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하우스, 콧대는 어디로 갔을까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안달이다.

‘영 리치’가 늘고 이들의 취향을 관통하는 스트리트 패션과 패스트 패션의 입지가 커질수록 패션 하우스 즉,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의 행보가 눈에 띄게 변한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하는 것보다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고 소셜 미디어 채널을 활용하는 등의 방식이다. 선견지명이었을까, 구찌의 빠른 변화만 봐도 그렇다. 지난 2015년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고전 미술과 패션을 접목한 이후 소셜 미디어 채널을 공격적으로 활용해 밀레니얼 세대에게 호평을 받았고, 마침내 글로벌 패션 리서치 엔진 리스트(Lyst)가 발표한 ‘2018년 2분기 핫 브랜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는 생 로랑의 에디 슬리먼이 피비 필로가 떠난 셀린의 빈 자리를 채웠고,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가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떠난 버버리를 이어간다. 구찌는 다시금 예술과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하고, 펜디는 스포츠 브랜드 휠라와의 협업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구매력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구체적인 꾀는 무엇일까? 공통점은 소셜 미디어 채널에 있다.

@celine
@celine
@celine

셀린(@celine) 생 로랑 때에도 그랬듯 에디 슬리먼의 등장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기존 인스타그램 피드를 삭제하더니, 바뀐 로고부터 선보이며 자신의 등장을 알렸다. 에디 슬리먼의 첫 셀린 컬렉션 이후 피비 필로의 컬렉션 중고가는 폭등하고 ‘올드 셀린(@oldceline)’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생겼지만, 그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흑백 위주의 오브제 사진과 룩북을 아카이빙하고 있으며, 해시태그 ‘#CELINEBYHEDISLIMANE’도 잊지 않는다. 패션 업계도 스타 마케팅이 필요했던 것일까?

@burberry
@burberry
@burberry

버버리(@burberry) ‘클래식’의 대명사 버버리는 리카르도 티시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역임하며 세리프를 버리고 현대적인 산세리프 로고를 채택했다. 동시에 토마스 버버리의 약자 ‘T’와 ‘B’에 오렌지, 베이지 컬러를 입힌 새로운 모노그램을 세계 곳곳에 게릴라 공개했고, 인스타그램 피드는 그것과 함께 리카르도 티시의 비전으로 물들었다. 그는 버버리 헤리티지를 기리기 위해 데뷔 컬렉션 ‘B Classic’을 어떠한 기교도 없이 담백하고 강렬하게 선보였고, 이는 유구한 전통 속 현재를 받아들이는 방법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guccibeauty
@guccibeauty
@guccibeauty

구찌(@guccibeauty) 구찌가 절제의 멋과 고루함, 그 사이 어디쯤 위치했을 때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등장했다. 당시 충격이었던 그의 등장과 달리, 첫 컬렉션은 성공 그 이상이었다. 그는 빈티지 의상과 앤티크 오브제를 수집했고, 르네상스 미술과 현대 미술에서 영감을 얻은 패턴을 의상과 핸드백에 적용했다. 올해, 그의 과거를 향한 찬미는 새로운 방식으로 계속 이어진다. 예술의 역사를 비롯한 성별, 문화, 지리 모두를 아우르는 아름다움의 근본을 다루기 위해 인스타그램 ‘구찌 뷰티’ 계정을 개설한 것. 왠지 모르게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인스타그램 컬렉션’을 보는 기분이다.

@fendi
@fendi
@fendi

펜디(@fendi) 주력 소비자가 중장년층이던 펜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구매력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를 잡아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바꿔야 했고, 이를 위해 그들이 열광하는 스포츠 브랜드 휠라코리아와 협업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두 ‘F’ 브랜드의 시너지는 밀라노 런웨이 위보다 소셜 미디어 채널 안에서 더욱더 컸다. 밀레니얼 세대는 휠라가 펜디를 따라 한 건지, 펜디가 휠라를 따라 한 건지 모르겠지만, 한순간 변한 펜디의 모습은 그들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거다. 앞으로 펜디를 향한 관심과 함께 매출은 나란히 상승 곡선을 그리지 않을까? 마치 작년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컬래버레이션처럼.

Credit

  • 에디터 한수연
  • 사진제공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