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그리는 남자

아직 많은 사람이 주저하지만 50년 후 남자들에게 컨실러는 필수템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 100년간 남자가 아침에 준비하는 과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대부분은 일어나서 올인원 바디워시로 샤워를 하고, 이를 닦기 전 이틀에 한 번씩 면도를 한 후 집 밖으로 나간다. 이 중 몇 가지 루틴, 혹은 전부 생략할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습관의 노예이자 최소한의 꾸밈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자랑스런 종족들 아니겠나? 그런데 최근 우리의 습관을 혼란에 빠뜨릴 만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10년 전쯤 눈썹을 다듬고 정성스레 스킨케어 하는 메트로섹슈얼한 남자였다. 그는 남성들에게 당시 여성성이라 부르던 내면 속 취향을 표출할 수 있게 해줬다.

한때는 두려움 없는 남자만 ‘여자 같다’는 놀림을 무시하고 할 수 있던 것이 이젠 대세가 되고 있다. 메트로섹슈얼적 남자는 “여성스럽다”는 꼬리표를 뗄 수 있게 되었고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화장은 이제 대부분의 남자에게 흉이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화장이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전세계적으로 5천억 규모의 메이크업 산업은 절반의 여성이 그 비용을 대고 있다. 하지만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기원전 3000년에는 중국과 일본 남성들이 지금의 네일폴리시와 같은 제품을 발라 자신들의 높은 사회적 지위를 나타냈다. 이와 비슷한 예로 18세기 영국에서는 중산층이 얼굴에 흰 파우더, 입술에는 붉은 립스틱을 발라 본인이 상류층 혹은 중산층이라 증명하곤 했다. 당시 남성과 여성 모두 완벽한 블러셔나 립 틴트를 제조하기 위해 레시피북을 참조했다. CVS와 세포라가 아직 생기기 전이었으니 말이다.  

“화장을 하고 남성스러워 보이기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소위 말하는 남자의 매력 중 일부는 투박하고 거친 외모에서 오는 거니까요.”

세월이 흐르고 젠더 이분법이 더 엄격해지면서, 메이크업은 여성스러운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공공장소에서 메이크업 한 남자를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티없이 깨끗한 피부와 키스 리차드의 굉장한 아이라이너 메이크업, 그리고 그룹 키스의 상징적인 글램펑크룩. 이들이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이었다는 점은 물론 감안해야 한다. 보통의 남자라면 아이라이너를 그리거나 파운데이션을 바른 채 거리를 활보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속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유명 뷰티 브랜드들이 남성 뷰티 시장의 진보적 움직임을 간파하면서 미국 예능인 <저지 쇼어>에서 근육질 남자 출연자들의 화장한 모습이 방송되면서 천천히 변화가 일고 있다. 그들은 테스토스테론 과다 복용 조각상처럼 태닝을 하고 눈썹을 다듬고 음모를 밀고 나왔다. 이는 물론 요즘 남성들에게 자극이 될만한 그루밍은 아니지만, 당시 남자들에게 수치심을 느끼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꾸밀 수 있는 문호를 열어주었다.

올해 초, 샤넬은 한걸음 나아가 남성용 뷰티 제품라인인 ‘보이 드 샤넬’을 론칭했다. 이 라인은 여덟 가지 색조의 파운데이션, 두 가지 아이브로우 펜슬, 그리고 립밤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명 코스메틱 브랜드가 남성 고객을 위해 만든 메이크업 컬렉션으로는 최초였다. 이는 컨실러를 사용하는 남성 뷰티 시장이 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기도 했다. 뒤이어 톰 포드에서도 남성을 위한 세 가지 컬러의 컨실러 스틱을 론칭했는데, 거의 매진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제품을 구입하는 남자들이, 앞서 말한 최소한의 아침 준비습관에 물든 이성애자 남자들일까? 혹시 게이 남성만  이런 제품을 사는 건 아닐까? 진실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게이 남성들은 예전부터 젠더이분법을 무시하고 여성을 위한 화장품을 구매해왔으니 말이다. 그들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참아내며 제품을 구입해야만 했다.

수많은 여자들과 더불어 게이 남성들은 제임스 찰스와 제스리 스타 같이 신의 경지에 오른 메이크업 실력으로 엄청난 온라인 팬덤을 거닐고 있는 남성 뷰티 인플루언서에게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룩은 멋있기는 하지만 약간은 다른 종류의 변화다. 그들의 메이크업은 게이 남성이 얼굴에 컨투어링 메이크업을 하고 립글로스를 바른 후 완벽한 스모키 아이를 연출할 수 있도록 해준다. 깨끗하게 피부를 표현하고 눈썹을 선명하게 그리는 정도의 보통의 남성 메이크업 대신, 이들은 화장하고 싶은 욕구를 참고 있었던 남자들에게, 마음껏 표현하라고 격려하는 동시에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

샤넬이나 톰포드 같은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메이크업 라인은 컬러 팔레트나 향이 나는 립글로스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다.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속 남성 스타들을 닮고 싶은 남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면 되기 때문이다. <저지 쇼어> 속 로니, 비니, 폴리D를 통해 썬베드의 존재와 눈썹 다듬기를 배운 이들을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가 적어도 아직은 그루밍 습관에 좀 더 투자하는 것을 막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플레이보이>는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이성애자 남자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들 중 파운데이션이나 아이브로우 팬슬, 컨실러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스코틀랜드의 퍼스널 트레이너, 댄은 “화장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려는 사람을 인정하지만, 저는 절대 화장을 하지는 않을 거예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포토그래퍼인 케릭 또한 그가 번 돈은 화장품이 아닌 다른 곳에 쓰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며, “이성애자 남자들은 아직 화장을 하고 다닐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화장을 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우리가 조사한 남성 중에는 파티나 행사에 참석하기 전 얼굴에 난 뾰루지를 가리기 위해 엄마나 여자친구의 컨실러를 사용해본 적은 있다는 사람도 몇 명 있었지만, 직접 컨실러를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드럭스토어나 화장품 매장에서 데오도란트를 구입하는 것은 괜찮지만, 남자가 메이크업 코너의 여성 섹션에서 자신에게 맞는 컬러의 컨실러나 아이브로우 펜슬을 고르는 모습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보통 여자들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화장품을 골라 달라고 하지는 않으니 메이크업 코너에 있다면 아마 그는 자신을 위한 제품을 고르고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게 된다.

“옛날에 우리가 스키니진을 입는 것을 보고 눈쌀을 찌푸리던 우리 할아버지들이나 아버지와 마찬가지에요. 누가 알아요? 지금으로부터 50년 후에는 저도 화장을 하고 다닐지 모르죠!”

이성애자 남자가 화장을 하는데 장애물이 되는 또다른 큰 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는 구태의연한 남성다움에 대한 인식이다. 다른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방법은 여러 분야에서 개선되었지만 남자가 ‘남자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치마를 입거나 네일폴리시를 바르거나 화장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이성애자들도 여성스럽게 비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저하는 것이다. “화장을 하고 남성스러워 보이기란 쉽지 않을 거 생각해요”라고 런던에 거주하는 엔지니어인 그랜트는 말한다. “소위 말하는 남자의 매력 중 일부는 그의 투박하고 거친 외모에서 오는 거니까요.” 그는 보이 드 샤넬 같은 메이크업 라인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람들이나 게이 남성들에게만 각광을 받을 거라 믿었다. “배관공인 스티브 같은 사람은 아마 관심 없어 할 걸요. 남자라서 좋은 점은 멋져 보이기 위해 머리를 새로 자르고 옷만 깔끔하게 입으면 된다는 것이죠. 저는 화장을 하지 않고 침대에서 일어나 15분이면 최상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코스메틱 브랜드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남자도 화장을 할 수 있다고 증명해준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일반적인 남자가 파운데이션을 꼼꼼히 바르고 회사로 출근하는 것을 스스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기까지는 아직 멀었으며 여전히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형성된 성별 규범을 무너뜨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우린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니 기다려보도록 하자.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생각이 바뀌는 데 필요한 것은 단지 시간일 뿐이다. 확고한 비관론자인 그랜트도 인정한다. “옛날에 우리가 스키니진을 입는 것을 보고 눈쌀을 찌푸리던 우리 할아버지들이나 아버지와 마찬가지에요. 누가 알아요? 지금으로부터 50년 후에는 저도 화장을 하고 다닐지 모르죠!”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번역 이연정
  • Douglas Greenwood
  • 사진제공 Dreaming Poet/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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