트리트 마켓이나 바니스 뉴욕에 입점시키려 하지도 않아요.”

아침 11시에 골프왕이 오픈 했을 때 루라스과 곤잘레스는 들뜬 기분으로 신발을 구입했다. 12시간의 기다림이 그들에게는 가치 있었다. 이들은 5월말에 컨버스 골프 르 플레르의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면 또 줄을 서서 기다릴 예정이다. 린은 안타깝게도 샤넬 운동화를 못 샀지만 언젠간 구입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라운드 투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도 구입에 실패하긴 했지만 한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사고 싶은 물건을 찾아 나서는 재미와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에서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솔직히 스트리트웨어가 패션 업계를 장악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젊은 사람들은 스트리트웨어에 심취해 있기 때문에 언젠간 루이비통, 펜디와 같은 브랜드들을 넘어서지 않을까요.”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포토그래퍼 Evan Woods
  • Sean Arenas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