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보이 합본호 19

‘맨스케이핑’의 간략한 문화사

우리는 남성이 제모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수백 년이 걸렸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기원전 2558년. 고대 이집트의 유명한 파라오였던 카프레(Khafre)가 종교의식을 준비할 때, 준비 과정은 아마 이랬을 것이다: 화려하게 장식된 깃을 목에 고정하고 눈에 아이라이너를 그린 뒤 몸에 딱 맞는 흰색의 킬트(일종의 스커트)를 입는 것이다. 머리가 완벽한지 확인한 후, 세심한 손길로 꼼꼼하게 제모를 할 것이다. 제모를 하는 이유는 몸에 이와 벼룩이 붙지 못하게 하기 위함일 뿐 아니라 개운하고 자신감 있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 행위는 지난 20년간 사타구니 부위를 깨끗이 정리하는 하나의 예술과도 같은 ‘맨스케이핑(Manscaping)’으로 자리 잡았다. 일종의 그루밍이자 그들의 남성성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면도를 하고 나면 자유를 느껴요”라고 벨트 아래쪽을 위한 그루밍 기업, ‘맨스케이프트(Manscaped)‘의 공동 창립자인 폴 트랜은 말한다. “청결함과 위생적인 느낌이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다른 한 가지는 솔직히 말해 남성도 침실에 들어가 바지를 벗으면 자신의 벗은 몸에 대해 수줍음을 느끼거나 정서적 불안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첫 데이트를 할 때 혹은 그 후 몇 번째 데이트 중이라 하더라도 본인이 훨씬 남성적이라고 느끼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요”

2008년에 6%의 남성만이 생식기 부위를 제모한 것에 반해, 미국 남성 건강학회지에 실린 2017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25세에서 34세 사이 남성 중 73%가 ‘특히 섹스를 하기 전 그 부위를 제모한다’고 답했다.

멀리 1890년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도록 하자. 맨스케이핑은 서로 경쟁하는 보디빌더 사이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었다. 이들은 대회 심사위원이나 매거진에 그들의 단련된 몸매가 더 강조되도록 몸을 완전히 제모했다. 결국 매거진에 노출된 동성애자 남성들이 결국 완전 제모 같은 보디 그루밍을 그들의 대중문화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1980년대에는 게이 커뮤니티에서 가슴에 털이 덥수룩한 70년대의 마초맨 룩 유행이 지나가고 맨스케이핑이 새로운 미의 기준이 됐다. 디스코 그룹 빌리지 피플(The Village People)이 유행시키고, 1980년대 클래식 영화이자 알 파치노가 주연한 <광란자(Cruising)>로 인해 일반적인 문화가 되어버렸다. 1990년대가 되자 <윌 앤 그레이스(Will&Grace)>와 같은 인기 TV 프로그램에도 게이 문화가 공공연하게 등장하게 되었고 이성애자 남성 사이에서도 “메트로섹슈얼” 열풍이 불게 되었다. 마케터들은 도시에 거주하며 고가의 헤어와 스킨 케어 제품에 투자하고, 패션과 외모에 관심이 많은 젊은 이성애자 남성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마도 작년 넷플릭스에서 다시 제작된, 2003년에 런칭한 텔레비전 시리즈 <퀴어 아이(Queer Eye for the Straight Guy)>였을 것이다. 수백만 명의 이성애자 남성들이 부인 그리고 여자친구와 함께 게이 남성들이 스타일이 아쉬운 이성애자 남성을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시켜주는 모습을 지켜봤다. 여기에는 제모하는 장면도 포함되었다. 사실상, 이 프로그램이 “맨스케이핑”이라는 표현을 미국인의 어휘 목록에 올리는데, 기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저는 밀레니얼 세대의 남성이 맨스케이핑을 선도했다고 생각해요”라고 트랜은 말한다. “여성들은 수십 년 전부터 이 일을 해오고 있었다”

2008년에 6%의 남성만이 생식기 부위를 제모한 것에 반해, 미국 남성 건강학회지에 실린 2017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25세에서 34세 사이 남성 중 73%가 ‘특히 섹스하기 전 그 부위를 제모한다’고 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성적 파트너나 잠재적 섹스 파트너가 사타구니를 제모했으면 한다는 의견이 많다. <코스모폴리탄>에서 2017년에 실시한 한 조사 결과, 여성 중 70%가 자신의 남성 파트너가 생식기 부위를 제모하는 편을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작년에는 <플레이보이> 어드바이저 마저도 남성의 그 부위를 그루밍하는 편을 더 선호한다고 기고하기도 했었다. 더욱이 구글에 간단하게 검색만 하더라도 질레트(Gillette), 노렐코(Norelco) 그리고 레밍턴(Remington)과 같은 익숙한 브랜드에서 바디 헤어 트리머 제품을 더 많이 내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제품들은 꼭 남성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맨스케이프트’는 명확하게 남성을 대상으로 그루밍 제품을 만들고 있다. 남성의 생식기를 면도하고, 보습하고, 수분을 공급하고, 불쾌한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이 스타트업 기업의 트리머(Trimmer, 깎거나 다듬는 기계)가 다른 기업의 트리머와 다른 점은 고환을 면도할 때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인 살이 찝히거나 베일 가능성이 없도록 디자인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작은 차이로 맨스케이프트가 생겨났다.

“제가 이 회사를 차리기로 마음먹은 순간이 바로 제가 제 고환을 면도하다가 베였던 순간이었어요”라고 트랜은 설명한다. “그 당시 수염을 깎는 면도기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아주 끔찍한 사고를 당했죠. 시장조사를 했어요. 그리고 시중에 그곳을 면도할 제품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35세의 트랜과 그의 비즈니스 파트너인 63세의 스티브 킹은 201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성들의 벨트 아래를 위한 제대로 된 그루밍 제품들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그들의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가장 큰 도전과제 중 하나는 남성들에게 우리의 제품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는지 배우는 것이었어요”라고 트랜은 말한다. “고환에 대해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시되고 있기 때문에 힘들었거든요. 게다가 남자들에게 맨스케이핑의 건강상의 이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별로 호응을 받지 못했어요”

맨스케이프트는 첫해 약 19억 원을 벌었고, 다음 해인 2018년에는 32억 원을 벌어들였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을 다루는 맨스케이프트는 론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브랜드에 위트를 더하기 시작했다. 제품 이름을 짓는 데에도 유머를 녹인다. 쓸림 방지 고환 데오도란트인 ‘크롭 프리저버’, 수분공급용 스프레이인 ‘크롭 리바이버’ 그리고 모이스처 샴푸인 ‘크롭 클렌저’를 포함한 사타구니 케어 제품과 더불어 이들은 ‘란모어 2.0.’이라고 부르는 오리지널 트리머의 업그레이드 버전 또한 판매하고 있다.

맨스케이프트의 ‘란모어 2.0(Lawnmower 2.0)’ $59.99

“코미디로 장벽을 허물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귀 기울이기 시작하더라고요”라고 트랜은 말한다. 특허권까지 획득한 스킨 세이프(Skin Safe) 기술을 이용해 만든 이 트리머는 당신의 소중한 고환 부위에 밀착돼 말끔히 제모할 수 있게 해준다.

맨스케이프트는 첫해 약 19억 원을 벌었고, 다음 해인 2018년에는 32억 원을 벌어들였다. 그 해, 맨스케이프트는 <샤크 탱크(Shark Tank)>에 출연해 억만장자인 마크 큐반이 회사에 약 5억 원을 투자하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트랜은 이를 통해, “브랜드 홍보를 하고 제품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브랜드 확장 효과의 아주 좋은 예는 한 남자가 다른 남자의 아주 잘 다듬어진 고환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바이럴 광고 영상이다. 백만 조회 수를 얻은 이 영상은 남성이 고환 그리고 그것을 그루밍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맨스케이프트의 메시지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남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잖아요”라고 트랜은 말한다. “광고에서 ‘불알(Balls)’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경우는 본 적이 없을 거예요. 하지만 ‘유방’이라는 단어는 아주 많이 사용하잖아요. ‘불알’이라는 단어가 왜 그토록 금기시되는 것일까요? 우리 몸의 구조인데 말이에요”

맨스케이프트가 남성의 고환 관리에 대한 인식을 널리 퍼트리기 위해 노력하는 또 다른 방법은 고환암학회와 손 잡는 것이다. 맨스케이프트는 2019년 4월에 고환암학회와 함께 60초 안에 고환암 증상 및 징후를 자가 진단하는 방법을 유머러스한 동영상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많은 남성들이 고환암 자가 진단을 할 생각을 하지 않죠”라고 트랜은 설명한다. “아주 간단한데 말이에요. 고환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죽음에 이를 만한 병도 아니에요”

이 모든 것들이 더욱 더 맨스케이핑을 이성애자 남성들에게도 일상적인 셀프 케어 습관 중 하나가 되도록 할 거라고 트랜은 생각한다. “우리는 앞으로 5년 안에 필수가 될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어요”라고 그는 말한다. “데이트를 갔을 때 상대와 마음이 맞아 바지를 벗었는데 그 곳을 제모하지 않았다면,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거나 민망하다고 느껴야 할 거라는 뜻이에요”

맨스케이핑이 궁극적으로는 사회적으로 의무적인 것이 될 수 있을까? 물론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개인의 취향이 전세계적으로 모두 다르기 때문에 확실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재정립되고 있는 남성성은 계속해서 분석되고 있기 때문에, 생식기를 맨스케이핑하는 트렌드는 아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결함과 건강을 위해 혹은 섹스를 준비하기 위해 남성들은 항상 자신의 사타구니에 기계를 댈 이유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 왜? 역사를 거슬러보면, 남성들은 아주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래왔으니까.

Credit

  • 에디터 김민지
  • 포토그래퍼 EVAN WOODS
  • MARCUS REEVES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